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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속에는 소녀가 산다…배우 김현주 탐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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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배우 속에는 소녀가 산다…배우 김현주 탐구생활

    [노컷 인터뷰] "막장없이 잘돼서 더 의미…연하와 로맨스 해보고 싶어"

    배우 김현주. (에스박스미디어 제공)

     

    도회적이면서 당찬 미인. 드라마 속의 배우 김현주는 대개 그런 모습으로 기억된다.

    데뷔 20년을 향해 달려 가는 중견 여배우인 그가 또 한번 최고의 작품을 만났다. 막장 없이 시청률 40%에 빛나는 KBS 2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가 그것이다.

    이렇게 대박이 난 드라마치고, 주연배우인 김현주와의 인터뷰는 늦은 감이 있었다. 배우들이 대부분 드라마 종방 직후 인터뷰를 가지기 때문이다. 취재진도 김현주 측에 전화를 걸었다가 '(인터뷰) 일정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접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인터뷰를 하게 됐다'는 전화를 받아 그와 만나게 됐다.

    막상 결정은 했지만 예정에 없던 인터뷰라 걱정부터 앞섰다. 그렇게 만난 김현주는 취재진의 걱정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인간 김현주는 '도회적이면서 당차다'고만 정의하기 힘든 여배우였다. 격의없는 분위기는 즐거웠고, 대화는 막힘이 없었다. 그는 솔직당당하게 수다를 떨다가, 금방 사랑에 설레는 10대 소녀의 얼굴을 했다.

    이 배우에게는 어딘가 사람을 밝고 편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불과 1시간 만에,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내 온 옆집 누나나 언니처럼.

    다음은 취재진과 김현주의 일문일답이다.

    ▶ 끝나고 '가족끼리 왜 이래' 식구들끼리 제주도 여행 갔었죠?

    해외에 몇 명 가는 건 무의미하고 다같이 가야 되니까 제주도로 갔죠. 저녁먹을 때까지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했어요. (서)강준이한테 뭐하고 싶냐고 물어봤는데 어리니까 활동적인 걸 좋아하더라고요. 산으로 갔다가 바닷길로 가는 ATV가 있어서 저와 (박)형식이, 강준이 등등 다섯 명이 타고 사진 찍고 그랬어요. 강준이가 노을을 좋아하다고 하는데 예상 외였어요. 바닷가에서 노을봤던 게 제일 좋았대요.

    ▶ 이렇게 늦게나마 인터뷰를 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있나요?

    안하려고 했다기 보다는 '(드라마) 끝났는데 뭘 하지?'라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원래 작품이 끝나면 자유인 김현주로 돌아가고, 그렇잖아요. 제가 옛날사람이라 그래요. 요즘 분위기가 그러면 나도 분위기대로 가야지 생각했죠. 그런데 요즘에는 매체가 너무 많아서 '그걸 어떻게 전부 해. 그렇게 다 와? 나를 인터뷰하러 그렇게 다 온다고?'라고 물어봤어요. (웃음)

    배우 김현주. (에스박스미디어 제공)

     

    ▶ 실제로 장녀이기도 하고, 차강심을 연기하면서 아버지 생각도 많이 났을 것 같아요.

    (저도) 딸이라서 공감이 많이 갔죠. 실제 제 모습과 비슷해요. 저 역시도 그런 큰딸이었기 때문에 좀 더 표현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어요. 너무 감정이 짙어지거나 과해지는 경향이 있을 거 같아서 그 부분은 오히려 차단하려고 하기도 했어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좀 채웠어요. 저는 우리 아버지한테 아빠라고 불렀는데 아빠랑 아버지는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아버지가 더 짠해요. 유동근 아버지한테 '아버지,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좀 빈자리를 채웠어요. (부모와 자식 간에) 서로 서로 잘해야 할텐데 생각뿐이고 말과 행동이 그렇게 될까요?

    ▶ 본인과 차강심 캐릭터가 비슷한 지점이 있나요?

    밖에 나와서 잘난 척 하는 거 같아요. 모든 말을 다 잘하는 것처럼 괜히 똑부러진 척하고. 집에 가면 허물 다 벗어놓고 '아우, 귀찮아 좀 있다 씻자' 그렇게 네 시간씩 앉아있고. 비슷해요. 연애 못하죠, 살림 관해서도 손하나 까딱 안하죠. 집에서 아무것도 안해요. (웃음) 아직은 드라지 않아요. 그렇지만 바뀌어야겠다고 강하게 생각하고 반성하는 기회이자 확실한 계기가 됐어요.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나 역시도 그렇잖아요. (가는데는) 순서 없잖아요.

    ▶ 코믹한 연기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던데요?

    (강심이와) 비슷하게 코믹한 부분이 있는 건 맞아요. 그렇지만 김상경 씨가 많이 예뻐해줘서 그래서 아마 예쁘게 나오지 않았나 싶네요. 확실히 여자는 사랑을 받아야 되는 거 같아요.

    ▶ 마지막에 결국 (차)순봉 씨가 죽었는데, 새드엔딩이라고 생각하나요?

    새드엔딩은 아니었어요. 결말은 정해져 있었고 바뀔 수 없는 거였으니까요. 우리가 시간을 잡을 수 없고, 부모님을 잡을 수 있어요? 바꿀 수 없는 거고, 내 힘으로 어떻게 되는게 아니니까…. 부모님은 영원히 계시지 않고, 우리 곁을 떠나고 우리는 부모님이 안 계신 환경 속에서 형제들끼리 의지하며 우리 인생을 사는 거죠. 그렇게 후회의 세월을 보내다가 부모가 되고, 똑같이 내 자식이 그렇게 하고…. 아버지가 살았으면 좋겠다 많이 바랐지만 그냥 우리의 바람인 거죠.

    배우 김현주. (에스박스미디어 제공)

     

    ▶ '가족끼리 왜 이래'는 막장 없이 좋은 성과를 냈어요. 배우 입장에서 그 의미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배우 입장에서는 시청률보다도 그 부분에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를 만드는 것에 대단한 교훈을 줄 수는 없지만 좋은 영향을 끼치면 좋잖아요. 좀 제 역할에 자긍심을 느끼면서 연기 했어요. 우리 드라마를 착한 드라마라고 말씀해주시는데 막장 없이 이 정도 성과 이룬 게 되게 큰 의미라고 생각해요. 자극적인 드라마가 나오면 더 자극적으로, 점점 그렇게 되고 있더라고요. 그런 시기에 정말 잘 나온 드라마죠. 그렇지 않고도 시청자들이 좋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니까요. 만드는 입장에서는 시청자들이 좋아하니까 막장을 넣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라 더 의미가 있어요.

    ▶ 그러면 배우 김현주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나요?

    일하는 즐거움을 새롭게 찾았어요.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조금 생겼어요. 배우로서 자신감도 좀 생겼고요. 제 역할이 분명해진 계기였던 것 같아요.

    ▶ 현장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고 들었는데 정말 아쉬울 것 같아요.

    (피가 이어져 있지 않아도) 사랑으로 모이면 가족인 것 같아요. 이번에 제주도 여행을 가서 마지막 밤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어요. 여행이 진짜 끝이구나, 생각하니까 너무 아쉽고 슬픈 거예요. 분명히 만날 것은 알아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저부터도 제 삶이 있고, 새 작품과 새 사람을 만나다가 잊어 갈 테니까 그게 너무 슬펐어요. 그래도 우리 팀은 계속 만날 것 같아요. 사랑이 남녀의 사랑만 있는 게 아니라, 동료들 속에서도 큰 사랑을 느낄 수 있어요. 단순히 나 혼자 잘해서 이런 좋은 결과를 얻은 게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일해서 얻은 성과구나. 그 기쁨이 더 크고, 많이 느끼게 되더라고요.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도 알게 됐어요.

    ▶ 이런 분위기가 흔치는 않나 봐요?

    이런 결과와 이런 분위기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죠. 착하게 시청률 40%가 넘는 드라마가 나올 수 있을까. 또 그런 드라마를 할 수는 있고,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해야겠죠. 그렇지만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드니까 속상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배우 김현주. (에스박스미디어 제공)

     

    ▶ 이번에는 코믹한 로맨스로 주목받았는데, 좀 아쉬운 점이 있었나요?

    드라마 '연애의 발견'이랑 '내 생애 봄날' 재밌게 봤어요. 제가 그런 걸 못해봐서 대리만족하려고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드라만데 완전 봄이더라고요. (역할이) 다 제 것 같아요.(웃음) 이번엔 로맨스보다는 코미디에 가까워서 아쉬운 것도 있어요. 더 할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 연마한, 숨겨놓은 애교를 모두 펼칠 수 있었는데…. 다음에 저는 (손)담비가 했던 효진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사랑밖에 모르고, 욕 나올 정도로 말랑말랑한 사랑스러운 역할하고 싶어요.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인공인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라고 있어요. 그 영화의 여자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치명적인 사랑도 좋고, 시한부 역할도 해보고 싶고. 좀 강한 그런 역할 아니면 아예 막 코미디도 좋아요. 안 해본 역할이 너무 많아요.

    ▶ 그러면 함께 로맨스로 호흡 맞춰보고 싶은 남자 배우는요?

    연하하고 연기 해보고 싶어요. 30대 아닌 남자 배우들? 솔직히 저는 의외로 젊은 친구들이랑 많이 호흡을 못 맞춰봤어요. 그래서 좀 연령별, 캐릭터별 다양하게 연기해보고 싶어요.

    ▶ 아무래도 이제 결혼을 생각할 나이죠?

    우리집은 (결혼이) 절대 금기어죠.(웃음) 남동생도 가끔 '매형 잘 지내냐. 매형이랑 술 한잔 먹게 시간 좀 내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때가 있었어요. 그럼 제가 '무슨 소리냐. 매형이 어딨냐'고 이랬는데 그것도 몇 년 하더니 안 하더라고요. 누가 옆에 있어야 하죠. 하고 싶었다가, 하기 싫었다가 잘 모르겠어요. 어쩔 때는 누가 정말 옆에 있으면 좋겠는데, 제 공간에 누가 함께 있으면 너무 답답하기도 하고 그래요.

    ▶ 연애하고 싶지는 않아요?

    안한 지 좀 돼서 상상연애까지 해요.(웃음) 여자가 사랑받을 때 진짜 예뻐지는 것 같아요. 예쁘다고 하니까 진짜 예쁜 척하고 예뻐지잖아요. 일과 연애를 나눠서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둘 다 똑같이 삶의 한 부분이죠. 예전에는 제가 원하는 스타일을 많이 생각했어요. 그런데 과연 나는 누군가의 이상형이 될 수 있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럴 만한 사람도 아니고, 준비도 안 돼 있으면서 욕심만 차리는 것 같은 느낌? 180㎝는 넘는 사람이 이상형이었는데 사실 키로 안아주는 게 아니고 마음으로 안아주는 거라는 걸 알게 되잖아요. 이제 그런 조건도 없고 그냥 절 단점도, 부족한 점도 없는 사람으로 봐주는 남자면 좋겠어요. 부족한 게 너무 많고, 안 보이진 않겠죠. 그래도 그런 사람이요.

    ▶ 지금은 다작하는 분위기는 아닌데, 예전에는 정말 다방면에서 많이 활동했었죠?

    제가 딱 배우라고 느꼈던 건 드라마 '유리구두'부터였어요. 그전까지는 예능도 많이 하고, 온갖 것을 많이 했어요. 주체성도 없고, 되게 혼란스러웠죠. 그냥 일하는 기계, 욕먹는 기계 같았어요. 여기다 내려주면 여기서 욕하고, 저기서 욕하고…. 라디오 생방송, 영화, 드라마 이렇게 3개를 한꺼번에 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 때는 제가 배우인 줄 몰랐어요. 2~3년 넘게 연기 맛이라고 하는 것도 잘 몰랐고. 처음부터 기본은 해서,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구나. 이렇게 하면 되는 구나' 이렇게 생각했었죠. 그런데 '유리구두'를 만나고 '배우해야겠다. 연기해야겠다' 생각했어요. 두 번째는 '인순이는 예쁘다'였어요. 그 때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나름 슬럼프였는데 길고도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해준 드라마였죠. 드라마 상황이 저와 비슷했고, 누구보다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조금 치유되고, 삶에 잘 적응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있었고요.

    배우 김현주. (에스박스미디어 제공)

     

    ▶ 그 때는 본인이 원해서 그렇게 일을 많이 했나요?

    회사에서 별로 저에 대한 기대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막 갖다 넣었어요. 당시만 해도 저 같은 캐릭터가 별로 없기도 했고요. 높은 언니들 땜빵으로 가서 때우고, 그런 게 어렸을 때 상처가 컸어요. 당시 썼던 다이어리를 보면 요만한 칸에 모자랄 정도로 일 년치 스케줄이 전부 적혀있어요. 딱 하루 쉬는 날이 있더라고요. 제가 그걸 보면서 혼자 울었어요. 지금도 회사에서 다 컨트롤해주고, 바쁜 신인 애들을 보면 짠하기도 하고 그래요.

    ▶ 얘기를 나눠본 바로는 굉장히 솔직하고 밝은 성격인 것 같아요.

    사실 그렇게 다 솔직하지는 않죠.(웃음) 워낙에 근심걱정이 많은 스타일이라 우울하면 끝도 없어요. 거기까지 가지 않으려고 중간 단계에서 자꾸 기분을 끌어올리고, 밝으려고 노력하죠. 제가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갖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전 쉴 때 잘 쉬어야 일도 잘할 수 있거든요. 재봉틀, 드라이브, 걷는 것도 좋아해요. 그림이랑 드럼도 배우는데 정말 재밌어요. 록페스티벌하면 거기도 가고 그래요. 베이스와 드럼 소리가 막 심장을 쳐요. 그림은 동네 화실 다녀요. 꽃꽂이처럼 처음부터 치료 목적은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마음도 조용해지고 차분해지고 그렇더라고요. 예전처럼 다이어리를 쓰지는 않아요. 오늘을 열심히 살면 좋다고 생각해요. 계획 세우면 그 계획이 안됐을 때 저를 탓하거든요.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계획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아요.

    ▶ 어떻게 보면 참 바르고 건전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제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 하고, 정직하게 바로서려고 하는 지점이 있어요. 그래서 캐릭터가 한정적이기도 한 것 같아요. 일탈하고, 자유롭게 살려고 노력해요. 사소한 건데 스트레스 받으면 피어싱을 하거든요. 어디 뚫고, 아무도 모르는데 혼자 좋아하고.(웃음) 저 혼자 괜히 뿌듯해요. 타투도 맨날 들여다봐요. 어디다 할 수 있을까, 하면서. 되게 오래 전에 한 적은 있어요. 그런데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모르니까 너무 겁을 먹고 보이지 않는 곳에다 했어요. 소심하게. 이번에는 보이는데다가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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