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해진(사진=WM컴퍼니 제공)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에서 주인공 유정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박해진(34)은 수차례 역할을 고사했다고 전했다. "잘해낼 자신이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사실 웹툰 치인트의 팬으로서 드라마로 만들기보다는 웹툰으로 남아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제가 유정을 연기하게 되면 원작에 해를 끼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했죠. 원작에서 유정이 보여 줬던 매력들을 저로 인해 많은 부분 포기해야 할 것 같았거든요."
결국 그는 유정 역을 맡았다. 그리고 좋은 반응을 얻으며 소중한 열매를 맺는 중이다. 최근 서울 신사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박해진은 자신과 유정의 닮은 점을 많이 찾아내는 작업이었다고 했다.
"유정이라는 친구는 순수하고 원초적이죠. 그가 하는 행동은 철저한 계산 아래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성장 과정에서 소통장애를 겪는 유정은 자신에게 아픔을 준 상대에게 똑같은 아픔을 주려 해요. 아이처럼요. 저는 흔히 말하는 결손가정에서 자랐어요. 저를 특별히 케어해 주는 사람이 없었죠. 경제적으로 넉넉한 환경에서 자란 유정과 그렇지 못한 저는 분명 다르지만, 결핍을 지녔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자신의 경험이,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내야 하는 배우로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이 유해진의 설명이다. "자라면서 가졌던 다양한 생각과 체험이 대본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극중 대학 졸업반인 유정은 신분을 숨긴 채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가 인턴 생활을 한다. 요즘 자주 쓰는 말로 '금수저'인 셈이다. 박해진은 그러한 유정을 보면서 또래 친구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제 주변에도 인턴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들을 직간접적으로 보면서 사는 게 쉽지는 않아요. 사실 배우를 하는 제가 100% 모르는 삶이잖아요. 감독님을 통해 청년 세대의 고단한 현실에 관한 정보를 많이 얻으면서 또래에 대한 걱정이 생기더군요. 대학에 가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막상 '대학 졸업하면 뭐 하나'라는 고민을 또 해야 하는…. 현실이 참 아쉽죠."
◇ "배우로서 애매한 위치…역할 비중 떠나 좋은 영화 만나고 싶어"
배우 박해진(사진=WM컴퍼니)
그는 올해로 나이 서른넷이 됐다. 결혼에 대한 생각도 커질 시기다. 결혼 계획을 묻자 "연애와 결혼 생각은 자기 전에도 하고 있다"며 웃었다.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결혼 적령기잖아요. 예전에는 결혼에 대한 환상 같은 게 있었는데, 요즘 들어서는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당장 내년이면 서른다섯인데, 저는 이쯤 되면 결혼할 줄 알았어요. (웃음) 그런데 어느덧 그 나이가 턱까지 찼네요. 내년에도 결혼할 수 없다는 걸 제 자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막상 결혼이 현실로 다가오니 현실적이지 않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돼 버렸네요. (웃음)"
박해진은 "따뜻한 가정을 꿈꾼다"고 했다. 자신과 달리, 자식에게는 부모의 넉넉한 사랑을 주고 싶다는 바람이 크기 때문이란다.
"저는 누나와 매형, 조카 둘과 한집에서 살고 있어요. 큰 조카가 여섯 살, 작은 조카가 세 살인데, 매일 보면서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더군요. 제 자식이 생기면 오죽 할까요. 조카들이 자주 다쳐요. 그러한 아이들을 잠깐씩 돌보면서 간접적으로 육아 체험을 하고 있네요. (웃음)"
그는 올해로 10년차 배우가 됐다. 그는 지난 시간에 대해 "지금까지 크게 속력을 내지 않고 한 발 한 발 정석주행을 했다"고 표현했다. "이제는 조금 더 도전적인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는 것이 배우 박해진의 의지다.
"제 색깔 하나만 뚜렷하게 갖고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어 왔어요. 그러던 중 최근 몇년 새 '변화가 필요하다'는 갈증이 있었고, 지난 2014년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서 사이코패스 이정문 역을 맡으면서 어느 정도 해소됐죠. 정문 역을 통해 서늘한 분위기를 선보일 수 있었기에 지금 유정 역도 맡을 수 있었다고 봐요. 이 점에서 나쁜 녀석들은 제게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의미 있는 작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