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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든 탑이 무너지랴…스무 살 BIFF의 어제와 오늘



영화

    공든 탑이 무너지랴…스무 살 BIFF의 어제와 오늘

    [백 투 더 BIFF ①] 금기된 영화들의 장…이제는 아시아 변방에 주목

    참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성인식이었다. 혹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성공적으로 자존심을 지켜냈다. 폐막식 이후 일주일 넘게 흐른 지금, 뜨거웠던 열기는 식었지만 과정이 어려웠던만큼 영화제의 족적은 더욱 뜻깊게 남았다. 파격적인 시작을 알린 제1회부터 아픔을 겪고 성숙해진 현재까지. CBS노컷뉴스는 이명희 영화 평론가와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를 되짚어보는 연속 보도를 준비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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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공든 탑이 무너지랴…스무 살 BIFF의 어제와 오늘
    (계속)

    국가적 자랑거리이며 한류의 원천인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는 20돌을 맞이해 더욱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야 마땅했다.

    그러나 외압 소문과 예산 삭감 등으로 어수선했고, 영화진흥위원회나 부산 지자체는 20회 영화제를 지원하기는 커녕, 통제하고 규모를 줄이려 했다는 역사를 남기게 되었다.

    소문에 따르면 중국이 600억원을 들여 베이징이나 상하이 영화제를 아시아 최고로 만들려는 노력과 함께 영화마켓에서 차이나 머니의 공세를 강화하는 반면, 중국에 비해 터무니없는 예산으로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서의 위력을 과시했다.

    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아시아 변방의 영화제, 세계의 중심에 서다

    부산영화제의 이러한 성공은 이용관 집행위원장,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 전양준 아시아필름마켓 위원장 3인방의 환상적인 조합이 이루어낸 결과다.

    20년 전 영화진흥위원회(당시 영화진흥공사) 직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일했던 시절, 한국영화의 수출은 없었다. 차츰 부산영화제를 통해 세계에 알려진 한국영화는 본격적으로 수출되기 시작했으며 한류를 불러왔다.

    김동호 전 위원장을 필두로 당시 한국영화프로그래머였던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한국영화의 세계적 입지를 세운 역할을 했고, 아시아 영화프로그래머였던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영화의 가장 중요한 플랫폼으로 자리잡게 했다. 전양준 아시아필름마켓 위원장은 세계영화 프로그래머로 활약하며 서구 영화제와 영화인들의 관심을 부산에 집중하게 했다.

    부산영화제는 그 어느 기관도 하지 못한 창조적인 일을 단기간에 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한국영화산업과 문화외교의 중심으로 순식간에 자리잡았다.

    1996년 9월 처음 열린 영화제에서 관객과 자원봉사팀을 이루는 젊은 층이 보여준 생동감과 전문성은 외국 게스트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영화제 개최 당시 북한 무장간첩 사건이 보도되기도 했는데, 남포동 주변을 둘러싼 영화제의 열기에 매혹된 세계 영화인들은 그러한 뉴스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내에 일본영화가 금지된 시절이었지만 영화제에서만은 볼 수 있었기에 큰 화제였고, 중국에서는 금지된 독립영화도 부산에서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커온 부산영화제가 20회를 맞아 겪은 어려움에 세계 영화인들은 서슴없이 위로와 지지를 표시했다.

    이번 영화제를 우려와 달리 성공적으로 치르게 된 데는 국내영화인들이 보여준 돈독한 유대,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이들이 20년에 걸쳐 쌓은 업적 덕택이다. 올해에는 새로 임명된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의 부지런한 활약도 더해져 영화제는 경쾌한 빛을 발했다.

    영화제 초기에는 일종의 구심점이 있어서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식구처럼 정겨웠다. 대형화된 지금은 빈틈없이 분업화된 기업 조직같다는 점, 영화의 전당 자체가 너무 거대하고, 취재 활동을 위해 시간을 많이 허비해야 할 정도로 공간이 흩어져 있는 점 등이 불편하고 달라진 점이랄까.

    '아시아 필름마켓'이라는 영화비즈니스의 중요한 장이 자리잡은 것도 달라진 점이다. 올해 아시아 필름마켓에는 200개가 넘는 업체들이 세일즈부스를 차렸고, 마켓스크리닝의 마켓 프리미어는 60편에 달했다. 명실상부한 세계영화, 특히 아시아 영화의 가장 총체적인 전시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번에는 개봉을 앞둔 대작과 흥행작, 혹은 영화제가 끝나면 보기 힘든 영화가 골고루 섞여서 72개국에서 온 302편이 소개되었다. 그 가운데 세계최초상영(월드 프리미어)작이 94편이나 된다는 점에서 부산영화제의 위상을 알 수 있다. 훌륭한 작품이 너무나 많아서 어떤 영화를 볼 것인가, 난감하고도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되는 곳이다. 그 중심에 있었던 부산영화제가 주목한 영화제 수상작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위부터 영화 '호두나무'와 '아야즈의 통곡'의 스틸컷(사진=부산영화제 제공)

     

    ◇ 20주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선택한 영화들

    뉴커런츠 경쟁부문의 수상작은 '아야즈의 통곡'과 '호두나무'다. '아야즈의 통곡'(하디 모하게흐 감독·이란)은 피프레시(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도 수상하면서 이란영화의 저력을 과시했다.

    버스사고로 모두 죽고 혼자 살아난 버스 운전수 노인 아야즈는 죄책감으로 절망과 침묵그리고 죽음을 가까이 한다. 죄책감에 시달리는 그의 고통을 미학적 풍경과 절제미 속에 담아낸 수작이다. 이란의 자연과 풍광 속에 구불구불한 길이 가진 의미와 조형미가 돋보인다.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여러 방법을 통해 죽음에 다가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이란의 자연 속으로 동화되어 가는 과정이다. 동시에 그를 보살피고 죽지 않게 하려는 손자의 노력이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움직이지 못할 만큼 쇠약한 노인이 자신의 코로 기어오르는 개미를 참지 못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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