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승헌(왼쪽)과 엄정화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을지로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미쓰 와이프'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있는 힘을 다해 많이 사랑해 주세요."
잘 나가던 변호사 이연우(엄정화)는 어느 날 교통사고로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머물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이소장(김상호)은 연우에게 "한 달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면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려 보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우여곡절 끝에 이승으로 돌아온 연우가 맞닥뜨리게 된 것은 애 둘 딸린 아줌마의 전쟁 같은 일상. '쓸 데 없이 잘생긴' 구청 공무원인 애처가 성환(송승헌)과 "만원만"을 입에 달고 사는 사춘기 딸 하늘(서신애), "밥줘"를 외치는 아들 하루(정지훈)의 존재에 연우는 순간 순간이 멘붕이다.
급기야 이전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던 연우는 돌발 행동을 이어가고, 남편 성환과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변해 버린 아내이자 엄마에게 당황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약속한 한 달의 삶이 하루하루 흐르고 있었다.
다음달 13일 개봉하는 휴먼 코미디 '미쓰 와이프'(감독 강효진, 제작 ㈜영화사 아이비젼)가 지난 28일 서울 을지로에 있는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언론시사를 통해 첫 공개됐다.
미쓰 와이프는 극 초중반 코믹한 상황으로 관객의 몰입을 끌어올린 뒤 말미에 극적인 감동을 주는 휴먼 코미디의 공식을 오롯이 따르고 있다.
소위 돈과 권력을 좇던 속물적 인간이 특별한 경험을 통해 더 소중한 것들에 대한 가치를 찾게 된다는 이야기의 뼈대도 기시감이 크다. 캐릭터나 이야기가 신선하기보다는 전형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가족에 대한 보편타당한 정서를 건드리는, 극 말미의 에피소드와 반전이 건네는 여운은 적지 않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라"던 스티브 잡스의 말에는 사랑도 포함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으니 말이다.
◇ "소통 없던 한 여성이 가족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
이날 언론시사 뒤 이어진 기자감담회에는 주연을 맡은 엄정화 송승헌과 메가폰을 잡은 강효진 감독이 참석해 영화의 뒷 이야기를 들려 줬다. 무엇보다 영화를 찍으면서 결혼, 가정에 대한 생각이 보다 절실해졌다는 배우들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엄정화는 "시나리오를 보면서 재밌었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며 "영화 곳곳에 묻어 있는 가족, 아버지에 대한 정서가 굉장히 좋게 다가왔다. 여러 작품을 해 왔지만 남편, 아이들과 살갑게 지내는 연기를 해 본 적이 없다는 점도 선택에 한 몫했다"고 전했다.
엄정화는 "실제로 영화 속 상황을 겪게 되면 어떨까를 고민했는데, 촬영을 하면서 이렇게 가정을 꾸미고 사는 것이 행복하겠다고 많이 느꼈다"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이 주변에 있다는 것은 너무 멋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역 배우들과의 호흡도 즐거웠다. 역할은 엄마와 아들, 딸이었지만 배우 대 배우로 만났는데, 촬영이 진행되면서 서로 마음이 섞이는 과정이 좋았다"며 "정지훈 군은 저를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좋아해 줬고, 서신애 양은 또래의 고민과 여배우로서의 고민을 나누면서 서로를 많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승헌은 지난 27일 있었던 배용준과 박수진 커플의 결혼식에 참석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결혼에 대한 뜻을 내비쳤다.
그는 "배용준 선배 결혼식 내내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부럽다"는 얘기를 계속 했다.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정말 부럽더라"며 "배용준 선배를 신인 때부터 15년 이상 봐 왔는데, 그렇게 행복해 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 신랑 신부의 모습을 보면서 그날만큼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배우 송승헌, 강효진 감독, 배우 엄정화가 28일 오후 서울 을지로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미쓰 와이프'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송승헌은 "촬영 초반에 서신애 양이 '아빠'라고 부르면 굉장히 어색했는데, 끝날 즈음에는 너무 익숙해졌고 아이들과도 친해졌다"며 "미쓰 와이프는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해 준 소중한 작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