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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어머님이 누구신지 묻고픈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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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영, 어머님이 누구신지 묻고픈 이 남자

    [노컷 인터뷰]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겸 가수 박진영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대표 프로듀서 겸 가수 박진영은 요즘 기분이 좋다. 일단 소속사 걸그룹 미쓰에이가 7번째 프로젝트 앨범 '컬러스(Colors)' 타이틀곡 '다른 남자 말고 너'로 대박을 쳤다. '넘사벽 데뷔곡'으로 불린 '배드 걸 굿 걸'의 성적과 비견될 정도로 뜨거운 인기다.

    여기에 1년 7개월 만에 내놓은 자신의 신곡 '어머님이 누구니(Feat. 제시)'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 소속사 대표와 대표그룹이 나란히 차트 1, 2위를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훈훈한 봄을 맞고 있는 셈. 음원 강자들의 연이은 출격으로 '전쟁'이라 불린 가요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뒀으니 그의 입이 귀에 걸릴 만도 하다.

    20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진영의 표정은 예상대로 밝았다. "내가 안 나왔으면 미쓰에이가 4주 연속 1위였을 텐데 미안하다"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기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니 기쁨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자신의 예상이 보기 좋게 맞아떨어졌다는 것에 대한 쾌감이랄까. '유쾌한 딴따라' 박진영과의 대화 내용을 키워드로 재구성했다.

     

    ◇ 대박

    =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운인 것 같다. 나이가 들고, 철이 들면서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걸 느꼈다. 삶이라는 게 그렇다. 대충 했는데 잘 될 때도 있고. 혼신의 힘을 바쳤는데 잘 안 될 때도 있지 않나.

    3~4년 동안 땀과 노력을 바쳤지만,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미국 진출 프로젝트가 무산됐을 때 정말 힘들었다. 이후 삶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결과보단 과정에 집중하자고 정했다. 과정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데, 결과는 안 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결과에 포커스를 맞추면 잠을 못 잔다. 예를들어 음원 차트를 종일 들여다보고 있으면 공황장애에 걸릴 거다. 난 이제 결과가 좋았을 때 지나치게 흥분 하지도, 좋지 않았을 때 낙담하지 않는 힘이 생겼다.

    ◇ 미쓰에이

    = '어머님이 누구니'를 미쓰에이가 컴백한 시기에 발표하게 된 이유가 있다. 'K팝스타4' 결승전 무대에서 시간을 때워야 했기 때문이다. (웃음). 그런데 뻔한 건 싫었다. 심사위원이 노래하는 게 그래도 신선하지 않나. 이를 위해 작업 중인 앨범 수록곡 중 2곡만 미리 공개하기로 한 거다.

    사실 회사에서는 미쓰에이 새 앨범이 나오기 전에 요새 2주 연속 1위 하는 노래가 어디있느냐고 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내가 안 나왔으면 미쓰에이가 4주째 1위인 상황이 됐다.

    '다른 남자 말고 너'가 정말 이상한 노래다. 3~4위를 하다가도 다시 2위가 된다. 오늘도 봤는데 2위더라. 내가 아니면 계속 1위라는 얘긴데…. 다행히 이 친구들이 날 좋아한다. 오늘 인터뷰 끝나고 페이와 지아에게 저녁 쏘기로 했다. 하하.

    ◇ 500곡

    = 20년 동안 500곡을 썼다. 1년에 25곡, 한 달에 2곡 이상 곡을 쓴 셈이다. 미친 일이다. 기쁨도, 슬픔도 적당하면 곡이 안 나온다. 내가 감정 기복이 큰 편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난 그냥 슬플 때 슬픈 곡, 기쁘고 춤추고 싶을 때 신나는 곡, 야한 생각할 때 야한 곡을 만든다. 사실 야한 곡의 비율이 큰 편은 아니다. 500곡 중 100곡 정도다. 다들 살다보면 야한 생각을 그 정도쯤 하지 않나? 기쁘고 신나는 노래는 다른 가수도 하는데, 야한 노래는 나만 하니까 '박진영스럽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아닐까.

    무엇보다 노래로 거짓말하기는 싫다. 머리를 써서 대중의 기호에 맞추려면 과정도 재미없다. 난 반드시 내가 느낀 걸 쓴다. 그래야 나중에 곡을 들었을 때 재미도 있다. 500곡 모두가 결국 내 인생인 거니까.

    ◇ K팝스타4

    = 'K팝스타4' 참가자 중 JYP로 데리고 오고 싶었던 몇몇 친구들과 이야기 중이다. 생방송 나갔던 친구도 있고, 아닌 친구도 있다. 그 친구들이 JYP로 안온다고 할 수도 있어서 아직 이름을 거론하긴 조심스럽다.

    다음 시즌에도 출연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양)현석이 형, (유)희열이 형과 상의 해봐야 한다. 근데 항상 (심사평 때문에) 나만 욕먹으니까…. (웃음).

    앞으로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후배를 양성하고 싶다. 사실 박진영 보다 뛰어난 제자가 없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지 않다.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후배를 양성하는 데 썼기 때문이다.

    ◇ 기준

    = JYP는 다른 회사에 비해 내보내는 친구들의 수가 굉장히 많다. 확률이 없으면 내보낸다. 연습 성적이 한 반에서 50% 밑으로 떨어지면 아예 연습에 못 나오게 한다. 모두가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자식인데, 그들이 인생이 정말 중요하지 않겠나. 그래서 우리가 데뷔시킬 자신이 없으면 빨리 내보내는 편이다.

    난 무엇보다 인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JYP에서 나간 친구들의 인성이 좋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니 오해는 말아 달라. 사실 딴따라들은 보통 태도나 인성이 좋지 않다. 학창시절에 문제를 많이 일으키니까 JYP에서 못살아 남는다. 정말 아쉬운 건 인성은 좋은데 재능이 안 따라주는 친구들이다. 그런 친구들은 우리 회사를 나간 후 잘 되더라도 기분이 좋더라.

     

    ◇ JYP엔터테인먼트

    = 박진영이 없어도 잘 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 2012년부터 그런 작업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직원들이 당황했다. 이전까지 내가 다 결정해줬는데, 직접 결정해야 되니 말 그래도 개판 오분 전이 된 거다. 그 시기엔 정말 말도 안 되는 음악과 뮤직비디오도 나오곤 했다. 그렇게 시행 착오를 거쳐 조직을 재구성해 나갔다.

    사실 크리에이티브를 시스템화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3년이 지났다. 이제야 자리를 잡는 것 같다. 그간 30명이 넘는 작곡가를 키웠고, 외부 작곡가 유입도 늘었다. 3년간 내 영향력을 최소화시키는데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가 나온 게 올해다. 예측이 거의 다 맞아떨어졌다. 피프틴앤드(15&)가 비용대비 최대 효과를 냈고, 나와 미쓰에이가 잘 됐다. 레이블 설립 작업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앞으로 3년 뒤에는 더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 정직

    = 난 망하는 게 두렵지 않다. 망하더라도 과정이 올바르고 정직하고, 투명하게 성실하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에 후회는 없다. 결과보다는 편법, 탈법, 불법이 없었느냐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손해도 많이 봤다. 깨끗하지 못한 곳을 제외해야 했기에 행사도 반으로 줄었다. 가수로서는 수입이 줄어들어서 힘들어하고, 직원들도 여러모로 힘들어했다. 결국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만 남게 됐다.

    살기 너무 힘든 세상 아닌가. 집을 살 수 없고, 아이 낳기도 힘든 기형적인 사회다. 젊은 친구들에게 어른들이 다 반칙을 쓰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불법, 탈법 안 쓰고 열심히 사는 어른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 가수

    = 가수로서의 목표는 60세에 최고의 춤과 노래를 보여주는 것이다. 민첩성, 순발력 등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 2년 반 동안 생물학, 의학 공부도 많이 했다. 실험해보니 실제로 가능하더라. 이번 '어머님이 누구니' 무대를 보면, 20대의 박진영 보다 춤을 더 잘 춘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거다. 내 스스로도 숨도 덜 차고 움직임도 빨라졌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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