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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디, 유럽 '철문' 활짝…난민들 '유러피언 드림' 이룰까?



유럽/러시아

    쿠르디, 유럽 '철문' 활짝…난민들 '유러피언 드림' 이룰까?

    지난 주말 독일에만 2만명 입국… 유럽 국가들 난민 수용에 부담느껴

    시리아 난민 아일란 크루디 추모 일러스트 (일러스트=트위터 갈무리)

     

    지난 2일 터키 보드룸 해안가로 쓸려 온 한 시리아 꼬마 난민의 시신이 전세계에 경종을 울린 지 며칠 만에 서방 주요국들이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다. 3살배기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을 계기로 SNS 상에는 '파도에 쓸려간 인류애(humanity washed ashore)'라는 애도의 글이 봇물을 이뤘고, 마침내 유럽 각국의 국경을 열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지난 5일(현지시간) 헝가리에서 오는 난민들을 제한없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로 이날 하루에만 1만여명의 난민들이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왔고, 일부 잔류자를 제외한 8천여명은 독일 땅을 밟았다. 독일 시민들은 뮌헨역에서 '환영한다'는 플래카드로 반겼다. 이에 화답하듯 난민들은 '고맙습니다, 독일' 등의 메시지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주말 동안 독일에 입국한 난민은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난민을 수용하려는 국제사회의 행렬은 비유럽권 국가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콜롬비아에 이어 칠레의 에랄도 무노스 외무장관은 6일 "인도주의적인 방안에서 시리아 난민가족을 받아들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케이 뉴질랜드 총리도 시리아 난민수용을 위한 긴급 법안을 7일 제안하겠다고 공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바티칸 미사를 통해 유럽내 모든 카톨릭 교구와 공동체, 기관들에게 난민을 즉각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교황은 바티칸 내 2개 교구가 조만간 난민 두 가구를 받아 모범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유럽 내 모든 교구가 난민 한 가구씩을 받을 경우 최소한 10만 명 이상이 거처를 마련할 수 있어 파급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전과 IS(이슬람국가)의 학살을 피해 탈출한 시리아 난민이 서방의 주요국가에 도착하기까지는 목숨을 담보로 한 험난한 과정이 기다렸다. 시리아에서 터키로 건너간 뒤 쪽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넌다. 작고 낡은 배에 정원의 10배를 넘는 난민이 탑승하는 일이 비일비재여서 최근 1년 새 3천5백여명이 익사사고로 숨졌다. 운좋게 그리스에 도착하면 마케도니아와 세르비아, 헝가리로 향하는 긴 여정을 거쳐야 하는데 육상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헝가리와 오스트리아 국경 부근에서는 난민 70여명이 질식사한 냉동트럭이 발견된 바 있다.

    3살 꼬마 난민 쿠르디의 죽음이 일파만파로 유럽의 문을 열면서 독일·오스트리아 등으로 이동하기 위해 기차에 탑승하는 시리아 난민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꼬마의 시신이 허문 국경, 지속가능할까?

    3살 꼬마의 시신은 인도주의가 휩쓸려간 현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며 전지구적 반성을 불러일으켰다. 유럽의 국경을 열었고, 난민 입국을 허용하는 국가의 동참은 비유럽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지속가능할까? 올해 독일로 들어오려는 난민신청자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유엔난민기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2011년 내전 발발 이후 시리아를 떠난 난민은 4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발칸반도를 통해 EU로 진입하려는 난민의 거의 절반은 시리아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당장은 난민 지원에 적극적이지만 입국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경우 감당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오스트리아는 난민입국을 허용한 지 하루 만에 이미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베르너 파이만 총리는 6일(현지시간) "난민 입국 허용은 긴급조치였고, 점차 중단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은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뒤 유엔난민기구(UNHCR)로부터 난민 1만7천명을 받아들이라는 권고를 받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침투 가능성을 내세워 지금까지 10분의 1 수준만 허용하는데 그쳤다.

    독일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 주도로 난민을 분산 수용하는 이른바 '난민 쿼터제(할당)'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동구권 국가가 반대하고 나서 유럽사회는 난민사태를 놓고 동서갈등의 조짐이 보인다.

    ◇국제법의 한계…난민 협약 '종이조각'에 그쳐

    {RELNEWS:right}다자조약인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은 인종이나 종교, 국적 등의 이유로 박해를 받게 될 것을 우려해 자국을 떠난 자에게는 안식처를 제공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난민조약에는 난민자격을 인정하기 위한 강제 규정이 없다. 난민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개별 국가의 국가주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국가들은 '난민 역시 자국민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어 난민수용에 거부감을 보였다. 또 왜 EU만 난민 문제를 다 떠안아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인도주의에 입각해 모두 받아들이라고 요구하기에는 난민의 숫자가 너무 막대하다는 딜레마도 있다. 시리아 난민 중에는 정치적 박해가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쫓아 탈출대열에 합류한 숫자도 상당할 것이다. 이들을 제대로 가려내는 것도 과제다.

    그러나 시리아 난민사태는 불안한 중동정세와 서방세계의 무관심, 그리고 국제기구의 무능에도 책임이 있다. 제2의 쿠르디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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