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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에 더 힘겨운 생계전선…"살 찢어질 듯해도 참아"



사회 일반

    한파에 더 힘겨운 생계전선…"살 찢어질 듯해도 참아"

    • 2016-01-19 15:33

     

    전단 알바생·주차관리원·배달원 등 강추위에 밖에서 '덜덜'
    배달업소는 '주문 폭주'…노점은 손님 끊겨 울상

    서울의 한낮 수은주가 영하 10도를 밑돌 만큼 맹추위가 몰아닥친 19일.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날씨에도 많은 이들이 생계를 꾸리고자 곳곳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분투했다.

    무조건 실외에서 일해야 하는 전단 배포 아르바이트생들은 이날 코와 귀가 빨개진 채 행인들에게 다가가 전단을 내밀었다. 그러나 얼어붙을 듯한 추위에 중무장한 시민들은 추위를 피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종종걸음치기 바빴다.

    서울대입구역 출구 인근에서 헬스클럽 전단을 나눠주던 김모(15)군은 "아르바이트 첫날인데 너무 추워서 시간이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었다"며 "추워서 말도 잘 안 나오고 얼굴도 아픈데 전단을 받아주는 사람도 없다"며 걱정했다.

    주차관리원 역시 추위를 피할 수 없는 대표적 직업 중 하나다.

    강남구 삼성동 인근 공영주차장 관리원들은 칼바람에 잔뜩 어깨를 움츠린 채 추위와 싸우고 있었다.

    두꺼운 점퍼를 입고 털 달린 모자를 착용하는 등 몸을 싸매고는 손에 핫팩까지 쥔 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추위를 견뎠다. 각자 의자가 하나씩 놓인 비닐 천막 안에서 바람을 피하다 차를 대거나 빼는 사람이 있으면 밖으로 나갔다.

    주차관리인 황경수(55)씨는 "안에 옷을 다섯 벌을 껴입었다"면서 "너무 춥지만 참아야지 별수 없다. 바람만 덜 불었으면 좋겠다"며 손에 든 핫팩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강추위가 닥치면 식사를 사무실 등 실내에서 해결하려는 사람이 늘기 마련이어서 배달업소는 주문이 폭주한다. 영업이 잘되는 것은 좋지만, 냉기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오토바이 배달원들은 웃을 수도 없다.

    마포구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배달을 담당하는 정모(53)씨는 두꺼운 패딩 점퍼를 포함해 6벌이나 되는 웃옷을 겹쳐 입었다. 하의 역시 보온성이 좋은 패딩 바지와 내복을 착용하고, 얼굴 아래쪽을 대부분 가리는 마스크까지 썼다.

    점심때를 즈음해 평소보다 배 이상 주문이 늘어 정신없이 오토바이를 몰고 업소와 고객 사이를 오가야 한다. 정씨는 "이런 날 오토바이를 몰다 보면 외부에 노출된 이마 같은 부위는 피부가 찢어질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오토바이에 달린 큼직한 방풍 장갑도 모자라 손에 장갑을 따로 착용해도 손이 시리다는 정씨는 "그래도 이런 날 열심히 일해야지 어떡하겠나"라고 웃으며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반면 배달을 하지 않는 업소나 노점처럼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 상점들은 손님 발길이 뚝 끊겨 울상을 지었다.

    평소라면 노점에 들러 간식을 사 먹는 학생들로 붐볐을 노원역 인근 노원 문화의 거리는 한파 탓에 이날 점심때조차 한산한 모습이었다.

    분식이나 호떡, 토스트 등을 파는 노점의 반 이상이 이날 영업을 하지 않았다.

    분식을 파는 노점상 김민정(62·여)씨는 "나이 많은 상인들은 날씨가 이렇게 추우면 집에서 쉰다"면서 노점 천막에 어린 서리를 닦았다.

    김씨는 "안 그래도 불경기인데 추운 날에는 장사가 더 안 된다"며 "학생들이 밖에 나오지 않고 직장인들도 배달 음식을 시켜 먹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성동구 용답동 천호대로 인도 역시 직장인들이 사무실에서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지 점심때임에도 썰렁한 풍경이었다.

    용답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신모(45·여)씨는 "주변 직장인들이 점심 먹고 들르곤 하는데 오늘은 다들 사무실로 일찍 들어간 것 같다"면서 "점심때 손님이 딱 3명밖에 안 왔다"며 한숨을 쉬었다.

    평소 같으면 노인들로 북적거렸을 종로구 종묘공원에도 이날 20여명밖에 눈에 띄지 않았다. 노인들은 주차관리소 건물 벽 쪽에 모여 햇볕을 쬐며 추위를 견뎠다.

    이모(84)씨는 "춥지만 볕이라도 쬐려고 나왔는데 너무 추워서 곧 들어가려 한다"며 "원래 이 시간이면 사람이 많이 모여야 하는데 오늘은 날씨 때문인지 나온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추위는 흡연자들에게도 '고통'이다. 잠시 일을 멈추고 밖에 나와 담배 한 개비 피우려 해도 몸이 덜덜 떨리고, 손은 시리다 못해 따가울 만큼 춥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형진(33)씨는 "평소 담배를 자주 피우는데 추운 날씨 때문에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다가 한 개비씩 피우고 있어 괴롭다"며 "오늘은 너무 추워서 회사 바로 근처에 있는 분식집에서 점심을 해결했다"고 넋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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