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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가설' 계속 깨지는데…당국은 '고집'만



보건/의료

    '메르스 가설' 계속 깨지는데…당국은 '고집'만

    ①밀접접촉 아니어도 감염 ②잠복기 2주 넘기도 ③기저질환 없는데 숨지기도

    15일 부분 폐쇄 결정이 내려진 서울삼성병원 중앙로비 입구에 병원 경호 관계자들이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메르스에 적용됐던 당국의 '가설'들도 하나둘씩 깨지고 있다.

    다수의 '예외 사례'가 나온 만큼 가설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원점에서 방역망을 다시 짜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비단 '공기 전파'가 아니더라도 메르스가 국내에서 여러 양상으로 변이돼 예외 사례를 낳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국 오판의 '기저질환'이 되고 있는 주요 가설들은 다음과 같다.

    ◇2미터 이내 '밀접 접촉'만 감염된다?

    당국은 메르스 바이러스의 비말이 2미터 이내에서만 날아다닐 수 있다며, '밀접 접촉'을 감염의 기준으로 삼아 관리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하지만 밀접한 거리에서 접촉하지 않았는데도 감염된 사례는 부지기수다. 대표적으로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명의 확진 환자들이다.

    35번(38), 62번(32), 138번(37) 환자들은 삼성서울병원 의사로, 모두 지난달 27일경 14번(35) 환자가 머물렀던 응급실에서 근무하며 메르스에 노출됐다.

    하지만 14번 환자를 진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 한 명도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모두 비격리 상태에서 며칠씩이나 일상 근무를 했다.

    지난 4일 35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조사 결과 2미터 이내의 근접 거리에서 노출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봤다"고 해명했다.

    잇따른 의료진 감염과 관련해서도 "14번 환자와의 거리가 얼마나 긴밀한지 등을 적용해 긴밀 접촉자, 밀접 접촉자를 150여 명 별도로 분류했다"면서 "나머지 사람들은 전체적인 접촉자로 능동 감시대상자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4번 환자와 밀접 접촉하지도 않은 의사들의 응급실내 동선과 감염 경위는 아직도 실마리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이 아닌 정형외과 및 비뇨기과 외래에 방문했다가 감염된 115번(77·여) 환자와 141번(42) 환자도 밀접 접촉과는 무관한 사례다.

    CCTV 조사 결과 이들은 응급실 구역에 있는 화장실 인근과 복도 등 응급실 바깥에서 14번 환자와 일부 동선이 겹친 것으로 확인은 됐지만, '면대면' 접촉을 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원내 곳곳에 묻어있던 바이러스만으로 이들이 간접 감염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차 진원지였던 평택성모병원에서도 복도 손잡이나 문고리 등 불특정 다수의 신체가 닿는 곳에 바이러스가 묻어있었던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잠복기는 2~14일이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2~14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미 이같은 잠복기 계산에 들어맞지 않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14일 확진 발표가 난 146번(55) 환자는 지난달 27일 어머니인 76번(77·여) 환자와 함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76번 환자는 이때 메르스에 노출됐고, 그 사실을 모른채 지난 5일 강동경희대병원을 거쳐 건국대병원에 입원했다가 증상이 나타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146번 환자는 어머니인 76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건국대병원에서 76번 환자를 간병했다. 그리고 지난 13일 메르스 증상이 발현됐다.

    당국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에) 폭로가 되고 발병이 늦게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어머니를 통해 4차 감염됐을 가능성은 배제했다.

    당국의 설명대로 146번 환자가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에 노출됐다면, 잠복기가 무려 17일이나 됐다는 것이어서 스스로의 가설을 부정한 셈이 된다.

    삼성서울병원이 오는 24일까지 병원을 부분 폐쇄하기로 결정한 것도 같은 '가설'을 토대 삼았다.

    지난 13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원내 이송요원 137번(55) 환자로 인한 전파 우려 때문으로, 24일은 이 환자의 잠복기 14일이 종료되는 날이다.

    그러나 메르스의 '메카' 격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연구팀은 최대 6주까지 증상 없이도 메르스 바이러스가 잠복한 사례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연령대 높고 기저질환 있어야만 위험하다?

    메르스 민관합동대책반에 참여 중인 대한감염학회 김우주 이사장은 지난 9일 "사우디아라비아의 문헌 조사 결과, 전체 메르스 발병자 중 2%인 11명이 소아였고, 이 중 기저질환이 있는 1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메르스에 잘 걸리지 않으며, 감염된다 해도 기저질환이 없으면 대부분 무증상 상태로 완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10대인 67번(16) 환자가 지난 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는 뇌의 양성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은 받았으나, 호흡기와 관련한 기저질환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령이 아니고 기저질환도 없지만 위중한 상태에 놓인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RELNEWS:right}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와 평택 지역 경찰인 119번(35) 환자는 모두 30대고 건강한 상태였으나, 현재 에크모(체외혈액순환기)를 착용할 만큼 불안정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2명의 환자들은 메르스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공군 원사 등으로부터 항체가 들어있는 혈액(혈청)을 제공받아 투여하기도 했다.

    15일까지 발생한 확진자 150명 가운데 59명은 40대나 50대였다. 60대~80대의 고령층은 63명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특히 30대도 20명이나 됐다. 발병 연령대가 고령에만 집중되는 건 아니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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