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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레저

    "비법이 어딨노, 맛있게 먹어주면 좋재~" 부산 3色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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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에서 수년간 파견근무를 하며 입맛 때문에 곤욕을 치른 한 지인은 V 프랜차이즈 1호점이 부산에 상륙했단 소식을 듣고, 차로 반나절을 달려가 ''''눈물을 흘리며'''' 밥을 먹었다고 했다. 처가가 부산인 본사의 이 아무개 부장은 ''''장모가 전라도 사람 아니었음 결혼 안 했을 것''''이라 단언했다. 또 나름 미식가인 한 벗은 전 세계 곳곳에 체인점을 거느린 M사 햄버거마저 ''''부산 것만 맛이 없더라''''고 쐐기를 박았다.

    주변의 이 같은 ''''맛''''에 대한 항의(?)성 멘트가 고향이 부산인 기자의 자존심을 건드려왔던 터. 그래서 찾아봤다. 부산 토박이 손맛으로 대박 난 3色 맛집!

    국수

     

    ''''싼 게 비지떡? 모르는 말씀!'''' 용호동 양푼이 국수집

    용호 1동 남부운전면허시험장 옆. 초여름 방불하는 날씨에 국수 삶는 열기로 가득한 한 평 남짓 국수집.

    주인의 별다른 양해가 없어도 알아서 합석을 하고, 그나마도 자리가 없으면 대로변에 몇 분씩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영업시간 내내 문전성시를 이룬다.

    보통 1500원·곱빼기 2000원. 가격이 참 착하다 싶지만 국수 한 그릇 받아들고보니, 맑은 다싯국물에 하얀 국수면발, 삶은 부추 한 줌이 재료의 전부다.

    ''''역시나 싼 게 비지떡인가'''' 싶어 국수 한입 건져먹으니 ''''어라!'''' 양념장 없이도 감칠맛이 일품이다. ''''작은 통은 매운양념, 큰 통은 양념간장'''' 친절한 안내문에 입맛에 맞는 양념장 한 숟갈 풀어 이번엔 후루룩 국물 마셔보니 대파 아삭아삭 씹혀 짭쪼름한 가운데 깊은 맛이 더해진다.

    하수점(62) 하순점(59) 하희선(42) 세 자매가 불과 2년 전 시작한 양푼이 국수집. 초기엔 하루에 손님 한두 명이 전부인 날도 많아 가만히 앉아 있다 졸기 일쑤였다고.

    그러던 중 손재주가 좋은 둘째 동생 순점 씨가 직접 농사지어 만든 열무김치가 국수보다 먼저 손님 입맛을 사로잡아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해 지금은 주말이면 조카들까지 나와 가게 일을 도울 만큼 ''''대박가게''''로 자리잡은 것.

    국수 삶는 데 여념이 없는 하수점 씨에 ''''맛의 비법''''을 물어보니 ''''국수에 비법이 어딨노, 그냥 만드는데 먹고 가는 사람이 맛있다카면 고맙지'''' 한다. 그러고도 ''''국내산 남해안 좋은 멸치 써서 맛있나…'''' 하고 되묻는다.

    밀가루 포함해 생필품 가격 다 올랐으니 국수 가격 안 올리냐 하니 ''''나는 이대로 팔고 싶은데 주변서 성화다''''라며 내심 고민을 해온 듯 기자의 의중을 묻는다. 어쩔 수 없는 손님 입장인지라 ''''이 가격 그대로 팔면 고마워서라도 손님 더 오지 않겠습니까'''' 하니 금세 ''''맞재, 안 올려야겠재~'''' 한다.

    더 큰 가게는 힘에 부쳐서도 못한다며, 그냥 이대로 국수 팔며 자식들 키우며 진 빚 다 갚으면 그만이라는 양푼이 국수집 주인. 든 것 없이도 어느 한 군데 허전함 없이 깊은 감칠맛 우러나는 국수의 비법이 주인의 ''''안분지족''''에 있는 듯 하다.(※배달은 일체사절, 옥수수 2천 원/식혜 2천 원 판매)

    해물

     

    ''''장모님 손맛 물려받아 요리사 된 사위'''' 대연동 동해바다

    바닷동네선 머니머니 해도 제대로 된 해물요리 하나쯤 먹어줘야 여행 끝맛이 개운한 법. 부산 대연동 UN조각공원 앞 해물찜·탕 전문점 동해바다(051. 627-7977)를 추천한다.

    소 28000원 중 33000원 대 40000원(찜·탕 동일)으로 서민들에게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이나 한번 맛본 이상, 본전 생각은 안 날 듯하다.

    새우, 게, 낙지, 대구곤, 죽합, 가리비, 미더덕 등 자갈치 시장서 그날그날 필요한 만큼만 공수하는 15가지 해물 통째로 넣고 콩나물, 미나리 등 아삭아삭 미감 살리는 각종 야채에 이 집만의 비법인 양념장 풀어 볶아낸 뒤, 특제 땅콩 분말소스 뿌리면 탕보다 인기 좋은 찜 완성.

    황정수(43) 사장이 이곳서 영업을 시작한 건 4년 전이지만, 심상치 않은 맛의 비법은 그의 장모님이 물려준 것.

    초량동서 10년간 운영하던 해물요리집을 그만두고, 그저 가족들 간간히 몸보신시킬 때 발휘하는 장모님 손맛이 아까워, 황 사장이 아예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기술을 전수받아 창업을 했다고.

    해물, 양채 고유한 육즙과 씹는 맛을 살리면서도 이를 한데 아우르는 너무 맵지고 달지도 않고, 담백하면서도 감칠맛 우러나는 이 집만의 양념장과 육수 제조법은 "비밀". 단 완성된 해물요리 위에 화룡점정으로 뿌려주는 땅콩 특제소스는 땅콩, 들깨, 호둣가루 등을 혼합한 것으로 순한 감칠맛을 내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뭘 더 캐물을까 쳐다보나 했더니 황 사장은 이내 "사실 음식비결보다 더 신경쓰는 건 손님들 사용하는 식기와 식재료 위생이다"라며 "역시 가장 기분좋을 땐 먹고 나가며 ''맛있다'' 말해줄 때''라고 덧붙였다.

    정식

     

    "경기 어려운데 어째 값을 올리노…" 대연동 봉계 쌈밥집

    대연고개와 못골시장 사이에 위치한 봉계 쌈밥집.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가게 앞까지 가도 긴가민가 할 터.

    8년 전 고깃집으로 시작해 2003년 광우병 파동에 곧바로 ''육용초 쌈밥''으로 메뉴를 바꾼 지 6년지이만 ''봉계 숯불갈비'' 라는 예전 간판을 그대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BestNocut_R]

    푸짐한 정식이 먹고 싶으면 고향 들를 때마다 찾는 곳인데 수년째 한결 같이 가격은 5천 원. 그와 함께 돼지불고기, 조기, 된장찌개, 계란찜, 게장, 부침개, 잡채, 청포묵, 10가지 쌈 하나로 쳐 15가지 반찬 또한 단 한번 준 적이 없다.

    자기네 집 반찬 수가 15가지인지도 몰랐다는 황계화(59) 사장에게 "반찬 이리 많이 주면 남는 게 있느냐" 물어보니 "물가로 따지면 한 7천 원 받아야 맞지. 그래도 경기 어려운데 그리 받을 수 있나" 한다.

    그냥 쌈밥도 아니고 ''육용초'' 쌈밥이라 해서 육용초가 뭐냐 물어보니, 10가지에 달하는 각종 쌈 이름도 어려워서 다 못 외운다며, 그 중에 씁쓸한 맛을 내는 풀 이름 하나가 육용초라고.

    별 기대않고 그럼 ''봉계''는 뭐냐 물어보니, 그제야 확실한 대답이 하나 나왔는데 안 얼리고 생고기를 숙성시켜서 구워먹는 양산의 ''봉계식'' 조리법을 이용했기 때문이란다.

    반찬 갯수 헤아려 내지도 않고, 쌈 이름 하나 제대로 외우고 있지도 않고, 그저 접시 가득 있는 음식 푸짐히 담아주는 봉계 쌈집.

    하루 평균 손님 200명에 달하는 쌈밥 전문점이 되고도, 간판만은 그대로 놔둔 것이 ''올 사람은 다 온다'' 하는 대박집 사장님의 자부심인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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