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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심 의원,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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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로마 장군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루비콘 강을 건너기 직전, 출렁이는 강물을 바라보며 결의에 찬 말을 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카이사르는 자신이 이끄는 군대가 루비콘 강을 건너면, 로마 국법을 어기는 것이 되고, 내전(內戰)으로 치닫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루비콘 강을 건너는 순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목숨을 건 중대 결심이었다. 카이사르는 루비콘 강을 건넜고, 싸워 이겼다. 로마를 함락시키고 정권을 장악해 황제가 되었다.

    국회윤리특별위원회가 심학봉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일과 카이사르가 '주사위가 던져졌다!'고 외친 것과 무슨 상관이이냐고 의아해 할 독자들도 있을 것 같다. 카이사르가 로마황제에 오른 것은 루비콘 강을 건너기 직전에 내린 냉철하고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외치지 않았다면 카이사르의 로마제국은 불가능했다. 그는 루비콘 강을 배수의 진으로 하고 건넜다. 다시는 강을 건너 돌아올 수 없다는 결심을 하면서 전투에 패하면 루비콘 강물에 빠져 죽을 각오를 했을 것이다.

    심학봉 의원 (사진=자료사진)

     

    심 의원은 누가 보아도 결단의 시기를 놓쳤다. 실기(失機)한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기원전 49년 로마제국의 황제와 비교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한 인간이 백척간두 위기에 처했을 때 내리는 '결단'은 그 이유가 크건 작건 다르지가 않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일이나, 기업과 가정의 명운이 걸린 일, 개인의 목숨과 미래가 걸린 일, 명예가 걸린 일 모두가 똑같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회는 말할 것도 없고 당사자인 심 의원도 시기를 놓쳤다. 국회윤리특별위원회가 심의원 제명안을 통과시킨 것이 사건 발생 50여일 만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그 기간 동안 당사자인 심 의원은 소속 정당에서 탈당을 했을 뿐, 의원직을 유지한 채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자신의 명예와 가족의 명예, 지역구민들의 명예, 나아가 대한민국 국회의 명예를 생각했다면 벌써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았어야 했다. 대한민국 국회 역사상 제명당한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 한사람뿐이었다. 박정희 독재정권에 반기를 들다가 강제 제명당했다. 이제 김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제명될 위기에 처한 심의원은 정권에 맞서다 명예로운 제명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회기 중 대낮에 호텔에서 불미스런 일을 저지른 때문에 제명당할 위기에 놓여있다. 불명예 제명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버티고 있는 것을 보면 머리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국회라고 다를 것이 없다. 국회는 심 의원 사건에 대해 국민 정서를 염두에 두어서라도 서둘러 윤리특별위원회를 소집해 심의원에 대한 제명을 결단했어야 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50여일 만에 제명의 의결하고는, 자화자찬하는 모습이 씁쓸하다. 어쨌든 심 의원과 국회 모두 실기했다. 때를 놓쳤으니 이제 망신당할 일 밖에 남지 않았다. 심한 말같이 들릴지 몰라도 심의원은 제명을 당하면 수치요, 기사회생으로 살아남는다 해도 구차할 뿐이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제명을 시켜도 망신이고 용케 살려주어도 망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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