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한중일 정상회담 '편리한 시기' 놓고 동상이몽?



국방/외교

    한중일 정상회담 '편리한 시기' 놓고 동상이몽?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윤병세 외교부 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부터)이 21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제7차 한일중 외교장관회의’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약 3년만에 재개된 제7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가 21일 많은 성과를 남기고 끝났다.

    특히 주최 측(의장국)이라 할 수 있는 한국으로선 기대 이상의 흥행 성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외교 당국자들도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최근 수년간 역사와 영토 문제 등으로 반목해온 세 나라가 어렵게 한 테이블에 앉은 것과 5년만에 공동언론발표문까지 마련한 것 자체가 큰 진전이란 평가다.

    회의가 중단된 최근 3년은 물론이고 그 이전 2년 동안에도 의견 불일치로 공동언론발표문 형식의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공동언론발표문의 내용도 풍부한 편이다.

    먼저 3국 외교장관들은 3년만에 개최된 이번 회의를 계기로 3국협력체제가 복원의 길로 나아가길 기대했고 의장국으로서 한국의 적극적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또 3국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가속화 노력과 한중일 대테러 협의회 및 아프리카 정책대화 재개, 3국간 청년모의정상회의, 외교관 연수기관간 협력, 싱크탱크간 네트워크 구축, 중동 정책협의회 신규 추진 등 다양한 사업에 합의했다.

    중일 외교장관은 한국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환영하고 북핵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6자회담의 의미있는 재개를 위한 공동 노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외교 당국자는 “2007년부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가 개최된 이후 북핵 관련 문안이 (합의문에) 포함된 것은 처음”이라며 “의미있는 비핵화 대화를 위한 진전이고 동력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우려했던 중국 측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 제기도 없었다.

    만약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사드의 ‘사’자만 꺼냈더라도 회담 양상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관련 질문에도 일체 답변하지 않은 등 의도적으로 쟁점화를 피했다.

    오랜만에 동북아 3국이 머리를 맞댄 자리에서 한중간 양자 의제를 꺼내들어 판을 깼다는 비난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 과거사와 관련한 공통의 이해를 가진 한중이 일본 앞에서 ‘적전분열’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부담과, 최근 류젠차오의 방한만으로도 중국의 의사는 충분히 전달된데다 한국내 반중여론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3국 정상회의 개최에 합의한 것이다.

    사실 이번 회의 목적 자체가 정상회담 성사로 3국 협력체제를 확고히 복원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었다. {RELNEWS:right}

    외교 당국자는 “가장 큰 의의는 정상회의 개최의 방향성이 정해진 것”이라며 “정상회의가 3국 협력의 가장 큰 기제인데 동력을 확보한 것은 큰 진전”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외형적 결과만 보면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정도’의 결실이며, 이로써 한중일 협력시대가 당장이라도 활짝 꽃피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 합의된 정상회담 조건에는 다소 애매한 측면이 남아있어 실제 추진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공동언론발표문 마지막 항은 “3국에게 모두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at the earliest convenient time)에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공동회견에서 ‘조기 개최’에 무게를 실은 것과 달리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역사 직시’를 강조한 것으로 볼 때, 각자 아전인수식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예컨대 ‘빠른 시기’와 ‘편리한 시기’는 가치충돌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합의를 위반한다는 비난을 피하면서도 자국의 주장을 펼칠 여지가 있다.

    한국은 장관회의 개최의 여세를 몰아 정상회담까지 성사시키는 국내외적 외교 성과를 위해서라도 조기 개최를 요구하는 일본과 한 편에 서있다.

    하지만 별로 급할 게 없는 중국은 사실상의 조건을 달음으로써 일본을 압박할 카드를 남겨뒀다.

    왕이 부장은 공동회견에서도 역사 인식 문제로 3국협력이 큰 지장을 받고 있다며 일본에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또 ‘정시역사 개벽미래’(正視歷史 開辟未來. 역사를 직시하며 미래를 향해 나간다)의 여덟 글자를 강조하는 등 회견의 대부분을 역사 문제에 할애했다.

    공동언론발표문 4항에 “3국이 관련 (역사) 문제들을 적절히 처리”한다고 명시한 것도 중국 측 요구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외교장관회의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의 8월15일을 전후한 2차대전 종전 70주년 기념 담화나 4월말 미국 의회 초청연설 등이 향후 3국관계에서 여전히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