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식(사진=레인보우브릿지월드 제공)
래퍼 베이식(Basick, 본명 이철주)은 국내 힙합계에 뭔가 큰일을 낼 것만 같았다. 2007년 첫 등장부터 팔딱 뛰고 활력 넘치는 결과물을 내놓았고, 단숨에 주목받는 루키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날카로우면서도 센스 넘치는 그의 라임과 플로우는 힙합 팬들을 열광케 만들기 충분했다.
베이식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잘 나가던 크루 중 하나인 지기펠라즈에 들어갔고, 이노베이터와 힙합듀오 더블 트러블을 결성하며 왕성하게 음악 활동을 이어간 것.
하지만 그게 오버 페이스였던 걸까. 큰일을 낼 줄 알았던 이 루키는 점차 활동이 뜸해졌고,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그렇게 베이식은 대중의 뇌리에서 지워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베이식이 TV에 얼굴을 드러냈다.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4'에 출연한 것이다. 한때 잘 나가던 그가 참가자 자격으로 출연하는 것도 흥미로운데, 그간 평범한 회사원으로 지내왔다니. 심지어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라고 생각했으나 덜컥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래퍼에서 회사원 이철주로, 다시 '쇼미더머니' 우승 래퍼가 된 남자. 파란만장한 삶을 택한 베이식을 만났다.
(사진=CJ E&M 제공)
Q : '쇼미더머니4' 우승을 축하한다. 이제 꿈에서 조금 깬 기분인가.
A : 원래 꿈 같고 그러지는 않았다. 사실 크게 바뀐 건 없고, 알아봐 주시는 분들은 많이 늘었다. 종영 후에는 이래저래 바빠졌다. 그래도 심적으로는 여유를 조금 찾은 것 같다.
Q : 우승 상금이 1억 원이라니 부럽다. 잘 받았나.
A : 우승 상금이 1억 원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총 상금이 1억 원이더라. 중간 중간 경연비까지 다 포함하는 거지. 나도 끝나고서야 알았다. 다시 보니 MC 보던 (김)진표 형이 '총 상금'인 걸 항상 강조했더라. 하하. 여기저기 한턱 쏴야 할 일이 많은데 큰일이다.
Q : '쇼미더머니4'에 출연해본 소감은.
A : 나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다. 일반 회사에 다니던 내게 다시 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니까. 악마의 편집 희생자도 아니었고, 우승까지 했으니 나에게는 좋은 것만 해준 프로그램이다.
Q : 불만의 목소리를 낸 래퍼들이 많은데.
A : 의도했던 바와는 다르게 편집돼 방송에 나온 부분들이 있으니까. 스눕독과 함께했던 미션은 기획 자체가 미흡하기도 했고.
Q : 괜찮은 프로그램이라고 보나.
A : 개인적으로는 '쇼미더머니'가 한국 힙합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제작진이 힙합을 100%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시즌4까지 오면서 출연자와 무대 퀄리티가 발전해오고 있지 않나. 물론 아쉬운 점들은 아직 많지만.
사실 '쇼미더머니'를 욕하시는 래퍼 분들이 많은데, 한 번 나와서 정말 멋진 걸 보여주셨으면 한다. 정말 멋진 힙합이 분명히 있다. 그런 걸 보여주셨으면 한다. 난 그러지 못한 것 같다.
Q : '괜히 나왔나?' 했던 적은 없나.
A : 난 그만두고 싶은 적은 없었다. 계속 미션이 주어지니까 힘들기는 했지. 계속 음악을 해왔으면 모르겠는데, 써놓은 가사가 부족했으니까. 또 내가 6월 말까지 회사를 다녀야 했다. 그리고 아이도 있으니 매번 미션을 준비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Q : 얻은 것과 잃은 것을 꼽자면.
A : 모두가 그렇겠지만, 인지도를 얻었다. 이름을 알린 게 가장 크다. 반면 건강을 잃었다. 하하. 사실 우승한 마당에 아쉬운 소리하는 것도 웃기다.
Q : 출연 도중 새 소속사를 찾았다.
A :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을 때만해도 우승까지 갈 줄은 몰랐다. 사실 임상혁 프로듀서라는 분과 친한데, 출연 전부터 나를 꼬셨다. 하하. 그렇게 김도훈 작곡가가 대표로 있는 지금의 소속사를 소개시켜줬다.
Q : 걸그룹 마마무의 소속사로 알려진 곳인데.
A : 솔직히 나는 힙합 뿐 아니라 가요, 뽕짝, 댄스 다 듣는다. 김도훈 작곡가는 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낸 대단한 분 아니냐.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Q : 과거 이야기를 해보자. 왜 갑자기 힙합을 그만두었나.
A : 아마 2011년부터 활동을 제대로 못 했을 거다. 중간 중간 피처링을 하고 결과물을 내놓긴 했지만, 학업에 열중했다. 2013년 말,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됐을 때 취직을 해야하나 음악을 해야하나 고민이 컸다. 이미 대중에게 잊힌 부분도 있었고, 결혼 이야기도 나오던 시기라 취직을 택했다.
Q : 모 스포츠 브랜드 회사에서 일했다던데.
A : 재미있었다. 원래 마케팅을 전공했다. 하지만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고충이 있었고, 음악에 대한 미련도 컸다. TV에서 '쇼미더머니'가 하는데, 같이 힙합했던 친구들이 잘 되는 걸 보면서 의욕이 샘솟더라. 물론 회사에서는 많이 말렸다. (웃음). 나중에는 우승까지 하니 놀라시더라.
Q : 유부남 래퍼다. 일탈적인 가사를 쓰긴 쉽지 않겠다.
A : 맞다. 여자 이야기는 할 수가 없다. 하하. 이별 노래는 괜찮은데, 아이까지 있으니 일탈을 꿈꾸는 가사를 쓰긴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다.
Q : 대부분 '쇼미더머니4' 이후 베이식을 알게됐다. 이전 작업물 중 소개해줄 만한 곡이 있다면.
A : 2곡 정도 생각난다. 우선 2013년에 팔로알토 형과 함께한 'Nice Life'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곡이고, 팔로알토 형은 그 곡이 수록된 앨범으로 상도 탔다.
또 하나는 'Boss'라는 곡이다. 달달한 노래인데, 내 노래 중 힙합 팬들에게 많이 언급되고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