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경쟁이 과열되는 비즈니스 세계, 긴장하는 것은 ''을(乙)''인 보통 직장인뿐만이 아니다. 기업인 ''갑(甲)''도 좀더 좋은 직장문화 조성에 힘쓰고 있다. 회사가 무능하면 인재를 놓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업문화는 아직도 경직되거나 비합리적이어서 유능한 인재들뿐만 아니라 보통 직장인들까지도 뒤흔들고 있다. 심지어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한 대리는 작은 신문사에 기자로 입사했다. 그런데 회사에서 그가 기획에도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가끔씩 기획 업무를 맡기더니, 나중엔 아예 전담시켰다. 몇 해가 지나자 글쓰기 능력은 현저히 떨어져 기자로서의 이직은 더 이상 꿈도 꿀 수 없게 되었다.
지 대리는 회계학과를 나와 생명보험회사에 입사했다. 유능한 재무 담당자가 되는 것이 장기계획이었던 그에게 회사는 외모가 출중하다는 이유로, 독단적으로 비서실에 배속했다. 비서생활 5년째. 전공을 살려 회계 쪽으로 부서를 옮길까 해도, 적지 않은 나이에 처음부터 일을 다시 배우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내가 만난 ''을''들은 하나같이 개인의 개성과 고유한 능력을 무시하는 직장의 처사에 불평을 터뜨렸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직장이 을을 무력화시킬수록 을은 더욱더 강해지더라는 것이다. 때로는 그 과정에서 자신도 몰랐던 숨은 능력을 발견하기도 한다.
한 대리는 글 쓰는 능력 대신 기획력을 키웠고 지 대리는 대인관계의 스킬을 익히고 인간관계의 띠를 넓힐 수 있었다. 즉 기업이 부리는 횡포는 직원에게 단련의 기회이자 새로운 가능성의 발견일 수도 있는 것이다.[BestNocut_R]
하지만 이를 기회로 삼느냐 삼지 않느냐는 전적으로 을에게 달려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과 상황을 기회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뛰어들 때만이 강해질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무기력하게 소모될 뿐이다.
뉴질랜드의 상징인 키위새는 새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날지도 못하고 앞도 잘 보지 못한다. 현실에 안주한 탓이다. 뱀과 같은 천적은 없는 반면, 먹이는 풍부한 곳에 살다 보니, 날개와 눈을 도통 사용하지 않아 퇴화해버린 것이다.
을도 자신을 끊임없이 담금질하여 역량을 갈고 닦지 않으면, 키위새 꼴이 되기 십상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조차 잘 모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능력과 재주가 있다. 절대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지 마라. 자신을 채찍질하라. 그것이 ''을의 생존법''이다.
제공 ㅣ 을의 생존법(쌤앤파커스)
※글쓴이 임정섭은 세계일보, 경향신문, 서울신문 등에서 오랫동안 기자로 활동했다. 인터넷 신문사 (주)파이미디어의 대표이자 칼럼니스트며, 재테크와 자기계발을 위한 석세스 프로그램 사이트 ''아이엠리치''의 주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