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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철 앞둔 백수오 농가 "원가는 커녕 팔기나 했으면…"

사회 일반

    수확철 앞둔 백수오 농가 "원가는 커녕 팔기나 했으면…"

    제천시, 전수조사 마치고 사실확인 작업…판로 확보는 '아직'

    충북 제천의 백수오 농가

     

    "열심히 농사짓고 살았는데 순식간에 사기꾼됐어요. 떳떳하게 토종(백수오) 키우고 있는데 싸잡아 가짜라고 하니.. 환장하죠."

    '가짜 백수오' 파동 후 3개월이 지났지만 '진짜' 백수오를 재배하는 농가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가짜 백수오' 논쟁은 일단락됐지만 소비자 불신 때문에 사려는 사람이 없어 진짜 백수오 판로마저 불투명해졌다. 당장 올 가을 판로 확보가 걱정인 농민들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가짜 백수오'에 돌 맞은 '진짜' 재배농가
    충북 제천의 백수오 농가

     

    '가짜 백수오' 파동의 최대 피해자는 '진짜' 백수오를 재배하는 농민들이다. 국내 백수오 생산량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충북도내 농가들은 이번 사태의 여파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

    제천지역 일대 농가에 종자를 공급한 뒤 백수오를 재배시켜 그 수확물을 건강식품회사에 납품해온 이 모씨. 그는 막힌 판로 걱정에 속이 타들어간다.

    "나 혼자 농사짓고 파는 건 문제가 안돼요. 나 때문에 백수오 심은 농가들, 내가 종자를 뿌려 농사짓게 한 땅이 30만평인데 그 많은 백수오를 수확해서 내가 다시 팔아줘야 하는데 그걸 못 팔까봐 제일 걱정이죠."

    그간 제천에 생산되는 백수오의 80%는 내츄럴엔도텍과 계약 재배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생산량만 무려 800t(약 40억 원 어치)에 이른다. 하지만 지금은 판매여부가 불투명한 상황.

    김씨는 "하루에 전화가 불이 나게 온다. 농민들이 걱정이 되니까…. 아직 수확 전이라 뭐라 말하기는 이르지만 원료공급업체인 내츄럴엔도텍이 약속대로 농가 계약분은 전량 책임지고 수매하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백수오를 재배중인 농민이 걱정스럽게 백수오를 보고 있다.

     

    자체 판로를 가진 농민 박 모씨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박씨는 "지난해 시에서 이게 좋다고 추천하길래 교육 듣고 올해 처음 재배 시작했는데….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 우리 밭에 있는 백수오는 진짜 백수오라고 아무리 떠들어도 사람들이 이걸 사겠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지난해 제천시는 새 소득 작목으로 백수오를 농가에 추천하고 교육에 나섰다. 백수오가 재배면적에 비해 생산량이 적은 대신 수익성이 좋아 약용작물 중에도 고수익 작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제천시 백수오 재배면적도 지난해 88여 농가에서 50㏊ 생산한 방면, 올해는 시에서 지원비를 보조받는 농가를 포함해 총 106여 농가 110㏊로 전년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났다.

    지난 5월에는 희망에 부풀어 백수오 재배를 시작했다가 ‘가짜 백수오’ 사태로 판로가 불투명해진 농가 20곳은 올해 애써 키운 백수오 모종을 갈아엎는 등 재배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박씨는 "(내츄럴 같은)회사에 대규모 납품하면 농비 포함해서 ㎏당 만원씩도 받았다고 하는데, 개인이 지인이나 약재시장 등에 직거래 할 경우 보통 ㎏당 5,000원에 매매했다고 한다. 농가에서 그 정도면 수입이 훌륭한 편"이라며 "고수익 작물이라 믿고 키웠는데 이런 일이 터졌다. 수확하거든 아쉬운 데로 지인 위주로 직거래를 하려고 생각중이다"고 말했다.

    ◇ 약초시장 "백수오 찾는 사람 없어…값 부르는 데로 판다"
    약재시장에서 판매 대기중인 백수오

     


    '가짜 백수오' 후폭풍은 재배농가 말고 약초시장에도 불어 닥쳤다. 제천시 화산동에 위치한 약초시장에서 도·소매업을 하는 김모씨는 "보통 작년에는 굵고 좋은 백수오에 따라 대, 중, 소로 구분해 판매했다. 600g기준으로 '대'를 보통 2만 5~7천원 받았고, '중'은 만 7~8천원, '소'는 만 2~3천원 정도에 거래했다"고 밝혔다.

    올해 판매 시세를 예측해달라고 하자 이씨는 "요즘 백수오 찾는 사람이 어디 있는 줄 아냐. 백수오는 둘째고 다른 약재 거래처도 발길이 끊기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구석에 있는 포대자루를 가리키며 "저게 다 백수오다. 검증 안되서 팔지 못하고 있는 양이 저만큼이다. 내가 검사비를 내고 검증 받아야하는데 그것도 문제"라며 "어찌됐건 올해는 아직 수확이 안 되서 모르겠지만 만원이든 오천 원이든 부르는 데로 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가짜 백수오' 논란 후 약재 시장에서는 거래된 제품까지 반품과 해약이 잇따랐다. 일부 가게에서는 가게유리문에서 백수오라는 글자를 지워 놓은 상태로 영업중이다.
    제천약재시장내 일부 가게에서 백수오를 판매 목록에서 제외시켰다.

     


    ◇백수오 '사실인증' 작업 나선 제천시, 판로확보는 '아직'

    관련 농가와 약재 시장도 한숨이 깊어지자 제천시에서도 당장 해결방법으로 내세운 건 농장 전수 조사 후 하는 토종 백수오 사실 확인작업이다.

    제천시청 약초특화팀 김헌용 팀장은 “현재 충북도내 백수오 재배농가가 160곳이다. 우선은 필지별로 이엽우피소가 섞였는지 아니면 다른 약초를 재배하는지 등 직접 전수조사를 펼쳐 사실 확인증을 발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측은 또 GAP(우수농산물인증제도)사업의 일환으로 제천시 10대 약초에 백수오를 추가해 향후 생산 농자재 지원비, 인증비, 세척‧건조비에 대해 적극 지원 예정이다.

    그러나 시에서도 올 가을 수확될 백수오의 판로개척이나 계약 보장에 대해서는 확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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