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국정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사이버테러방지법 처리를 다시 요구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이버테러방지법의 국회 처리를 강조하자 국가정보원이 최근 북한에 의해 이뤄진 사이버 공격 사례를 언론에 공개했다. 새누리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직권상정을 주장하며 법안 처리를 거들고 나섰다.
총선을 불과 한달여 앞두고 보인 여권이 일사분란한 움직임에 안보 이슈를 띄우겠다는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사이버테러방지법은 테러방지법의 '쌍둥이법'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여권은 두 법이 동시에 처리돼야 효율적인 테러방지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야권에서는 테러방지법과 마찬가지로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한 위험한 법안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이버테러방지법은 중요 공공기관으로 제한됐던 국정원의 사이버안전관리 업무를 민간 영역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담고 있다.
국정원장 소속으로 설립되는 '국가사이버안전센터'가 민간 부분 인터넷의 사이버안전 관리 권한까지 모두 갖게 되는 것이다.
이 법안 역시 '정보통신망 침해'를 사이버테러로 규정하면서 북한의 사이버테러 증거가 없더라도 영장없이 민간 개인정보 수집이 가능해진다. 사이버테러에 해킹과 바이러스까지 포함시키다보니 국정원이 얼마든지 이 법을 활용해 민간업체를 통제할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의 감시망은 민간업체 포털, 언론사, 카톡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거의 모든 부문이 포함될 수 있다.
민간업체가 '취약점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까지 가능케 하는 강제조항까지 덧붙여졌다. 사이버테러 정보와 정보통신망·소프트웨어의 취약점이 국정원장에게 집중되면서 권한이 막강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개인의 인터넷 활동을 감시할 막강한 도구가 국정원 손에 쥐어지는 셈이다.
정보인권연구소의 이은우 변호사는 "특정인이 인터넷망을 통해서 무엇을 검색했는지까지 국정원에서 실시간으로도 파악을 할 수가 있고 사후적, 사전적으로 감시를 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카톡 소스 코드를 국정원에 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이럴 경우 카톡 내용이 다 사찰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여권이 사이버테러방지법을 들고 나오자 지난 대선때 '국정원 댓글 사건'의 악몽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정원의 인권침해와 정치개입을 차단할 장치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권한만 커질 경우 일상적인 인터넷 활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NEWS:right}
테러방지법 통과 이후 카톡에서 탈퇴하고 러시아제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하는 사례가 줄을 잇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더군나나 이 법은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 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어떤 법률적 문제점이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더민주 김광진 의원은 "테러방지법이 일방 처리된 이후 한번도 정보위 법안심사 소위가 열리지 않았다"며 "의원들도 법안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데 직권상정 얘기를 하는 것은 총선용 정치 공세일 뿐"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