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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물살 탄 백혈병 보상…시민단체 '반올림'만 반대 왜?



기업/산업

    급물살 탄 백혈병 보상…시민단체 '반올림'만 반대 왜?

    피해자가족 직접 협상 … 반올림 공중에 뜬 상태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사진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들이 조속한 백혈병 피해보상을 원하고 있지만 일부 시민단체들이 보상에 반대하고 있어 그 배경을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1일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 30명에게 백혈병 등 반도체 공장에서 비롯된 질병피해와 관련해 보상이 지연된 점을 사과하고 피해보상금을 첫 지급했으며 10월말까지 20명에 대해 추가로 피해보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보상의 재원은 삼성전자가 내놓은 보상기금 1000억원이다.

    보상규모에 대해서는 만족하는 피해자도 있고 불만을 표출하는 피해자도 있는 상황이다.

    ◇ 백혈병 피해자들 "삼성 사과 진정성 느껴"

    삼성직업병 가족대책위원회 송창호 대표는 25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백혈병 발병 및 보상과 관련해 문제를 빨리 처리하지 못한 점과 공장에서 피해를 당한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문제해결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가족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족들을 만나 보니 사과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어느 정도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것이 가족들의 반응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백혈병 문제가 불거진 지 만 8년 협상이 시작된 지 2년 10개월만에 첫 보상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문제를 오래 끌어 좋을 것이 없는 삼성전자와 오랜 세월 정신적.물질적 고통을 겪어온 피해 가족들의 견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에 따르면 피해자 가족 90명이 피해보상을 신청한 상태이고 올 연말이나 내년초쯤 1차 보상이 완료될 것으로 알려지는 등 피해보상은 급물살을 타고 있고, 삼성전자 반도체라인의 백혈병 사태도 해결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민단체인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는 피해자와 가족들이 삼성으로부터 보상을 받는 걸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삼성직업병 가족대책위 한 관계자는 "반올림이 가족들에게 보상을 받지 말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삼성 서초동 사옥 (사진=자료사진)

     

    ◇ 반도체 백혈병 사태 해결의 변수는 '시민단체'

    병으로 오랜 세월 곤궁하게 살아온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겠다는데 시민단체가 나서 보상에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CBS노컷뉴스는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손진우씨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손진우씨는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를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피해당사자에게 구체적인 피해사실에 대한 사과가 확인이 안되고 있다. 마음에 와닿는 사과가 필요하다"고 문제삼았고 보상문제와 관련해서는 "조정위에서 공익법인을 만들어 보상절차를 논의하기로 했지만 현재 삼성이 일방적으로 보상위를 설치해 (자기들)입맛에 맞게 보상중이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보상을 받고 싶어한다'는 질문에 대해 "당장 치료비가 곤궁한 분들이 있고 생계 자체가 어려운 분이 있다. 곤궁한 피해자는 저희에게 보상을 받겠다고 전화를 해온다"면서도 "삼성이 조정위 권고안을 안 지키면서 피해자들이 보상을 원하는 것 처럼 얘기하는 건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반올림은 절대 물러나지 않을 태세다.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앞에서 매일 릴레이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CBS확인 결과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집회를 이어간다는 계획 아래 한 달(28일) 단위로 무더기 집회신고를 내고 있다.

    ◇ 반올림 핵심요구 = 공익법인 & 추가재원

    '사과, 보상, 재발방지를 제대로 하라'는 반올림 요구의 핵심은 ▲반올림을 보상.재발방지 논의 당사자로 대우하라는 것 ▲반도체공장 노동환경 개선 ▲공익법인(사단법인) 틀 속에서 재발방지 논의 ▲삼성전자의 재발방지 재원 추가 부담 등이다.

    이와관련해 활동가 손진우씨는 '삼성측에 연 이익의 0.05%를 추가로 내놔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지금 상황으로 보면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고 기금으로 다 충당하지 못하면 조금 더 필요한 비용이 있을 것"이라며 "이 안을 조정위에 전달했지만 본격 논의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반올림의 추가 재원요구과 재단설립은 조정위 활동이 중단되는 직접 원인으로 작용했다.

    시민단체 반올림과 함께 해오던 피해자들(8명) 가운데 6명은 이번 사태 해결에 적잖은 노력을 기울여 온 반올림의 공로에도 불구하고 오래전 반올림과 사실상 결별했다. 이유는 반올림 활동가들이 피해자들의 현실적 고통을 해결해주지 못하고 지나치게 완벽한 해결책만 추구해 온 탓으로 분석된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교섭단과 피해자 가족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가족대책위, "반올림은 너무 이념에 치우쳐"

    오죽했으면 반올림으로 보상을 신청한 사람들 가운데 보상을 받은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A피해자는 "지금껏 피해자들을 위해준 사람은 반올림 뿐이었다. 그러나 너무 이념에 치우쳐 보상진척이 안되니까 반올림에서 이탈하게 되고, 일부 피해자가 반올림과 결별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보상이 안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생각은 명확하다. 모든 걸 해결하기 위해 모든 걸 차일피일 미룰게 아니라 하나씩 하나씩 해결가능한 것부터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다. 가족대책위 송창호 대표는 "반올림은 재단만 갖고 얘기를 한다. 재단이 되면 모든게 다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우리와는 좀 안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원하는게 뭔지 반올림이 가족들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는게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올림이 가족들과 동떨어지게 된 데는 재단의 운영방식에 대한 이견도 작용했다. 공익재단은 애당초 가족들이 제시한 안이었는데, 조정위 단계에서 공익재단→사단법인으로 변질됐고, 운영주체도 당사자 중심에서 이사회 구성으로 선회하면서 피해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피해자들은 보상방식도 기금 1000억원의 공익재단 출연이 아닌 삼성전자가 직접 보상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 삼성전자, "매년 영업익 0.05% 추가 요구 수용불가"

    사태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나도록 해결의 실마리 조차 찾지 못하자 삼성그룹은 피해자 가족과의 직접 협상의 길을 택했고 가족들이 이에 호응하면서 반올림은 공중에 뜬 상태가 됐다. 지나치게 명분에 집착한 나머지 상당수 가족들로부터 지지를 잃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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