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철이 4월 24일~25일 평양에서 열린 인민군 훈련일꾼대에서 졸고있는 모습. 왼쪽 끝에 표시된 인물. (사진=노동신문)
북한의 2인자 장성택이 잔혹하게 처형된데 이어 군 서열 2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도 숙청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정은 체제의 운명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국가정보원은 13일 국회 보고를 통해 현영철(66)이 지난달 30일쯤 비밀리에 숙청됐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고사총으로 공개 처형됐다는 첩보도 입수해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원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건을 제외하고도 김정은 집권 3년간 70여명의 고위 간부들이 총살됐다.
올해 들어서만 해도 8명이 처형됐고 일반 주민까지 포함하면 15명으로 늘어난다.
이는 김정일 집권 초기 4년간 10여명이 처형된 것과 비교해도 훨씬 폭압적이며 양상의 잔인함에 있어서는 고대왕조의 폭군을 연상케 한다.
비행기 격추용인 14.5mm 구경의 고사포를 난사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한 뒤 화염방사기로 태우고, 이것도 모자라 형 집행에 가족들까지 참관시킨다고 한다.
처형 대상도 지위의 높고 낮음이나 측근 여부를 가리지 않으며, 반당행위나 종파행위 등은 물론 정책에 대한 이견 제시나 여자문제로도 목이 달아난다는 전언이다.
최근에만 해도 조영남(73)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은 미래과학자거리 건설과 관련, “전기 부족으로 공사하기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2월 처형됐고 변인선(69) 인민군 작전국장은 김정은 지시에 이견을 제시했다가 1월에 숙청됐다.
이처럼 최고위 간부들조차 목숨부지가 힘든 판이어서 간부 사회에선 고위직을 기피하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간부들은 빈번한 처형에 공포감을 갖고 있으며 눈치보기, 몸사리기로 제 살 궁리에 몰두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공포정치는 예외 없이 단명했고 말로는 항상 비참했다.
부자세습 3대째를 맞은 김정은 체제도 운이 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법하다.
전통적 독재이론에 따르면, 최고 권력자는 숙청을 통해 권력을 나눠먹는 지지기반을 점차 줄여가다 끝내 무너진다.
선대 통치자에 비해 카리스마가 약하고 권력승계 기간도 짧았던 김정은 제1비서로선 자발적 충성보다는 공포정치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는 붕괴 속도를 더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당장은 분노보다 공포심이 더 크겠지만, 회의 중에 졸았다는 이유만으로 가차없이 숙청되는 전횡이 계속된다면 누구나 ‘역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은 “절차를 무시한 채 숙청하는 등 공포통치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간부들 사이에서도 내심 김정은의 지도력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RELNEWS:right}하지만 이런 참담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체제가 내부로부터 조만간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권력층과 주민 사회가 분리된 이중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기존에는 강력한 지배권력이 배급제를 통해 주민들을 완전 통제해왔지만 지금은 권력층과 주민이 각각 알아서 생계를 해결하는 묵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권력층 내부의 폭압적 행태가 주민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간부들에 대해선 절대권위를 강조하는 공포정치를 하지만 주민들에 대해선 친서민적 정책을 펴고 있다”며 “권력 내부에선 반발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이번 것을 체제 불안정으로까지 연계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