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다 되가지만 유족들이 겪는 아픔과 상처는 일반인들의 상상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CBS노컷뉴스가 지난달 2일부터 29일까지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 152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실태조사는 CBS와 온마음센터가 416가족협의회 도움으로 지난 3월 19일부터 3월 29일까지 11일간 공동으로 실시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152명의 심리상태를 조사한 결과 55.3%인 84명이 ‘죽고 싶은 생각’을 갖는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1.2%가 40대 였는데, 우리나라 40대 일반인의 자살충동률인 6.1%보다 10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갖는 심리상태는 분노 죄책감 우울 무기력 절망 불안 등으로 일반인의 심리상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42.8%에 달했고 10명중 8명은 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각한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10명 중 7명의 유가족은 대인기피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인관계를 하지 않는 이유는 ‘공감되지 않는 위로의 말이 듣기 싫어서’ , 또 ‘마음 아픈데 괜찮은 척하기 힘들어서’등의 응답이 주류를 이루었고 다른 사람들이 자녀 이야기를 할 때 힘들고 세상이 야속하게 느껴진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참사 이후 직장 복귀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는 47.4%가 ‘복귀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17.8%는 ‘복귀했다가 다시 휴직 또는 사직했다’고 답했다.
65.2%가 직장을 포기한 것이다.
심리적인 트라우마 뿐 아니라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다보니 유족 대부분의 건강상태도 심각한 상황이다.
고혈압, 만성두통, 신경쇠약, 협심증, 소화불량, 생리불순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세월호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같은 유족들이 겪는 상처와 아픔이 시간이 지나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세월호 유족들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다.
애지중지 키워온 자식을 잃은 슬픔은 이세상 어떤 슬픔에 견줄 수 없을 정도로 큰 충격일 것이다.
유족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들어보면 폐부를 찌르는 아픔이 전해진다.
세월호 참사의 극복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이같은 유족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의 보상안 발표가 유족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도 바로 이같은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어느 시점에는 경제적 지원이나 물질적 보상도 필요하겠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위로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공감과 이해는 정부뿐 아니라 온 국민의 몫이기도 하다.
선진적인 사회와 후진 사회의 가장 큰 차이는 약자, 고통받는 자에 대한 배려의 차이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가 성숙한 사회가 되기 위해 그리고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의 안전은 물론 공동체의 회복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유족들이 겪는 고통과 아픔을 이해하고 위로하고 배려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