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대학취업률 등을 평가해 대학 측에 재정을 차등지원 하기로 하면서 경쟁력없는 학과들이 대대적인 퇴출위기에 놓였다.
해당 교수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교수사회가 심하게 동요하고 있다.
◈ 비인기 학과 퇴출 위기최근 동국대는 학과 평가를 통해 입학생 선발정원을 줄이고 학과 자체를 없애는 방안을 마련했다.
매년 모든 학과를 평가해 하위 15% 학과의 입학정원을 10~15%씩 줄여 평가 결과가 우수한 학과 등에 정원을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BestNocut_R]
또 5년간 계속 하위 1~8위에 들거나 누적 평가점수가 일정 수준 이하면 학과 자체를 없애거나 학생들이 선호하는 다른 과와 통폐합시키기로 했다. 평가항목은 학생 재학률, 졸업생 취업.진학률, 입학성적 등 5가지다.
현재의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동국대에서는 물리학과 사회학 등 기초학문을 가르치는 학과는 몇년 후 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는 국사학과와 서양사학과, 동양사학과 등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한양대는 지난해 2학기부터 서울캠퍼스와 안산캠퍼스의 독문과를 비인기학과라는 이유로 통폐합했다.
단국대의 경우 독어독문과가 2년후에 사라지게 되고 건국대는 지난 2005년 불문과와 독문과를 합쳐 EU문화정보학과로 만들었다.
이밖에 현재 많은 대학들이 학과 통.폐합 등과 관련한 심도있는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 정부, 취업률 근거 대학 지원대학들의 이런 움직임은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 방식의 변화 때문이다.
현재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 방식은 선정평가위주로 돼 있다. 정부가 대학 측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평가하고 현장실사나 인터뷰 등을 통해 재정지원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정부는 앞으로 객관적, 정량적 성과 지표를 통한 방식(포뮬러 펀딩)으로 전환해 재정지원을 하기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일 5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우수인력양성 사업''의 경우 대학 성과와 여건 지표 총점 순에 비례해 총액한도 내에서 차등 배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정지원을 위한 성과 지표는 취업률과 장학금지급률, 학생 충원률, 전임교원 확보율, 학생 1인당 교육비 등 5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졸업생의 취업률, 장학금지급률 등이 높을수록 정부지원을 많이 받게 되는 것이다.
교과부 이용균 진로취업지원과장은 "대학 자율성과 다양성을 신장하고 평가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객관적지표에 의해 재정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대학 취업률 등과 연계한 정부 예산 차등 지원 정책에 따라 앞으로 학과 통.폐합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 교수들, 거센 반발 동국대의 경우 학교 측의 방침이 전해지자 교수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동국대 물리학과 강태원 교수는 학교측이 학문적인 측면을 무시한 채 지나치게 상업적인 면만을 강조하면서 비인기학과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어떤 방식이든 경쟁은 필요하지만 인기학과만 살고 비인기학과를 죽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도권의 A대학 교수는 "정부가 대학 취업률과 연계해 대학 재정 지원에 나선다고 밝힘에 따라 기초학문 분야는 설 자리가 더 좁아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마다 학과 통.폐합이 확산되면서 한편에서는 이처럼 기초학문이 몰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기초학문인 인문학과 자연과학은 대학에서 반드시 연구하고 교육해야 할 분야지만 경제 논리에 뒤로 밀리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 기초학문 분야의 교수들은 대학측이 학과를 없애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때 합리적 의사소통 없이 너무 일방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학과 통폐합 관련 면직 교수들, 이의 제기 잇따라대구에 있는 B대학의 교수는 지난 2006년 1월 소속돼 있던 패션디자인과가 폐과되면서 면직됐다.
이 교수는 면직처분이 부당하다면서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했다.
이처럼 대학 학과가 없어지면서 면직당한 교수들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제기하는 경우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폐과로 인한 소청 접수 건수는 2005년 5건 미만에서 2006년 16건 , 2007년에는 20건으로 증가했다.
학과에 대한 평가와 정부의 재정 지원 때 경쟁력을 우선시 하는 풍토때문에 학과 통.폐합에 따른 소청제기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교수사회가 향후 이를 둘러싸고 한바탕 심각한 홍역을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