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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외교

    한중일 협력 복원했지만 '과거사' 뇌관은 여전

    한일중 3국 정상들이 조속한 FTA와 RCEP타결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영토 및 역사 갈등으로 3년 반 동안 중단돼온 한중일 정상회의가 어렵사리 재개된 것은 3국 협력체제 복원 차원의 높은 성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한일관계의 최대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입장 차만 확인하며 사실상 헛바퀴를 굴렸고, 중·일간의 영토 및 역사 갈등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경제, 사회, 문화 교류부터 늘려나가는 '선이후난(先易後難)'과 '구동존이(求同存異)'의 대승적 합의라 할 수 있지만, 폭발력이 큰 정치·안보상의 뇌관은 여전히 잠복해있는 셈이다.

    ◇ 韓 주도로 3국 협력체제 복원한 것은 성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동북아 평화 협력을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2012년 5월 이후 3년 반 만에 손을 맞잡은 3국 정상은 3국 협력체제의 완전한 복원을 천명했다.

    이를 위해 3국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고 3국 협력기금(TCF) 조성, 정부간 협의체 확대 등 대화와 협력 장치를 강화했다.

    또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가속화하고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하는 등 경제통합의 단초를 마련한 것도 큰 성과다.

    이밖에 북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고 의미 있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하는 등 북핵 공조를 다진 것도 평가받을 만한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측의 주도적 노력으로 3국 정상회의가 재가동된 것에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 약소국인 우리나라가 외교적 입지를 키우기 위해서는 중·일 양국과 모두 원만한 사이인 점을 충분히 활용, 다자관계의 틀 속에 묶어놓는 지혜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한·중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 등 양자회담도 준비 과정에서 상당한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큰 차질을 빚지는 않았다.

    특히 한·중 정상회담에선 농담 섞인 대화가 오갈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중FTA 연내 발표 추진이나 중국에 대한 김치와 삼계탕 수출 등의 생산성 높은 논의가 오갔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일본 측이 우리나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에 관심을 표명하는 등 경제와 사회 교류 분야는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영 동서대 일본연구센터장은 "한일관계 전반을 볼 때 (이번 회담을 통해) 경색 국면에서 관리 국면으로 넘어간 것은 성과"라고 말했다.

    ◇ 위안부, 장기 미결과제 우려…과거사·영토 갈등 여전

    1일 있었던 한일중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 (사진=청와대 제공)

     

    성사 자체가 불투명할 정도로 준비 과정에 진통을 겪었던 한·일 정상회담은 예상대로 최대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법 도출에는 실패했다.

    한일 정상은 2일 회담에서 올해가 한일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전환점에 해당되는 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양측이 입장이 워낙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으로 미뤄 어쨌거나 파국을 막고 계속 협의를 이어가기로 한 것은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자칫 외교적 수사에 그칠 가능성이 우려된다.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의 가속화'라는 강조 어법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내용 면에선 실효성과 구속력이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일본학과)는 "'조기에'나 '가속화' 등의 표현은 나왔지만 이는 사실상 의견차가 심했다는 방증이며 위안부 문제의 해법을 무기한 연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측에서 사실상 양보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외교적 수사 차원의 '립 서비스'만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양 교수는 "최소한 현재의 국장급 협의를 차관급 협의로 격상시키거나 연내 타결 등 시한을 못 박는 등 뭔가 구체적인 방안이 나왔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언론브리핑에서 "(해당) 문안을 잘 음미하면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올해가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전환점에 해당되는 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설명은 사실상 위안부 문제의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합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디테일의 악마'라는 표현이 회자될 만큼 세부 조항을 깐깐히 따지는 게 외교가의 관행임을 감안하면, 이중적 해석이 가능한 합의는 언제든 파기될 위험을 안고 있다.

    특히 일본과의 외교관계에선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협상 등의 사례만 보더라도 문구 해석을 놓고 '뒷통수'를 맞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로 미뤄 볼 때 '국교정상화 50주년이란 전환점에 해당되는 점을 염두'에 둔다는 것과 '가능한 조기'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이를 '연내 타결 목표'로 연결짓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밖에 한·중·일간에 갈등을 빚고 있는 다른 영토 및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파열음이 발생했다.

    리커창 총리는 1일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을 겨냥해 "모두 다 아시는 이유로 3국 협력 프로세스가 지난 3년 동안 방해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역사문제를 비롯한 중대한 사안에 대한 공동인식은 상호 신뢰의 전제조건"이라 말해 아베 정부의 역사수정주의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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