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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여대생의 억울한 죽음, 공소시효 덫에 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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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제공

     

    1998년 10월 정은희 양은 대구 구마고속도로 위에서 23톤 트럭에 치여 사망했다. 당시 유가족은 은희 양이 사고 전 성폭행을 당했을 거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사건은 의문점만 남긴 채 단순 교통사고로 종결됐다.

    "당시 경찰들이 ‘채소 장사하는 주제에 니가 뭐 안다고 부검감정서 볼 줄도 모르면서 우리가 교통사고라 하면 교통사고인 줄 알지.’라고 했다." -故 정은희 양 아버지 인터뷰 중

    그러나 사고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은희 양의 속옷에서 남성의 DNA가 검출됐다. 하지만 DNA와 일치하는 사람이 없어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그로부터 15년 만인 2013년 6월 DNA 일치자를 찾으며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DNA 일치자는 놀랍게도 당시 대구의 한 공단에서 일했던 스리랑카인 K였다.

    “우연히 다른 사람이 11개의 유전자에서 똑같은 유전자(특성)를 가질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는 거죠. 같은 사람일 확률이 99.99999...%, 9가 16개인 거죠.” -서울대 법의학과 이숭덕 교수

    하지만 1998년 일어난 성범죄는 이미 10년이라는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그 죄를 묻기 어려웠다.

    검찰은 은희 양의 현금과 소지품이 사라진 사실을 포착,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도강간죄’로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스리랑카인 K에 대해 무죄 선고를 내렸고, 지난 11일에 열린 2심에서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범인을 뻔히 잡고도 벌할 수 없는 사법제도의 약점을 보여주는 사건이죠.” -범죄 심리전문가 이수정 교수

    “15년 전 일을 매우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까지 기억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2심 판결문 中

    학생증의 마지막 증언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외국인 보호소에 있는 K를 만날 수 있었다. 그날의 진실을 묻는 제작진에게 K는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

    그런데 당시 K가 일하던 공단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K뿐만 아니라 두 명의 스리랑카인 용의자가 함께 여대생을 성폭행했고, 현재 그 용의자들은 스리랑카로 돌아간 상태라는 것이다.

    2014년 열린 1심에서 당시 공단에서 떠돌던 소문을 들은 스리랑카인이 증인으로 섰지만, K의 죄를 입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오래된 과거에 전해 들은 이야기를 기억에만 의존해 진술한 전문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런데 검찰과 경찰은 전수조사 끝에 새로운 증인을 찾아냈다. 그는 K의 보복을 두려워했고 신변보호를 위해 ‘홍길동’이라는 가명으로 법정진술을 했다.

    어렵게 제작진을 만난 ‘홍길동’은 조심스럽게 그날의 일을 제작진에게 털어놓았다. ‘홍길동’은 놀랍게도 15년 전 일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사진이 하나 있었어요. 아가씨 사진 하나, 학생 사진…."

    오는 29일 오후 11시10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999회)는 15년 전 숨진 故 정은희 양의 억울한 죽음을 통해 현 사법제도의 한계와 공소시효의 덫에 걸린 정의를 바로잡는 방안을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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