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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백혈병 피해가족 빠진 반(半)올림, 진정한 울림 가능할까?



기업/산업

    [뒤끝작렬]백혈병 피해가족 빠진 반(半)올림, 진정한 울림 가능할까?

     

    "피해자 가족이 아니라 활동가를 위한 교섭 같았다. 협상이 진행되면서 점차 가족이 배제된 느낌을 받았다"

    1년 전 이맘때군요. 지난해 9월 1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서 나온 한 피해자 가족의 얘깁니다.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질병 보상에 대해 협상에 나선 피해자 가족 8명 가운데 6명은 삼성과 직접적인 피해보상 방안을 의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반올림 협상단에서 나와, 사실상 반올림과 다른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셈이죠.

    지난해에도 반올림은 어수선했습니다. 반올림 내부에서 보상에 대한 의견이 계속 엇갈렸던거죠. 이와중에 반올림 활동가들이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피해자 가족 6명을 협상단에서 제외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갈등은 증폭됐습니다.

    당시 활동가들로부터 "협상단에서 빠지라"는 말을 들은 피해자 및 가족 다수는 별도로 삼성과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자 반올림은 돌연 "반올림측의 교섭위원이 바뀌었다"며 "양측의 교섭이 다른 분들과의 대화와 혼선을 빚지 않도록 일정과 장소를 조율해달라"고 이메일로 삼성에 통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활동가들과 입장을 달리 하는 피해 당사자 6명을 빼고, 자신들과 의견을 같이 하는 당사자 2명을 앞세워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반올림이 통보한 새로운 협상단에 피해자 가족보다 활동가들이 더 많이 포함돼 있어 협상 주체로서 자격 논란이 가열되기도 했습니다. 기존 협상단 8명은 모두 피해자 및 가족이었지만 당시 꾸린 협상단은 황상기씨와 김시녀씨 등 피해자 가족 2명, 그리고 이종란 노무사, 공유정옥 간사, 임자운 변호사 등 활동가 3명으로 구성됐습니다.

    당시 피해자 가족 측은 "반올림 활동가들이 삼성에 이 같은 제안을 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주객이 완전히 전도된 것으로 무척 당혹스럽다"며 "우리는 당초 예정된 날짜와 장소에 나가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부터 시작된 분열. 그로부터 1여년 뒤인 8월 8일, 피해자 가족 2명만이 남아 있던 반올림은 완전히 분열됐습니다. 황상기씨와 김시녀씨마저 반올림 노선에서 이탈한 겁니다.

    황 씨와 김 씨는 이날 반올림 인터넷 까페 게시판에 "황상기와 김시녀는 지난 7월 23일 조정위원회에서 보상권고안 낸 것을 거부한다"며 "피해자 마음을 담지 못한 조정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어 "삼성은 피해자 노동력 상실분을 충분히 반영한 협상안을 마련해 피해자와 직접 대화에 임하기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조정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삼성전자의 1000억원 기부를 통한 공익재단 설립과 외부 감사 등의 권고안을 내놨습니다. 이에 가족위와 삼성전자는 1000억원 기부 등에 찬성했지만 법인을 통한 보상 등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조정위 권고안대로는 신속한 피해보상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반올림은 조정안에 대해 찬성했습니다. 사단법인을 만들 경우 해당 법인 운영비 및 상근직원 등에 필요한 비용 등으로 기금의 30%를 쓰게 됩니다.

    그러나 반올림에 남아있던 피해자 가족 황 씨와 김 씨마저 조정안을 거부, 결국 피해자 가족 대표 여덟명이 모두 조정안에 반대하고 삼성전자와 직접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물론 그간 반올림의 공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삼성전자라는 거대 기업을 상대로, 어쩌면 단순 산업재해로 지나가고 남았을 사건을 사회적 이슈로 만들고, 삼성전자의 사회적 책임을 이끌어냈다는 점은 시민단체로서 제 몫을 다했다는 평갑니다.

    그러나 백혈병 등 질병으로 인한 피해자 및 가족에 대한 위로와 보상, 재발방지 대책 등을 위해 뭉친 반올림이라는 단체에서, 정작 보상을 받아야 할 피해자 가족 8명이 모두 반올림과의 이견으로 빠져나오는, 시쳇말로 소위 '웃픈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반올림이 대표성과 정당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윱니다.

    반올림이 피해자 가족을 버렸거나, 피해자 가족 대다수로부터 버려졌습니다.

    구성원들의 현실적 필요성과 진정성을 담아내지 못한 반올림.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모두 빠진 '반(半)올림'이 되고 말았습니다.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한 조정위는 오는 17∼21일 중 교섭주체들과 개별 비공개 회의를 여는 등 후속 조정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피해 가족들을 反하지 않는 또 피해 가족들이 '반할 수 있는' 반올림의 '울림'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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