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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대형 참사, 선장에 대해 부작위 살인죄 첫 '인정'



법조

    세월호 대형 참사, 선장에 대해 부작위 살인죄 첫 '인정'

    세월호 승무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28일 오전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 15명이 광주고등법원 법정에 배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가 이준석(70) 선장에 대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해 관심을 끌었다.

    대형 참사로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유죄로 인정된 것은 국내외에서 사실상 이번 판결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28일 광주고법 제5 형사부는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가 된 뒤 1심에서 징역 36년이 선고된 이 선장에 대해 승객 퇴선방송 지시 등을 하지 않은 부작위는 살인의 실행행위인 작위와 같게 평가할 수 있다며 이 선장에 대해 살인죄를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은 그동안 1, 2심 재판 과정에서 이 선장 등이 승객들에 대한 퇴선방송 등 승객 구조 조처를 전혀 하지 않고 자기들만 살겠다고 빠져나온 것은 배 안에 대기하고 있던 승객들이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며 승객들의 사망 발생을 내심으로 용인한 것으로 부작위에 의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 살인 등의 혐의를 유죄로 선고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이 선장의 변호인 측은 이 선장이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 VTS와 승객 퇴선명령을 한 교신내용이 있고 사고 당시 해경이 현장에 도착해 승객들을 구조할 거로 생각하고 탈출한 만큼 고의로 승객들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하지 않았다며 살인 및 살인 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라며 다퉈왔다.

    '기대되는 특정한 의무를 하지 않음으로써 범죄를 저지른다'는 뜻의 부작위 범죄에선 고의성 입증이 관건이다.

    법원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한 사례는 입증이 쉽지 않아 드물다.

    국내에서는 1991년 조카(당시 10세)에게 위험한 둑 위를 걷게 한 뒤 저수지에 빠지자 구하지 않은 삼촌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돼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바 있다.

    반면 326명이 희생된 1970년 남영호 침몰 사고 시 선장이 살인 혐의로 기소됐으나 법원은 "죽음을 무릅쓰고 사고 발생을 예견한 채 과적 운항을 했을 가능성은 작다"며 무죄로 판단해 업무상 과실치사죄만 인정해 금고 2년 6월을 선고했다.

    국외에서는 이탈리아판 세월호로 불리는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좌초 사건 당시 선장이 과실치사죄로 처벌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304명이 희생된 대형 참사에 대해 법원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유죄로 인정한 것은 사실상 국내외에서 처음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는 "선장으로서의 막대한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이 선장이 400여 명의 승객이 익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골든타임에 아무런 조치도 않고 퇴선방송도 하지 않은 채 자기만 살겠다고 먼저 탈출한 사정에 비춰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라고 판단했다.

    또, "퇴선 이후에도 이 선장은 승객구조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해경정의 선실로 들어가 버렸고 심지어 사고 현장을 떠나 진도에 있는 병원에서 신원이 밝혀질 때까지도 스스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점도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라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선장의 이같은 행태는 "마치 고층 빌딩 화재 현장에 구조를 위해 출동한 소방대장이 빌딩 안의 승객 구조를 외면한 채 옥상의 구조 헬기를 타고 먼저 빠져나가는 행위나 야간 병원 응급실을 지키던 유일한 당직의사가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방치하고 병원에서 빠져나가는 행위에 견줄만 하다."라고 밝혔다.

    특히, 1심 재판부는 "이 선장이 승객 등에 대한 퇴선방송 지시가 있어 살인죄를 무죄로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선장과 선원들이 세월호를 탈출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승객들에 대해 선내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퇴선방송 지시가 없었다."라고 판단했다.

    여기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선장이 퇴선방송에 수반되는 조치 즉 해경 등 구조세력에 대한 승객 구조 조치 요청 등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퇴선방송 지시가 있었다는 일부 승무원들의 진술도 퇴선방송 지시도 없이 퇴선한 사실이 알려지면 극심한 비난에 노출될 것을 우려해 이를 은폐하려는 내심의 동기가 강해 신빙성이 없다"라고 봤다.

    무엇보다 진도 VTS와 교신을 퇴선방송 지시의 근거로 제시하지만, '탈출할 수 있는 사람'들만 일단 '탈출을 시도'하라는 표현은 '승객 전체'에 대해 이뤄져야 하는 '퇴선명령'과 맞지 않는 표현에 비춰 항소심 재판부는 이 선장의 퇴선방송 지시는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처럼 이 선장의 구호조치 포기와 승객 방치 및 세월호 탈출 행위(부작위)는 살인의 실행행위(작위)와 같게 평가할 수 있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며 이 선장에 대해 중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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