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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발=대망신' 日, 왜 굴욕의 역사는 반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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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레발=대망신' 日, 왜 굴욕의 역사는 반복될까

    '입치로부터 호시노-고쿠보까지' 일본 야구 대표팀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스즈키 이치로(위), 2008년 베이징올림픽 호시노 센이치 감독(왼쪽), 올해 프리미어12 고쿠보 히로키 감독까지 섣부른 예상과 발언을 했다가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자료사진=노컷뉴스, SBS 중계 화면 캡처)

     

    또 설레발이었다. 일본 야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미리 호들갑을 떨다가 호되게 망신을 더 샀다. 특히 '영원한 라이벌' 한국에 당한 것만 벌써 3번째다.

    일본은 19일 한국과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C) 프리미어12' 4강전에서 3-4 대역전패를 안았다. 8회까지 3-0으로 앞서 있다 9회만 대거 4실점하며 결승행 티켓을 한국에 내줬다. 일본 야구의 심장이라는 도쿄돔에서 당한 뼈저린 패배였다.

    당초 일본은 결승행을 자신했다. 주최국으로서, 또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의 정식 종목 부활을 노리는 전초전 격인 이번 대회 우승은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가지도 못할 '결승전 선발'은 왜 공개해?

    막대한 대회 운영비를 대는 일본은 마음대로 4강전 일정을 바꿨다. 당초 20일 예정이었던 한국과 4강전을 하루 당겼다. 21일 결승에 대비해 하루 휴식을 취하면서 원기를 회복해 정상에 오르겠다는 얄팍한 속셈이었다.

    이런 일정 횡포에 한국은 18일 새벽 3시부터 일어나 예선이 펼쳐진 대만에서 일본으로 이동해야 했다. 4강전이 당초 20일에 열렸다면 오후 늦게 여유롭게 출발해 19일 적응 훈련을 하면 되지만 19일 경기라 18일 도쿄돔을 밟아봐야 했다. 반면 일본은 느긋하게 오후에 출발해 자국에 도착해 저녁 늦게 적응 훈련을 소화했다.

    '다케다 미안해' 한국 대표팀 4번 타자 이대호는 19일 일본과 프리미어12 4강전에서 9회 결승타를 뽑아내면서 소프트뱅크 동료 다케다 쇼다를 결승에서 3, 4위전 선발로 내정했다.(자료사진= 윤성호 기자)

     

    이런 가운데 일본은 오르지도 않은 결승전 선발 투수를 예고하기까지 했다. 4강전 당일인 19일 '닛칸스포츠' 등 일본 언론들은 "결승전 선발로 다케다 쇼다(소프트뱅크)가 내정됐다"고 전했다.

    만약 4강전에서 패할 수 있다는 가정은 전혀 하지 않은 가운데 나온 표현이었다. 설레발도 이런 설레발이 없고, 김칫국도 이런 '기무치국'이 없다. 상대팀인 한국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은 무례한 보도일 수 있었다.

    결국 다케다의 결승전 등판은 허무맹랑한 소설에 불과했다. 일본 언론들은 오보를 써제낀 셈이었다. 물론 대표팀에서 나온 정보를 토대로 기사가 작성됐을 테지만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정보, 허위였던 소스였다. 정확하게는 3, 4위전 선발이라고 해야 했다. 더 바람직한 보도라면 '21일 경기, 결승전 혹은 3, 4위전 선발'이라는 표현이 맞았을 터였다.

    ▲2008년 호시노 '치욕의 노 메달'

    일본의 김칫국은 이번만이 아니다. 7년 전인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도 엄청난 호들갑을 떨었다.

    당시 호시노 센이치 일본 대표팀 감독은 올림픽에 앞선 출정식에서 "전승으로 금메달을 따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한국을 비롯해 야구 종주국 미국, 아마추어 최강 쿠바 등 강호들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오만한 발언이었다.

    '승짱, 스미마셍' 베이징올림픽 당시 호시노 감독(왼쪽)은 한국과 4강전에서 이승엽의 결승 홈런에 금메달 꿈을 버려야 했다.(자료사진)

     

    특히 호시노 감독은 2007년 올림픽 최종 예선 때 김경문 한국 대표팀 감독을 힐난했다. 이른바 위장 선발 명단을 냈다며 기자회견에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과 예선에서부터 호되게 당했다. 이대호의 동점 2점 홈런 등에 흔들린 일본은 수비 실책까지 겹치면서 역전패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한국과 또 다시 만난 4강전에서 호시노 감독은 1할 타자라며 비아냥댔던 이승엽(삼성)에게 8회 결승 2점 홈런을 맞고 또 졌다.

    전승 우승이라더니 한국에만 두 번이나 깨졌다. 결국 일본은 미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지면서 노 메달로 씁쓸하게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호시노 감독은 금메달은커녕 메달도 없이 돌아가면서 맹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설레발 역사 중 가장 최악의 경우였다.

    ▲설레발의 시발은 이치로

    9년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일본 대표팀의 오사다하루 감독은 "전승으로 1라운드를 통과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한국과 경기에서 2-3 역전패를 안으면서 체면을 구겼다. 그 장소가 바로 도쿄돔이었다. 이승엽이 8회 역시 역전 결승 홈런을 날렸다.

    2006년 WBC 때 1라운드 전승 발언을 했던 오사다하루 당시 일본 대표팀 감독(왼쪽)과 이른바 '30년 망언'으로 화제를 모았던 스즈키 이치로.(자료사진)

     

    더 큰 설레발은 일본이 자랑하는 천재 타자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가 했다. 이치로는 당시 대회를 통해 "일본을 30년 동안 따라올 수 없게 만들겠다"는 다소 도발적인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아시아 국가들이 일본 야구를 넘볼 수 없게 압도적인 기량을 보이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일본은 도쿄돔은 물론 미국에서 열린 2라운드 경기에서도 한국에 지면서 이치로의 표정은 더 구겨졌다. 당시 한국은 이종범(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결승타로 승리를 거뒀고, 4강 진출을 확정하면서 에인절스타디움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았다.

    그래도 WBC 설레발은 그나마 낫다. 이상한 대회 일정 때문에 일본은 한국에 두 번이나 지고도 패자부활전을 통해 4강전에 올라 2전3기 끝에 한국을 이겼다. 결국 우승까지 차지했다. 2009년에도 일본은 한국에 두 번 졌지만 역시 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이기며 2회 연속 우승 국가가 됐다.

    그러나 설레발 전통의 시발점이 됐던 대회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로부터 베이징올림픽, 그리고 프리미어12까지 '설레발=대망신'이라는 공식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자나깨나 입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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