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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선글라스를 끼고 큰 시가를 입에 문 채 나에게 연기를 뿜어댔다." 최근 방한한 ''내가 숨쉬는 공기''의 이지호 감독은 할리우드 배우 앤디 가르시아와의 첫 만남을 이같이 회상했다.
감독에 따르면 그의 집 뒤뜰에서 이뤄진 미팅은 4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가르시아는 감독에게 누가 캐스팅됐는지 감독의 의도는 무엇이며 또 감독이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 수십 개의 질문을 쏟아냈다. 이 감독은 답변을 다 한 뒤에야 출연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
가르시아는 이처럼 처음에는 비록 감독을 두렵게 했지만 이후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줬다. 특히 촬영 후반 갑작스레 대상포진에 걸린 감독이 앞이 안 보여 휠체어를 타고 현장을 지휘해야 했을 때 가르시아는 "지호가 아프니, 우리 모두 그를 도와주자"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내가 숨쉬는 공기''는 할리우드의 쟁쟁한 스타를 기용해 행복, 기쁨, 슬픔, 사랑 등 희로애락의 정서를 다양한 인간군상을 통해 담아냈다.
가르시아는 극중 잔혹한 조직의 보스 핑거스를 맡았다. 핑거스는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이나 애정표현에 서툰 캐릭터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한국의 아버지상을 떠올리게 한다. ''오션스 일레븐'' 등 영화에서 주로 악역을 맡았던 가르시아도 핑거스의 이런 면에 매혹됐다.
가르시아는 미국 개봉 당시 "악당이면서도 현실적이며 인간적인 면이 더해 있다"고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BestNocut_R]
"핑거스는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고 싶어하며, 사랑을 베풀길 원한다. 하지만 자신의 방식으로만 사랑하려고 하고 그것이 어긋날 때 분노를 터트린다. 그간 (내가) 연기해왔던 악당과는 다른 모습을 볼 것이다."
가르시아는 이어 이 감독에 대해 "열정적이고 지적이며 영화를 연출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로 신뢰감을 표했다. "나는 (감독의) 내면을 본다. 그가 가진 개인의 가치가 무엇인지 감독으로써 그는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등. 그는 확실히 내가 봐왔던 다른 것들을 보여주고자 했다." 때문에 신인감독과의 작업이 전혀 두렵지 않았단다.
"내가 1978년 서류가방 하나 들고 LA에 왔을 때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때는 매우 두려웠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고 또 젊은 감독과 작업하는 것은 결코 두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