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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아이가 하고픈 말…"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그림책 작가로 산다는 것 ②]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김영진

    두고두고 볼 만한 좋은 그림책이 많다. 하지만 '그림책은 어린이용'이라는 선입견이 많고, 대중에게 그림책을 알릴 수 있는 자리가 적어 좋은 그림책이 그대로 묻힌다. CBS노컷뉴스는 창작 그림책 작가를 릴레이 인터뷰한다. [편집자 주]

    기사 게재 순서
    ① '진짜 코 파는 이야기' 이갑규
    ②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김영진
    ③ '괜찮아, 선생님이 기다릴게' 김영란
    ④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박연철


    그림책 작가 김영진. 사진=문수경 기자

     

    김영진(43) 작가와 만나기 전 두 번 놀랐다. 첫 번째 놀란 건 인터뷰 섭외를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뜻밖에 굵직한 남성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김영진'이라는 이름. 그리고 김 작가가 작년 11월 펴낸 그림책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길벗어린이)가 워킹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당연히 '여성 작가'일 거라 생각했건만 기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두 번째 놀란 건 인터뷰를 위해 김 작가를 직접 만났을 때다. 그의 옷차림새는 그림책 작가답지(?) 않았다. 야구모자를 푹 눌러 썼고, 가죽바지를 입고 있었다. 거기에 청색 깔맞춤까지.

    "하하. 전화하셨을 때 제가 감기까지 걸려서 목소리가 더 걸쭉했을 거예요. 강연하러 가면 독자들도 '여성 작가일 줄 알았다'며 깜짝 놀라세요. 제가 말할 때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버릇이 있는데다 옷차림새도 이래서 초면에는 저를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나 아이처럼 웃으면서 그림책 이야기를 신나게 풀어놓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그림책 작가였다. "엄마와 아이가 서로의 마음을 표현했으면 좋겠어요."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를 통해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는 그는 4월쯤 '아빠는 회사에서 생각해?'를 출간할 예정이다.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작업실에서 김 작가를 만났다.

    ▲ 워킹맘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는?

    ⓒ 김영진 글·그림,《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길벗어린이

     

    워킹맘인 누나가 저희 집에 오면 가끔 워킹맘으로 살면서 느끼는 고충을 털어놓거든요. 그 모습이 짠했어요. 어릴 적 저희 엄마가 직장을 다녀서 엄마와 같이 지내는 시간이 부족했는데, 누나가 커서 또 워킹맘이 된 거예요. 누나한테는 딸 은비가 자기 어릴 적 모습 같겠죠. 자기도 짠한 가봐요. 그런 얘기를 듣다가 '그림책으로 만들어볼까' 해서 시작했어요. 실제 책의 배경이 되는 유치원은 은비가 다니는 유치원이고, 은비네 집도 누나네 집이예요.

    ▲ 책에 대한 반응이 좋다. 워킹맘의 반응도 궁금한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 깜짝 놀랐어요. 판타지적인 내용이 아니라서 반응이 있을까 했는데 '뭉클하다', '울었다'는 독자들 반응이 많았죠. 누나도 책을 읽으면서 울더라고요. 신기했어요. 제 책을 보면서 '웃겼다', '재밌었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슬펐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거든요. 제 작품에 공감해주는 분이 많은 건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어요. 엄마가 편한 세상이 좋은 세상인데, 우리가 처한 현실은 점점 나빠지니까요.

    ▲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작업 기간은?

    실제 작업기간은 6~7개월 정도 됐어요. 출판사 쪽에서 '다른 작가들에 비해 작업속도가 빠르다'고 놀라는데, 저 같은 경우 일단 창작에 들어가면 그 작품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6개월 안에 못 끝내면 제가 더 힘들어요.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엄마와 아이가 서로의 마음을 표현했으면 해요. 회사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도 엄마가 아이한테 '회사에서 늘 네 생각한단다'고 한 마디만 해주면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느끼고 안심하거든요. 아이들도 회사에서 돌아온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말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9살, 7살 된 아들 두 명을 키워요. 이 책을 만들면서 저도 아이들한테 표현을 많이 했어요. 둘째 아들 세워놓고 '아빠는 네가 있어서 정말 행복해'라고 했더니 아들이 3초 정도 제 눈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저를 안아주더라고요. 요즘도 표현을 많이 하는데 아이들도 좋아해요. 어릴 적 워킹맘이었던 엄마한테서 제가 듣고 싶었던 말을 지금 책을 통해 하는 것 같아요.

    ⓒ 김영진 글·그림,《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길벗어린이

     

    아이에게 '엄마의 삶도 똑같이 힘들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기도 했죠. 책을 펼쳤을 때 왼쪽 면에는 회사에서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오른쪽 면에는 유치원에서 생활하는 은비의 모습을 보여줘요. 자세히 보면 둘의 감정상태가 똑같이 가요. 엄마가 웃으면 은비도 웃고, 엄마가 슬프면 은비도 슬프죠.

    김영진 작가는 주로 일상에서 소재를 찾는다. 고대영 작가가 쓰고 김 작가가 그린 그림책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전 9권)에서 "지원이는 누나, 병관이는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모델로 삼았다.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 해?' 역시 누나와 조카의 평범한 일상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그는 "누나네 가족에게 이 그림책이 좋은 추억이 되어줄 것이다. 훗날 은비가 엄마가 됐을 때 자기 아이한테 이 책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웃었다.

    ▲ 일상에서 소재를 찾는 게 어렵지 않나

    과거 재능교육, 한솔교육 등 어린이책을 만드는 출판사에서 편집 디자이너로 7~8년 일했어요. 전업 그림책 작가가 된 건 11년 정도 됐죠. 예전에는 스스로 '버틴다'는 느낌이 많았는데, 2~3년 전부터 창작하는 게 재밌어요.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깨닫고 나서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때그때 노트에 메모하고,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소설도 많이 읽어요.

    김영진 작가는 인터뷰를 하던 중 자신의 가방에서 낡고 오래된 노트 한 권을 꺼내 보여줬다. 김 작가가 항상 들고 다니는 이 노트에는 그림책 '나로와 펄럭이의 모험'(전 3권)의 아이디어 스케치, 잡지에서 오린 사진, 아들이 학교에서 받은 칭찬스티커 100장 등이 붙어 있었다.

    ▲ 평소 관찰도 많이 하겠다

    {RELNEWS:left} 제 아이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 친구들을 관찰해요. 유치원 버스에 태워다줄 때나 학교에 데려다줄 때. 계획하고 있는 작품의 주인공이 둘째 아들과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예요. 외모가 예쁘지는 않지만 행동이 재밌어서 주인공으로 점찍었죠. 그 아이는 제가 그림책 작가인지 몰라요.

    김영진 작가의 작업실 한 켠에는 그가 수집한 수 십 점의 피규어가 진열돼 있다. "피규어 수집이 취미냐"고 묻자 그는 "아이가 생긴 후부터 (피규어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아이의 존재는 부모의 많은 부분을 바꾼다"고 웃었다.

    ▲ 다른 그림책 작가와 교류도 많이 하나

    저는 1년 365일 주기가 똑같아요. 집, 작업실, 테니스 코트. 아이들 챙기고, 점심 먹고 테니스 좀 치고, 작업하는 게 전부예요. 혼자 작업하는 시간이 편한 것도 있지만 아이들한테 치이다 보면 밖에서 사람 만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요. 하하. 요즘은 토막시간에 집중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어요.

    ▲ 차기작은 뭔가

    다음 작품은 '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예요. 제가 아빠이다 보니 '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를 먼저 내고 싶었는데 출판사 쪽에서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를 먼저 내자고 했죠. 4월 출간을 목표로 열심히 작업하고 있어요. 이 책은 제 경험담이에요. 작업실에 혼자 있지만 일하면서 문득문득 아이들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보통 아빠들은 먹고 살기 바빠서 TV에 나오는 아빠들처럼 '좋은 아빠'는 못 되지만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아빠가 나를 많이 생각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 김영진 작가가 고른 '한 컷' >

    ⓒ 김영진 글·그림,《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길벗어린이

     

    "비주얼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에요. 선생님한테 양해를 구하고 은비가 다니는 유치원에 가서 하루 종일 카메라 셔터를 눌러 '득템'한 사진이예요. 그날 1천 장 정도 찍었어요. 실제 은비가 저렇게 앉아있지는 않았지만 혼자 심심해할 때 손 동작이 저랬어요. '엄마가 빨리 데리러 왔으면' 하는 은비의 마음이 잘 표현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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