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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엔 고래가 있다?…베일 벗기는 뉴 호라이즌스



IT/과학

    명왕성엔 고래가 있다?…베일 벗기는 뉴 호라이즌스

    • 2015-07-12 09:10

    14일 밤 명왕성 최대 근접…9년 6개월간 56억7천만㎞ 항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무인탐사선 '뉴 호라이즌스'가 명왕성에 근접하면서 이번 탐사가 비밀투성이인 이 천체에 대한 궁금증을 얼마나 풀어줄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나사와 한국천문연구원 등에 따르면 뉴 호라이즌스가 명왕성에 다가가면서 점점 더 해상도가 높은 사진과 풍부한 관측 데이터를 보내오고 있다.

    뉴 호라이즌스는 한국 시간으로 14일 오후 8시 49분께 명왕성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다. 가깝다고는 해도 여전히 1만2천500㎞ 떨어진 우주공간을 가로지르는 것이다. 그것도 무려 시속 4만9천600㎞의 속도로 지나친다.

    이 짧은 만남을 위해 뉴 호라이즌스는 무려 9년 6개월을 여행했다. 2006년 1월 19일 지구를 출발한 뒤 무려 56억7천만㎞를 날아간 것이다.

    한때 태양계의 가장 외곽에 있는 마지막 '행성'으로 분류됐던 명왕성은 먼 거리 때문에 심층적인 연구가 어려웠고 그래서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태양[053620]의 빛이 명왕성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 평균 5시간 반이다. 지구와 교신할 때도 전파가 오가는 데 9시간이 소요된다.

    명왕성은 1930년 발견 이래 줄곧 행성으로 대접받았지만 2006년 8월 국제천문연맹의 결정에 따라 '왜소행성'으로 격하됐다.

    명왕성보다 질량이 27%나 더 큰 '에리스'가 발견된 게 결정적 계기였다. 이로 인해 과학계에선 명왕성의 행성 지위에 대한 의문이 본격적으로 제기됐고 처음으로 '행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공식 정의가 마련되면서 명왕성은 행성 지위를 잃었다.

    공교롭게도 뉴 호라이즌스가 명왕성을 향해 출발한 지 7개월 뒤의 일이었다.

    태양계의 끝자락에 있는 이 왜소행성은 평균 표면온도가 영하 229도인 '얼음 왕국'이다. 달보다도 더 작아서 지름은 달의 66% 정도이고, 부피는 달의 3분의 1이다. 표면적은 대략 러시아의 영토 크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명왕성의 정확한 크기는 연구자와 측정법에 따라 여전히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 "명왕성에 고래·도넛 모양의 지형이 있다"

    뉴 호라이즌스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 사이 '장거리 정찰 영상장치'(LORRI)로 촬영한 명왕성의 지도를 보내왔다. 이 지도는 인류가 확보한 것 중 가장 해상도가 높고 최신인 명왕성 지도다.

    나사는 "이 지도는 명왕성 표면의 어둡고 밝은 무늬들을 해석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며 "명왕성의 전체적인 모습을 한눈에 보면서 각각의 모양이나 크기를 비교하기도 쉬워졌다"고 밝혔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정말 좋은 망원경으로 관측해도 명왕성의 표면이 '균질하지는 않다, 뭔가 무늬가 있는 것 같다'는 정도만 관측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탐사를 통해 명왕성에 '고래'(the whale)와 '도넛'이라고 명명된 지형이 있다는 것도 처음 발견됐다. 이 명칭도 이번에 붙여진 것이다.

    둘 다 명왕성의 적도 부근에서 발견된 지형인데 고래는 적도를 따라 3천㎞에 걸쳐 형성된, 명왕성에서 가장 어두운 지역이다. 그 모양이 오른쪽으로 헤엄쳐가는 고래의 옆모습을 닮아 이런 애칭이 붙여졌다.

    또 고래의 꼬리에 해당하는 부위의 왼편에는 밝은 도넛 형상의 지역이 자리 잡고 있다. 350㎞에 걸쳐 형성된 이 지형은 언뜻 보면 충돌에 의한 분화구나 화산 같은 원 형태를 띠고 있다.

    과학자들은 그러나 뉴 호라이즌스가 좀 더 상세한 영상을 보내올 때까지 해석을 내리길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 사우스웨스트 연구소(SwRI)의 존 스펜서 지질학·지구물리학·이미지팀 부팀장은 "우리는 지금 '달에 사람 얼굴 모양이 있다'고 말하는 단계나 마찬가지"라며 "상상하긴 쉽지만 이 특징들이 정말 무엇인지 알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더 가까이 가서 촬영한 사진이 확보되면 명왕성에 산맥이나 특정한 지형이 있는지, 그렇다면 그런 지형이 생긴 원인은 무엇인지 등을 분석해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지구와 마찬가지로 멘틀의 움직임, 화산 폭발 같은 지질 작용에 의한 것인지, 또는 소행성이나 운석과의 충돌로 특정 지형이 생겼는지를 유추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특히 매우 추워 모든 게 꽁꽁 얼어붙은 땅에서도 지질 작용으로 산과 골짜기가 만들어진다면 흥미로운 현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광관측을 통해 메탄이 많다는 정도만 알려진 명왕성의 대기도 직접 눈으로 확인할 기회가 생긴다. 거대한 크레이터가 확인된다면 명왕성과 그 위성들의 기원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 근접비행 때 펼쳐질 우주관측의 대협연

    뉴 호라이즌스가 명왕성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나가는 14일 밤을 전후해 이 탐사선은 가장 상세한 명왕성의 모습을 관측해 지구로 전해올 예정이다.

    이때 여러 개의 다른 우주관측 장비들도 뉴 호라이즌스의 탐사를 지원사격하기 위해 총출동한다. 이른바 '동시관측'인데, 우주관측 장비들의 '대협연'이 펼쳐지는 셈이다.

    우선 우주에서는 토성 궤도를 돌고 있는 카시니 탐사선이 명왕성의 영상을 촬영한다. 카시니가 찍은 사진 속 명왕성은 별 무리 속의 흐릿한 점에 불과하겠지만 뉴 호라이즌스가 수집한 데이터를 보충하면서 다른 관점에서의 과학적 측량 결과를 제공한다.

    뉴 호라이즌스가 명왕성을 근접비행하기 전에는 세계 최대의 공중관측소인 소피아가 적외선 망원경을 활용해 명왕성 대기의 밀도와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분석 작업을 벌인다.

    소피아는 이미 지난달 28일 관측에 최적인 비행 궤도에 올라섰다.

    뉴 호라이즌스가 명왕성을 지나친 뒤에도 관측은 끝나지 않는다. 스피처 우주망원경, 케플러 망원경이 계절의 변화 측정 등 저마다의 임무에 나서게 된다.

    명왕성의 작은 위성 4개, 즉 닉스와 하이드라, 케르베로스, 스틱스를 발견한 허블 우주망원경도 계속 감시하며 뉴 호라이즌스의 관측을 지원한다.

    폴 허츠 나사 천체물리학부 부장은 "나사는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우주 관측장비들의 일부를 명왕성을 향해 겨냥할 것"이라며 "뉴 호라이즌스의 데이터를 보충해 명왕성과 그 위성들에 대해 다각적인 분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뉴 호라이즌스와 지구의 관측장비가 동시에 관측에 나서면 지구에서 뭔가 흐릿하게 관측될 때 실제 명왕성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비교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관측은 뉴 호라이즌스의 다음 목적지를 탐색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최 연구원은 "아직 뉴 호라이즌스가 다음에 가야 할 카이퍼 벨트 천체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좀 더 흥미롭고 가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여러 장비를 동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위성인가, 왜소행성인가…카론의 정체는

    허블망원경이 발견한 4개의 위성을 제외한 또 하나의 위성, 카론도 관심거리다.

    명왕성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공전 궤도가 태양계의 다른 행성과 달리 길쭉한 타원형에 가깝다는 점이다. 다른 행성들이 원형의 공전 궤도를 갖는 것과 다르다.

    공전할 때 '질량 중심'이 명왕성 내부에 있지 않다는 점도 독특하다.

    행성이 공전할 때는 행성과 위성 사이에 서로 중력이 작용하는데 이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곳, 즉 질량 중심을 따라 공전하게 된다.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은 모두 이 질량 중심이 행성 내부에 있는 데 반해 명왕성은 질량 중심이 명왕성과 카론의 중간 지점에 있다. 카론의 지름이 명왕성 지름의 절반에 달할 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명왕성과 카론은 마치 한 쌍의 피겨 스케이트 선수들이 손을 맞잡고 회전하듯 태양 주위를 돌게 된다.

    이 때문에 어떤 천문학자들은 이 둘을 일컬어 '이중 왜소행성'이라고 한다. 행성-위성의 관계가 아니라 둘 다 왜소행성이란 것이다.

    이는 명왕성이 행성 지위를 상실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자신의 공전 궤도에서 지배적인 별이 아니란 것이었다.

    명왕성과 카론은 이처럼 밀접하게 맞붙은 채 수십억 년째 같은 궤도를 공전하고 있지만 두 별은 닮은 점보다는 다른 점이 더 많다.

    명왕성에는 상당한 양의 대기가 있지만 카론은 그렇지 않다. 명왕성에서는 냉각된 질소나 메탄, 일산화탄소 등이 발견됐지만 카론의 표면은 얼음과 암모니아 복합물로 구성돼 있다.

    명왕성 내부가 대부분 암석인 반면 카론은 바위와 얼음이 반씩이다. 명왕성은 불그스름한 색을 띠지만 카론은 그렇지 않다.{RELNEWS:right}

    앨런 스턴 미국 사우스웨스트 연구소(SwRI)의 선임연구원은 "이 두 별은 수십억 년간 같이 있었지만 서로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뉴 호라이즌스가 보내온 카론의 최신 영상은 카론의 표면에서 발견되는 밝은 영역이 충돌 분화구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나사 연구센터의 제프 무어는 "카론에서 충돌 분화구가 발견된다면 표면 아래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를 발견하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뉴 호라이즌스의 임무는 이처럼 명왕성과 카론의 표면 구성물질, 지질, 정확한 형태, 표면온도 등을 측정하고 파악하는 일이다. 명왕성의 대기와 그 방출 비율, 카론 주변의 대기, 카이퍼 벨트의 또 다른 별에 대한 탐사 등도 수행할 예정이다.

    뉴 호라이즌스는 제 이름처럼 우주 탐사에서 새 지평을 열어젖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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