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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 알파고도 인간 '집념'에 굴복…이세돌 "黑으로 이긴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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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 알파고도 인간 '집념'에 굴복…이세돌 "黑으로 이긴다"(종합)

    이세돌, 알파고 실수에 침착하게 응수…하사비스 "소중한 패, 미래 진보에 기여할 것"

    이세돌 9단. (사진=한국기원 제공)

     

    드디어 인간이 기계를 제압했다. 이세돌 9단은 4국 만에야 환하게 웃었다.

    이 9단은 13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즈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4대국에서 인공지능 알파고를 상대로 대망의 첫 승을 올렸다.

    "인공지능이 바둑에서 인간의 능력을 넘어 섰다"면서 "이세돌은 1승조차 힘들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이같은 평가는 이세돌의 '집념'으로 완전히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다.

    이 9단은 이날 4국에서 중반까지 불리했던 판세를 뒤집고 대역전에 성공했다. 그는 알파고의 변칙 수에 대항해 실리추구로 맞섰지만 알파고가 두텁게 세력을 형성하면서 형세는 점차 알파고 쪽으로 기울었다.

    중반까지 유리했던 알파고는 종반들어 연이어 기이한 수를 뒀지만 앞선 대국과 같이 '계산된 악수'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해설을 맡은 송태곤 9단은 알파고의 연이은 악수, 특히 87수를 두고 "신이 와서 뒀다고 해도 이는 악수"라면서 "알파고가 랙 걸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쳇말로, "랙(lag) 에 걸렸다"는 것은 "뒤에 처지다, 뒤떨어지다"는 어원 그대로 '사양이 떨어질 때, 속도가 느려질 때"를 뜻한다. 컴퓨터를 하다가 버벅이거나 화면이 멈추면서 잔상이 남을 때 주로 쓰인다.

    그는 어떻게 이해를 해야할 지는 모르겠지만, 이 9단에게 수순을 비틀었는데 알파고는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과는 달리)계속해서 이른바 '떡수'를 둬서 알파고는 손해를 보고 있다"며 중계를 이어갔다.

    알파고가 그동안 보이지 않던 돌이킬 수 없는 실착을 하자 이 9단은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앞선 대국과 다리, 알파고의 변칙 수에 흔들렸던 이 9단은 이번에는 상대 실수에도 조금의 방심도, 흔들림도 없이 자신의 수를 이어간 것이다.

    13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제4국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이번 대국의 승부처는 중앙이었다. 이 9단은 두 귀를 점령하고 좌변과 우변에도 집을 마련하는 실리작전을 펼쳤고 알파고는 상변에서 중앙까지 거대한 집을 만들었다.

    이세돌은 중앙 삭감을 하면서 알파고의 집안에서 수를 내려고 했지만 만만치않은 승부였다. 이 순간 알파고는 우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남발해 손해를 봤다.

    역전을 허용하고도 추격했지만 이 9단은 1분 초읽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알파고의 변수를 막아내며 180수 만에 항복 선언을 받았다.

    3연패 후 인간이 인공지능에 졌다고 말고 이세돌이 패한 것이라고 여겨달라던 이세돌 9단은 결국 인간계의 자존심을 지켰다. 완벽하다던 알파고도 인간의 집념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이 9단은 대국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축하를 받아본 적은 처음"이라면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경기를 하기 전에 '5대 0' 얘기한 것이 생각난다. 3패를 당하고 1승을 하니까 이렇게 기쁠 수 없다. 이 기쁨은 앞으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값어치 매길 수 없는 1승이다. 모두가 응원해줘서 한 판이라도 이긴 게 아닌 가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 9단은 남은 5국에서는 "반드시 흑돌을 잡고 이길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까지 보였다. 그는 "4국에서 백으로 이겼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흑으로 이기고 싶다"면서 "백으로 이기는 것보다 흑으로 이기는 게 더 값어치가 있기 때문에 거꾸로 이겨보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이어 알파고의 아버지 구글 딥마인드 데이스 하사비스에게 "돌갈이 할 때 미리 백을 입력해둬라"고 자신감을 나타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함께 기자회견장을 찾은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도 "얼마나 이 9단이 어마어마한 기사인지 보여준 것"이라며 진심으로 축하를 전했다.

    그는 "오늘의 결과가 기쁘다"며 말을 이었다. "한국에서 대국에서 펼친 이유는 알파고 한계를 시험하기 위한 것인 만큼, 알파고 단점이 무엇인지 알아 향후 개선할 수 잇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사비스는 "알파고를 개선하기 위해 이세돌같은 창의적인 수를 두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국에서 알파고 본인이 우세했다고 추정값을 냈는데, 이 9단이 묘수로 응수했고, 복잡한 형세에 기인해 알파고가 실수한 국면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으로 돌아가서 시스템 개발에 더 반영할 것"이라면서 "다시 한 번 고맙다. 마지막 대국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알파고를 함께 만든 구글 딥마인드의 실버 데이비드도 "다시 한 번 이세돌 구단에게 승리 축하한다는 말을 전한다"면서 "알파고 개발에 있어, 중요한 건 알파고가 스스로 학습하게 하는 것이고 그렇게 축적된 지식에는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패인을 분석했다.

    그는 "우리가 바둑 기사가 아니라 모른다. 이세돌 같은 세계적인 기사가 있어서 알파고의 허점을 알아내는 데 도움을 줬다"면서 "알파고의 한계가 시험에 드는 순간이고, 단점이 노출됐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도움이 됐고, 돌아가서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패는) 미래의 진보에 도움을 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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