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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째 격리된 순창 마을 "메르스보다 외부 시선이 더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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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째 격리된 순창 마을 "메르스보다 외부 시선이 더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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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순창군 순창읍 한 마을 주민들 "우리가 죄인인가요" 하소연

    메르스 양성반응 환자가 나오면서 통째로 차단된 전북 순창군 순창읍의 한 마을 입구에 경찰 순찰차와 방역 요원들이 진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라북도 보건당국의 판단이 옳았다.

    전북 순창군 순창읍의 한 마을에 사는 A(72.여) 씨가 지난 4일 밤 1차 검진에서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자 보건당국은 다음날부터 이 마을을 통째로 격리했다. 그리고 6일 오후 A 씨는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았다.

    105명이 거주하는 농촌의 한 마을을 통째로 격리하는 보건당국의 초강수는 지역사회 감염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적 조치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내륙 속 섬'이 된 이 마을 주민 105명의 생각도 그러할까?

    격리 이틀째이자 A 씨가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은 6일 밤 주민 세 명과 전화취재를 했다.

    주민 B 씨는 '불안보다 더 큰 불만'이라는 말로 마을 분위기를 설명했다.

    "전국에서는 순창사람들을 만나지 말라고 하고, 순창군 사람들은 00리(격리된 마을) 사람들을 접촉하지 말라고 한다더군요. 무슨 큰 범죄 집단 대하는 것 같은데 우리가 죄인인가요?"

    화가 난 듯, 체념한 듯 B 씨는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친구들이 '너 때문에 학교 못 간다'고 했다더군요. 부모로써는 억장이 무너져요. 한번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세요."

    더 큰 상처는 초등학생 자녀 때문에 생겼다며 B 씨는 울분을 토했다.

     

    주민 C 씨는 한 해 농사를 망칠 위기에 처했다고 하소연했다.

    "조금 있으면 복분자 수확철인데 기피동네 이다보니까 일꾼들도 들어오지 않으려고 해요."

    생산한 농작물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C 씨는 최근 주문이 끊겼고, 이미 신청한 주문들도 모두 취소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C 씨는 "우리끼리 한 마을에 가둬놓은 셈이지만 감염에 대한 불안은 사실 없다"며 "가장 불안한 건 외부에서 우리를 보는 시선이다"고 말했다.

    주민 D 씨는 얼떨결에 격리 첫 날은 지나갔지만 차츰 주민들의 불만이 쌓이고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D 씨는 "격리 통보를 받았을 때 마을에 들어갈까 말까 고민했지만 저 때문에 피해보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들어왔다"며 "직업 특성상 지금이 한창 때인데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속상해했다.

    D 씨는 "외부에서 생수 같은 생필품도 많이 보내주고 있어 고맙다"면서도 "제발 우리 마을 사람들을 색안경 끼고 보지 말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주민들의 요구로 황숙주 순창군수는 이날 오후 7시 마을을 방문해 주민과 면담했다.

    주민들은 들이닥친 농번기와 관련한 일손 문제, 판로가 끊긴 농작물 문제, 생필품 지원 등을 요구했고, 황 군수는 긍정적으로 검토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전라북도 보건당국은 주민들에 대한 일대일 밀착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긴급 생계비 지원과 의료진을 파견해 주민들의 여타 질환을 치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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