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시절, 특정 배우에 꽂혀 그 또는 그녀가 출연한 영화 들을 굳이 찾아보려 애쓰던 때가 있었다. 영화라는 저마다 다른 세상 안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그들의 모습이 연기라기 보다는, 의미 있는 실험처럼 다가오던 시기다.
당시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스크린을 수놓던 그 배우들은 이제 뒷전에 물러나 있다. 세월의 풍파가 새겨진 얼굴로 후대의 연기를 보다 돋보이게 만드는 조력자로서 말이다.
19일 언론시사를 통해 공개된 SF 블록버스터 '인서전트'에 출연한 할리우드의 샛별들을 보면서 '지금 영화를 좋아하는 학생들도 저들을 보면서 감정을 이입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떠오른 데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극중 체제에 저항하는 주인공 트리스로 분한 쉐일린 우들리는 이 영화 안에서 대척점에 있는 독단적인 지도자 제닌 역의 케이트 윈슬렛과 어딘지 닮아 있다. 트리스의 동료이자 연인 포를 연기한 테오 제임스, 이중적인 면모를 지닌 피터 역의 마일즈 텔러는 각각 명배우 말론 브란도와 숀 펜의 젊은 시절을 연상시킨다.
그만큼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는 생기로 넘쳐난다. 할리우드는 그렇게 전 세계 관객들이 원하는 이미지의 배우들을 끊임없이 키우고 발굴해 왔을 것이다. 인서전트를 포함해 가능성 있는 신성들을 대거 기용한 시리즈물 '헝거게임' '메이즈 러너' 등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영화 '인서전트'의 한 장면. (사진=조이앤컨텐츠그룹 제공)
이들 영화 속 주인공이 사람들을 억압하는 현 체제를 부수고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려 애쓰는 모습은 관객들의 뇌리에 젊은 배우를 각인시키는 데 특효약이다. 이젠 SF 고전이 된 '매트릭스' 시리즈로 전 세계 젊은이들의 지지를 얻었던 키아누 리브스처럼 말이다.
물론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탄탄한 원작으로서 딱 버티고는 있지만, 활자를 영상으로 구현해낸 이 영화 속 풍경들은 매트릭스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인서전트의 주인공 트리스와 포 역시 매트릭스의 네오와 트리니티의 성 역할을 바꾼 재현으로 여겨진다.
극 후반부 40여 분간 이어지는 시뮬레이션 게임 장면은 할리우드의 CG 기술력을 집대성했다고 여겨질 만큼 뛰어난 볼거리다. 특히 긴 생머리를 과감하게 자르고 중성적인 매력을 선보인 쉐일린 우들리의 흡인력 있는 감정·액션 연기는 비슷한 류의 SF 블록버스터 시리즈물과 이 영화를 뚜렷하게 구분짓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