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카카오택시의 프리미엄 버전인 카카오택시 '블랙'이 서울 도심을 누빈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카카오는 "블랙의 매출과 호출 수 등 관련 지표가 고르게 증가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블랙 승무원들의 반응은 영 시큰둥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카카오는 15일 카카오택시의 누적 호출 수가 출시 8개월 만에 5000만건을 돌파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카카오택시 블랙도 호출수와 매출액 모두에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도 덧붙였죠.
카카오택시 블랙은 국내 최초 고급택시 호출 서비스로, 벤츠 등 고급 차량과 전문 교육을 받은 승무원들의 '고급진'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완전 월급제'를 도입해 사납금으로 인한 '승차 거부 문제'를 해결, 고객과 기사 모두 '윈-윈'하는 전략으로 야심차게 나섰습니다.
카카오는 블랙 서비스를 출시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호출 수 등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출시 한 달만에 유의미한 지표가 나오고 있다면서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블랙 승무원들의 표정은 어째 밝지가 않았습니다. 카카오가 밝힌 것과 달리, 출시 한 달이 지났지만 "콜(호출) 수가 기대보다 못 미친다"며 머쓱해합니다. 출범 초기 하루 평균 18~20콜을 기대했지만 실제 호출 수는 '8~9콜 정도'라고 하네요. 한 승무원은 "일반 택시 운영하다 과감히 전직을 했는데 기대치에 절반도 되지 않는다"며 불안해합니다.
실제 '월급'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일은 카카오블랙 승무원들의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월급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하루 앞둔 9일, 분위기가 어수선했습니다. 승무원들 사이에서 "회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 한다"는 얘기들로 술렁이기 시작한 겁니다.
카카오택시 블랙 승무원 모집 공고
여기서 잠깐, 설명이 필요합니다. 하이엔은 한국스마트카드가 출자, 카카오와 제휴를 맺고 고급택시 블랙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차량과 기사들은 서울 16곳에 택시운수사업소에 배분된 상태로, 급여는 각 사업소가 지급합니다. 카카오는 임금 계약에는 관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승무원들이 부족함 없이 월급을 받을 수 있도록 조언하는 형태입니다.
승무원들은 "하이엔이 당초 300만원(세전) 수준의 '완전 월급제'를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인센티브와 수당이 포함된 임금 체계여서 실 수령액은 이보다 적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통보받은 월급은 기본급 200만원에(세전) 첫 달 보조금 40만원과 부가세 환급금 20만원이었습니다. 더구나 환급금은 6개월 뒤에야 지급받기로 돼있고 보조금도 언제든지 끊길 수 있어 불안한 승무원들이 참다못해, 불만을 터뜨린 겁니다.
이에 하이엔 측은 "실적과 인센티브가 연동된 데서 착오가 발생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이엔 관계자는 "처음부터 수당과 인센티브를 다 포함해 300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는데 실적과 인센티브가 연동되다보니 임금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일부 있었다"고 해명에 나섰습니다. 실적이 적어보니, 그에 따른 인센티브도 적었다는 거죠.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다행히 문제는 잘 해결됐습니다. 승무원들은 약속된 월급날, 약속된 만큼의 월급을 받았습니다. 각 운수사에서 인센티브 부족분을 대신 메워 준 겁니다.
하이엔 측은 "인센티브에 대한 기대치에서 문제가 불거졌다"면서 "인센티브가 어느정도 메워져야 기대했던 급여 수준이 되는데 첫 달 운영하다보니까 사업이 궤도 수준에 못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부족분은 이 달에 한해 각 운수사에서 보전해줬고 인센티브도 2~3배씩 줬다"고 덧붙였습니다.
카카오는 "잘 되고 있다"고 하지만 고급택시 수요를 몸으로 느끼는 승무원과 운수사 측이 받아든 첫 달의 성적표는 어째,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습니다.
카카오택시 블랙 후기 블로그 게시글
물론, 이렇게 말하면 카카오도 억울합니다. 한 달 안에 성과라니요. 아무리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시대를 하루 먼저 내달려야하는 IT기업이라지만, 한 달 만에 가시적인 지표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가혹한 일일 수 있습니다. 대통령도 5년이라는 임기 동안 단 한 개의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도 어려운 데 말이죠.
그러나, 한 달 만에 누적 호출 수 100만 건을 넘긴 카카오택시와는 확실히 달라보입니다. 카카오블랙은 더구나 카카오의 첫 수익 모델입니다.
카카오는 더구나 블랙 홍보를 위해 블랙 무료 이용 쿠폰을 무려 3만장이나 뿌렸습니다. 그럼에도 "호출 수가 기대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승무원들의 말을 그냥 지나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카카오는 "호출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지금은 연말입니다. 사실 일반 택시도 손님은 넘칩니다.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 등에는 소위 '잘 나가는' 파워블로거들이 올린 카카오 블랙 후기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직접 후기라기보다는 카카오 블랙의 소정의 지원을 받고 이루어진 광고입니다. 블로그도 기업 마케팅의 한 방법이니 이걸 지적하고싶지는 않습니다만, 지금 현재 블랙을 이용하는 고객이 블랙이 정말 좋아서인지, 쿠폰 때문인지, 호기심 때문인지 구분은 잘 되지 않습니다.
이왕하는 거 응원은 못할망정, 왜 지적질이냐고 의문을 갖는 분들도 있으실겁니다. 한 달 성적표를 '아직 초기 단계'라는 핑계로 그냥 넘겨도 되겠다고 볼 문제가 아니어섭니다. 이제 곧 우버 블랙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블랙에 대한 업계 전망은 '흐림'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블랙은 매우 특이한 구조입니다. 차량은 회사 소유, 승무원은 하이엔, 플랫폼 역할인 카카오 블랙 앱은 카카오택시, 다시 말해 차량, 승무원, 앱이 개별적으로 떨어져있습니다. 물론 주도적 관리자는 따로 있겠지만 이번처럼 위기나 갈등이 계속 생긴다면 애매해집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이게 과연 '누구의 책임'이냐는 거죠. 이번 임금 갈등은 하이엔의 배려로 넘어갔습니다만, 언제까지 운수사나 하이엔이 적자를 감당하면서 인센티브 부족분을 채울 수만은 없을 겁니다.
더구나 이번 갈등은 단지 약속된 월급 수준을 떠나, 카카오택시 블랙이 서울시 인가와 차량 확보 등의 문제로 당초 계획보다 약 3개월 지연될 때부터 승무원들의 불안감이 증폭된 결과라는 목소립니다. 결국 기존 회사를 그만두고 카카오택시 블랙 교육에 참가한 예비 승무원들은 해당 기간 동안 소득이 전혀 없었고, 회사로부터도 이에 대한 보전도 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건 누구의 책임일까요? 정말 애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