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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에서 주연으로…최우식, 바람직한 '초심' 성장기

[노컷 인터뷰] "인복은 많은데 연애복은 없어…인성으로 실망시키지 않을 것"

배우 최우식. (JYP 엔터테인먼트 제공)

 

참 흔치 않은 얼굴이다. 평범한 남자 같다가도, 개구지게 웃는 모습은 천상 배우다. 장난스럽게 쏟아지는 말 속에 하나 하나 의미를 담는다.

20대 배우 최우식은 잘 나가는 또래 배우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뛰어나게 잘생기지 않은 외모도 그렇고, 쉬지 않고 쌓아 온 착실한 필모그래피 또한 그러하다. 그래서 더 개성적으로, 독보적으로 자리매김했다.

결국 영화 '거인'에서 첫 주인공을 맡아 호평받더니 tvN '호구의 사랑'에서도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그야말로 겹경사다.

정작 당사자인 그는 담담하기만 하다. 아니, 오히려 더 낮아지고 낮아졌다. '감사하지 못한 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잡기에 여념이 없다.

자기 얘기는 거침없이 하다가도 남 얘기를 하게 되면 그렇게 신중하다. 드라마 현장에서 보고 배웠던 '형'의 정체를 이야기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꽁꽁 숨기는 이유를 물어보니 형한테 폐를 끼치는 것 같단다. 최우식의 바람대로 기사에 실명은 싣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

그래도 연애를 오래 쉬었다며 푸념할 때는 딱 그 나이 또래 청년다웠다.

스스럼없이 자신을 '오징어'라고 칭하는 배우, 최우식과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해봤다.

▶ 드라마에서는 첫 주인공을 맡았다. 부담은 없었나?

- 큰 부담감이 있었다. 유이 누나랑 붙은 게 저니까. 최우식이 16부작 드라마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 잘생긴 외모도 아닌데 왜 주인공을 하는지. 제가 누나 수준이 안 되는 것을 알았다. 누나랑 비교하면 그냥 햇병아리에 갓난아기인 신인급이다. 항상 여배우한테 미안하다. 그 사람은 더 멋있는 사람이랑 하고 싶을텐데 (저랑 연기해야 돼서) 얼마나 싫겠냐.

▶ 그래도 극을 이끌어나가면서 배운 것도 있을 것 같은데.

- 역시 주인공 혼자서 끌고 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조연인 선배들이 도와주는 역할과 힘이 엄청나게 크다. 아무리 힘들어도 주인공이 웃고 있으면 사람들이 힘든 티를 내지 못한다. 주인공이 제일 힘드니까. 다들 안다. 그래서 주인공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현장 분위기가 좌지우지 되는 게 있다. 예전에 다른 드라마에서 주인공이었던 어떤 선배가 그렇게 하는 걸 보고, 나중에 저렇게 해야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었다. 저도 그런 에너지가 나오지 않았지만 쥐어짜냈다. (웃음)

배우 최우식. (JYP 엔터테인먼트 제공)

 

▶ 아무래도 영화 '거인'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다. 영화 첫 주인공인 이 작품으로 많이 주목받았으니까.

- 정말 천운으로 만난 캐릭터다. 운과 시점이 너무 좋았다. 사실 처음에는 정말 하기 꺼려했었다. 제가 하지 않았던 캐릭터라 많이 무서워했다. 어떻게 할까 걱정했는데 (영화가) 정말 잘됐다. 제게 큰 상을 주기도 했고.

▶ 그럼 영화 쪽으로도 좀 생각하고 있겠다.

- 영화에 욕심 많다. 물론 짧은 시간에 다양한 면을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도 좋은데,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진득하고, 자세하게 풀어가는 작업 자체가 연기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행복하고 즐겁다. 한 역할만 파고, 분석하고….

▶ 지금까지 개성있는 캐릭터들을 많이 연기해왔다. 보편적인 캐릭터들에 욕심은 없나?

- 제가 욕심은 있는데 소화를 잘 못한다. 괜히 욕심 부렸다가 완전히 그렇게 될까봐 무서웠고, 여태까지 어울리는 캐릭터들만 했다. 그게 좀 걱정이 된다. 다음 작품 캐릭터에서 나와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있을까봐. 멋있는 캐릭터를 하시는 분들을 보면 뭔가 남자 느낌이 난다. 제게는 그런 느낌이 아직 안 어울리는 걸 알고 있다. 외모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헬스하면서 운동을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 외모가 동안이라 그런지 고등학생 연기도 하고 그랬다. 특별히 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

- 나이가 스물 여섯인데도 젊은 캐릭터를 많이 하긴 한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학생은 아직 괜찮은데 조금만 있으면 좀 힘들어질 것 같다. (웃음) 색다른 걸 해보고 싶다. 재밌으면서 즐길 수 있는 연기, 저도 좀 해보지 않은 것.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 쉴 틈 없이 달려왔는데, 좀 쉬고도 싶겠다.

- 5년 동안 쉬지도 못했다. (웃음) 쉬면서 충전하고, 다음 작품 준비하려고 한다. 여태 시지 못했던 이유가 캐릭터나 작품을 포기하고 쉬는 것이 안됐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제가 했던 드라마들이 거의 동시간대 시청률 1위였었다. 제가 인기몰이 한 것은 아니지만 작품이 다 좋았다. 했던 역할도 나쁘지 않았고. 더 그렇게 일해야 되는데 지금은 약간 쉬어야 할 것 같은 시기다.

배우 최우식. (JYP 엔터테인먼트 제공)

 

▶ 아까부터 본인이 별로 매력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청춘사업은 어떤가?

- 연애를 안 한지 몇 년 됐다. 못한 게 아니라 안한 거다. 너무 바쁘고 제 시간이 많이 없었다. 저는 인복은 있느데 연애복이 없는 것 같다. 그냥 그렇게 합리화하겠다. 대부분 절 동생으로, 귀여운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슬프다. 그래서 연애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

▶ 만약 연애를 하게 되면 어떤 스타일인가?

- 호구랑 비슷한 것 같다. 혼자 오해도 많이 하고, 밀고 당기기를 제대로 못한다. 머리를 못쓴다. 좋으면 좋다고 하고, 싫으면 싫다고 말해서 좀 매력 없이 연애하는 것 같다.

▶ 일만 하다 보면 외로움도 많이 느끼겠다. 학창시절 친구들도 다 캐나다에 있지 않나?

- 외로움을 많이 탄다. 친구들이 한국에 별로 없다. 연예인 일 하는 친구들도 다 바쁘니까 외롭다. (캐나다에 있는 친구들은) 아직도 신기해 한다. 제가 한국 텔레비전에 나오 그런 것에 대해서.

▶ 그럼 한국에서는 가족과 함께 살고 있나? 어떻게 휴식을 보내는지 궁금하다.

-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쉴 때는 제 방에서 안 나간다. 게임하고, 놀고, 텔레비전 보고…. 매일 너무 바쁘고, 밖으로 표출하는 일을 하다보니까 조용하게 혼자 보내는 시간이나 자기 자신만의 공간이 중요하다. 밖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울면서 화내고, 웃고 이런 것들은 감정 소비가 너무 크다. 혼자 있는 게 좋다.

배우 최우식. (JYP 엔터테인먼트 제공)

 

▶ 친구도 두루두루 넓게 사귀기 보다는 소수정예 느낌인가?

- 제가 붙임성이 좋은데, 일적으로 만나면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잘 안 열더라. (박)서준이 형처럼 평생 친구가 되기는 힘든 것 같다. '옥탑방 왕세자'에 함께 출연한 사람들과는 잘 지낸다. 서준이 형이랑은 맨날 술 마시고…. (웃음) 일단 모두에게 접근하는데 안 받아주면 못 친해지는 거고, 사람마다 코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평소에 본인 연기를 평가하는 이야기에 신경 쓰는 편인가? SNS로 활발하게 소통하는지도 궁금하다

- 연기로 악플이 달리지 않게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일이 연기인데 그걸 '못한다'고 하면 슬플 것 같다. 저는 (댓글을) 많이 안 보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자리가 자리인만큼 어쩔 수 없이 볼 때도 있다. 부담감이 너무 크지만 대중들이 어떻게 느꼈는지 그걸 많이 본다. 늘 그래왔듯이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기는 한데 사진 딱 한 장 올리고, 별로 쓰지 않는다. 홍보용으로 하는 건 괜찮은데 글쓰는 건 위험한 것 같다.

▶ 서른 살의 자신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 것 같나?

- 살다보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번에 '빵' 그런 건 없는 스타일 같다. 차근차근 천천히 가는 거지. 배우 활동은 한 15년 정도 보고 있다. 15년 뒤에는 뭔가 되어 있지 않을까? 경비행기도 있고, 집에 수영장도 있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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