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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 유신정권과 '판박이'



정치 일반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 유신정권과 '판박이'

    • 2015-10-19 04:00

    79년 교과서 "비능률 없애고 단합" 90년엔 "자유민주주의 변질시켜"

    (사진=자료사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40여년 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정화 과정과 빼닮았다. 박 전 대통령인 주장했던 '올바른 국가관'은 지금에 와서는 '올바른 역사'로 부활했다.

    당시 청와대가 "유신 정신을 반영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주면서 유신 체제에 대한 미화가 이뤄진 점은 앞으로의 국정화 과정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이미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독재'라는 표현은 사라졌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0월 13일자 '초등 국정역사교과서 보니…박정희 3선 개헌, '새롭게 헌법 고쳐'로 순화' 참조)

    유신에 대한 평가가 정권에 따라 '극과 극'으로 엇갈리면서 학생들에게 큰 혼선을 줬다는 점에서 국정화 추진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 "유신 정신 반영하라"는 지시로 왜곡된 국정교과서

     

     

    CBS노컷뉴스가 18일 입수한 '국사교과서의 국정화방안보고'(1973년 6월 9일)라는 제목의 박정희 정권 시절 문서를 보면, 당시 문화교육부(현 교육부)는 "일본 식민지 정책이나 우리의 이타성에 의하여 왜곡되고 타율적인 이제까지의 역사관은 시급히 청산되어야 한다"며 국정화 추진을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5가지의 개편 지시를 했는데, 제일 먼저 언급된 내용이 '유신정신 반영'이다. 두번째 항목은 '새마을, 수출증대, 교육재료 보강'이다.

    '급변하는 국제사회에 적응' 등의 내용도 있지만, 국정화의 주요 목적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에 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당시 문교부는 '현행 검정교과서 저자 및 발행업자의 반발 예상'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인세 상당액(연간 750만원)의 학술 연구 조성비를 지급'을 제시했다. 가칭 '국사교육 연구회'를 구성하는 방안이다.

    무력을 앞세운 정권인 만큼 국정화는 큰 논란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유신을 갖가지 미사여구로 포장한 교과서가 나왔다.

    1979년 발행된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에는 유신에 대해 "모든 비능률과 낭비를 없애고, 우리에게 알맞은 제도를 창안하여 전 국민이 굳게 뭉쳐 일할 수 있게 해 보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 정신에 의해 개정된 것이 유신헌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990년(노태우 정권 시절) 고등학교 교과서는 정반대의 평가를 내렸다. "유신체제는 능률을 극대화하고 국력을 집약한다는 명분아래, 자유민주의 체제를 변질시킨 권위주의 체제였으며 이것은 민주 헌정체제로부터 이탈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교과서는 또 "특히 대통령의 권한으로써 좌우할 수 있는 통일주체 국민회의가 대통령을 선출함으로써 대통령 종신집권을 가능하게 하였다"며 유신헌법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기술했다.

    유신정권에서 무리하게 국정화를 실시하고 왜곡된 내용을 실으면서 '가장 훌륭한 제도였다'고 교육을 받았던 초등학생은 고등학교에 가서는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변질시켰다고 배워야 했다.

    ◇ 43년 만에 부활한 '올바른 국가관'

    국정화 과정에서 청와대의 의중을 반영해 교육부(박정희 정권때는 문교부)가 총대를 메고 있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애초 국정화에 대해 미온적이던 교육부는 결국 역사교과서 국정화라는 '과업'을 적극 추진하게 됐다.

    국정화의 계기 역시 판박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발언이 당시 국정화의 신호탄이 됐던 것처럼 이번 국정화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40여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역설했던 '올바른 국가관'은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의 입에서도 여러 차례 강조됐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972년 3월 24일 전국교육자대회에서 "우리의 교육도 이제는 외국의 교육행태를 모방 추종하는 데에서 탈피하여 국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올바른 국가관에 입각한 교육을 지향해야 할 때가 왔다"며 "우리 교육이 국적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78년 12월 5일에도 역시 전국교육자대회에서도 "유위유능한 인재란 올바른 국가관을 갖고 고유의 미풍약속과 전통을 문화를 지키고 가꾸며 유구한 민족사적 정통성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데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며 올바른 국가관을 역설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0주년 광복절 중앙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광복절에 "우리 국민들이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유신을 미화한 국정교과서를 낳은 '올바른 국가관'이란 말이 40여 년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RELNEWS:right}

    이후 올바른 국가관·역사관이란 말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입에 오르내리더니 결국 역사교과사 이름을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역사가 '올바른'지 여부를 정권이 판단한다면 또다시 왜곡된 내용의 교과서가 나올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은 "교과서 국정화는 학교 교육을 정치적 지배이념의 재생산도구로 전락시킬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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