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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게 터졌다? 너무 하얀 '아카데미'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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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질 게 터졌다? 너무 하얀 '아카데미'의 아이러니

    제 8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포스터. (사진=아카데미 시상식 홈페이지 캡처)

     

    곪아오던 문제가 드디어 터졌다. '2016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2016 아카데미')이 후보에 대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2년 연속 남우·여우주연상, 남우·여우조연상에 오른 20명의 후보들이 모두 백인들로만 이뤄진 탓이다.

    셰릴 본 아이작 위원장이 진화를 위해 '후보들의 인종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여론은 싸늘하다. SNS 상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인종차별 문제를 겨냥한 '#Oscarssowhite'(오스카는 너무 하얗다)라는 해시태그가 퍼져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흑인 영화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영화 '똑바로 살아라'의 스파이크 리 감독, '매트릭스' 시리즈 주연 배우이자 윌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 등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보이콧'을 선언했다.

    영화 '셀마'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 역을 연기한 흑인 배우 데이비드 오예로워는 지난해 '셀마'가 후보에 오르지 못했을 때, 셰릴 본 아이작 위원장과 인종 다양성 확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을 지적하며 "올해도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가하면,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호스트를 맡은 흑인 코미디언 겸 배우 크리스 락 역시 아카데미 시상식을 '백인만의 잔치'라고 비판하면서 "내가 마음껏 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시상식을 꼭 봐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래퍼 50센트를 비롯한 흑인 연예인들은 크리스 락에게 오스카를 보이콧하라는 요구를 공개적으로 건네고 있다.

    백인 배우 조지 클루니조차 "아카데미 시상식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여성, 유색 인종 등이 배제된 채, 백인 남성 중심으로 전개되어 온 최근의 아카데미 시상식에 일침을 날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백인들의 잔치가 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부문에 오른 수상작들은 인종 갈등 문제와 성소수자 이야기를 전면으로 다룬 영화들이 주를 이룬다.{RELNEWS:right}

    '레버넌트'는 서부 개척 시대,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에 대한 백인들의 차별과 학살 문제를 담았고, '헤이트풀8'은 미국 남북전쟁에서 발발한 흑인과 백인 간의 인종 갈등 문제를 풍자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캐롤'은 여성들 간의 사랑 이야기를 '동성애'가 아닌 '평범한 사랑'에 초점을 맞춰 풀어냈고, '대니쉬 걸'은 최초의 트랜스젠더가 된 용기 있는 남성의 일대기를 그렸다.

    할리우드는 점점 진화하고 있는데 88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최대의 영화상, 아카데미 시상식은 고여있거나 혹은 더 퇴화하고 있는 셈이다. 후보 선정 공정성 측면에서 본질적인 위기를 맞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과연 반쪽 짜리 시상식으로 남을 지 두고 볼 일이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2월 2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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