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욱 목사가 조사를 받은 뒤 평양노회 사무실을 빠져나가고 있다.
서울 대치동에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평양노회 사무실 앞. 때 아닌 긴장감이 돌았다. 전병욱 목사 성추행 논란과 관련한 재판이 열리는 첫날이기 때문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와 삼일교회 교인 10여 명은 평양노회 사무실이 있는 예장합동총회회관 6층에서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한쪽에서는 홍대새교회 교인 60여 명 역시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시작했다.
전병욱 목사 나타나자 복도 아수라장다행히 폭력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때때로 고성과 몸싸움이 오고 갔다. 오전 10시쯤 전병욱 목사가 모습을 드러내자 양쪽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개혁연대 관계자들과 삼일교회 교인들은 전병욱 목사를 향해 "전병욱 목사, 회개하십시오"라고 외쳤다. 이에 맞서 홍대새교회 교인들도 전병욱 목사에게 길을 터주고, 개혁연대 관계자들을 막느라 평양노회 사무실 앞 복도는 아수라장이 됐다.
전병욱 목사는 약 1시간 30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전 목사는 제기되는 성추행 의혹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병욱 목사가 자리를 뜬 뒤 삼일교회 장로 두 명도 참고인 조사를 위해 평양노회를 찾았다. 이들 역시 1시간 30여 분 정도 조사를 받았다.
교회개혁실천연대와 누리꾼 등 10여 명은 평양노회 사무실 앞에서 공정한 재판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평양노회는 오는 27일에 발행하는 예장합동총회 기관지 기독신문에 재판 결과를 공고해야 한다. 앞으로 2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그만큼 시간이 촉박하다는 얘기다.
김진하 노회장은 "우리도 빨리 결과를 내려고 하니까 너무 힘들다"며 "공정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배려 없는 평양노회 재판국원들하지만 또 다른 논란의 소지도 있다. 평양노회 재판국이 피해자들의 출석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지난 재판 당시 이들의 증언을 이미 청취했고, 자료도 남아 있다.
재판국 관계자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어렵겠지만 출석해 증언을 해주길 바란다"며 "그러면 모든 진상도 드러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만약 이들이 출석을 해준다면 3자대면까지도 생각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증언 없이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재판국의 태도는 재판의 공정성 여부와는 별개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의혹도 아닌 성추행 의혹의 피해자들에게 공개된 자리에 나와서 증언을 하라는 것 자체가 이미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판국과 삼일교회 관계자들, 전병욱 목사와 홍대새교회 교인들이 있는 자리에 나와 당시 상황을 다시 한 번 증언하라는 요구는 이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처사다.
개혁연대 관계자는 "지난 재판 당시 이들의 증언을 청취했고, 자료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출석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오는 18일 두 번째 재판 열려두 번째 재판은 오는 18일 오전 9시 예장합동총회 평양노회 사무실에서 열린다. 이날 역시 전병욱 목사가 출석할 예정이다. 재판국은 삼일교회 송태근 목사에게도 출석을 요구했다. 송 목사의 출석 여부는 미지수다.
[영상 취재 정선택 영상 편집 정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