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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영화톡]2030男이 겪은 '오늘의 연애'…'썸'에 웃고 '어장'에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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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영화톡]2030男이 겪은 '오늘의 연애'…'썸'에 웃고 '어장'에 울다

    • 2015-01-29 06:00

    ③스크린에 비친 오늘날 연애 풍속도

    이승기 문채원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오늘의 연애'(감독 박진표·제작 팝콘필름)는 스크린에 비친 오늘날 젊은이들의 연애 풍속도다.

    개봉 14일 만에 160만 관객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영화에 대한 대중의 높은 관심도는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관심을 끄는 소재 만큼이나 이야기 면에서도 관객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있을까.

    CBS노컷뉴스의 이진욱 김현식 기자가 영화 오늘의 연애를 본 뒤 마주앉았다. [편집자 주]


     

    이진욱(30대) - 영화를 보는 내내 20대 초반에 접했던 '엽기적인 그녀'(2011)를 떠올렸다. 당시 주연을 맡았던 전지현은 또래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이었다.

    '지금 극장에서 오늘의 연애를 보는 20대도 그런 마음일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땠나.

    김현식(20대) - 편하게 봤다. 주말에 보러 갔는데, 대부분 관객들이 2030 또래였다. 별다른 생각 없이 웃으면서 볼 수 있었다. 특별함은 없었다.

    이진욱 -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연애를 날씨에 비유했다. 최근 만난 연출자 박진표 감독은 "들쑥날쑥하는 연애의 감정이 변덕스러운 날씨와 잘 맞아떨어지면 재밌겠다는 계산에서 끌어왔다"더라.

    "우리 영화는 이런 이야기를 할 거야"라는 뚜렷한 방향성을 제목에서부터 드러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김현식 - 제목과 소재 자체는 신선했다. 하지만 날씨 보도와 스토리가 연관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니더라. 그럴 거면 여주인공인 문채원의 직업을 굳이 기상캐스터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진욱 - 18년 동안이나 소위 '썸'을 타 온 남녀의 이야기에는 공감이 가던가.

    내 입장에서는 잘 상상이 안 되더라. 중학교가 남녀공학이긴 했지만, 건물을 아예 따로 써서 일주일에 한 번 돌아오던 특별활동 시간 아니면 이성과 한 공간에 있을 수 없었다. 고등학교는 남고를 나왔고.

    김현식 - 가끔 절친으로 지내는 남녀 관계에서 한쪽이 짝사랑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영화 속 18년이라는 설정은 조금 과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가족처럼 지내왔다는 점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한편으로 18년이라는 기간을 둔 것은 욕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한 설정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봤다. 문채원의 캐릭터가 그렇지 않나.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엄태웅이 첫사랑인 한가인에 대한 애증을 담아 부르는 'X년' 같은?

    영화 '오늘의 연애'의 한 장면. (사진=팝콘필름 제공)

     

    이진욱 -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창조적인 해석이다. (웃음) 요즘 20대는 초등학교 때부터 남녀합반이 일반적이지 않나. 그런 점에서 20대들이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연애 풍속도를 학습한다는 차원에서 영화를 본 면도 있다. 박진표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랬다.

    성욕을 포함한 노부부의 솔직한 사랑을 담은 '죽어도 좋아', 각각 에이즈와 루게릭병에 걸린 주인공을 등장시킨 '너는 내 운명'(2005)과 '내 사랑 내 곁에'(2009), 실제 범인을 현상수배한 '그놈 목소리'(2006)를 접해 온 만큼, 오늘의 연애에도 열린 마음으로 접근했던 것 같다.

    김현식 - 난 무엇보다 제목에서 끌렸다. 뭔가 신선할 것 같았다. 소재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개인적으로 '연애의 온도'(2013)를 재밌게 봤는데, 최근 연애를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가 별로 없어 아쉬웠던 참이었다.

    이진욱 - 소재에 대한 기대치는 충족됐나.

    김현식 - 아니다. 그냥 편하게 봤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사나 마음에 와닿는 부분은 없다.

    이진욱 - 이승기가 마지막에 "난 너 없으면 안 돼"라고 외치는 대사는 어땠나. 평범하고 상투적인 말일 수도 있지만, 뭔가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지금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입장에서, 돌아보면 연애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간절함에서 오는 큰 용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 너 아니면 살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랄까.

    극중 이승기 이서진 정준영까지 세 남자와 썸을 타는 문채원은 어땠나.

    김현식 - 오늘날 연애 풍속도를 반영한 것 같다. 썸이 넘쳐나는 시대니까. 문채원은 '어장관리녀' 같은 느낌이었다.

    아직도 주변엔 어장관리에 당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다. 영화 속 이승기처럼 여자의 이삿짐을 옮겨 주러 가고, 술먹고 싶다 부르면 가고 그런다. 하지만 사귀는 사이는 아니다. 사귀자고 고백하면 거절 당한다.

    영화 '오늘의 연애'의 한 장면. (사진=팝콘필름 제공)

     

    이진욱 - 최근까지 연애 트렌드를 주도한 '나쁜 남자'와는 또다른 느낌이다. 여자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는 나쁜 남자와 엮이는 여성은 어딘가 수동저인 뉘앙스를 풍긴다.

    반면 어장관리녀는 남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여자가 주도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젠 연애 주도권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넘어갔다는 얘기인가.

    김현식 - 주도권은 잘 모르겠다. '어장관리남'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냥 어장관리가 최근 연애에 있어 만연한 풍토다.

    이게 '썸'에도 영향을 준다. 썸이라는 게 노랫말처럼 '내 거 같은데 내 거 같지 않은' 거 아닌가. 짝사랑을 하게 되면 조그만 것에도 크게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어장을 관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작은 떡밥을 던질 뿐인데 관리 당하는 사람은 크게 반응하는 것이다.

    이진욱 - 지금 2030세대의 연애 풍속도를 규정짓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박진표 감독 역시 '왜 요즘 젊은이들의 썸타는 기간은 그리 길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했다더라. 갈수록 연애에 소극적이 되는 게 '삼포세대' '오포세대'라는 말이 가리키는 엄혹한 경제·사회적 현실 탓도 있지 않을까.

    김현식 - 경제·사회적 현실 탓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것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남녀가 소통하는 창구가 늘어나면서 본격적인 연인이 아닌 썸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예전엔 그냥 아는 지인으로 끝났다면, 요즘에는 SNS를 통해 그 사람의 사는 모습도 보고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키울 수 있지 않나.

    이진욱 - SNS 등으로 소통 창구가 늘어났다는 말을 들으니 요즘 동창회에서 만나게 된 중년 남녀들이 개인적인 만남을 이어간다는 이야기도 떠오른다. 소통의 창구가 넓어진 만큼 상대방에게 호감을 표시할 기회도 많아진 것 아닌가.

    이러한 환경에서 썸은 어느 한 세대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가족과 같은 나와 긴밀하게 엮여 있는 공동체 안에서는 정작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외로움과 불안이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썸은 현실도피적인 판타지 같다는 생각도 든다. 비슷한 맥락에서 유부남인 이서진과 문채원의 관계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김현식 - 잘못된 만남이지 않나. (웃음) 영화에서 이서진을 너무 멋지게 그렸다. 문채원이 직장에서 난처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도움을 준다.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는 만큼, 상대가 미혼이든 기혼이든 정글 같은 사회에서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에게 끌릴 수도 있어 보인다. 그게 지금 직장 생활의 특수성인지도 모르겠다.

    영화 '오늘의 연애'의 한 장면. (사진=팝콘필름 제공)

     

    이진욱 - 최근 20대를 만나 인터뷰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는데, 공통적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과 간절함을 이야기하더라. 그만큼 힘든 세상을 살아내는 데 힘이 될 수 있는 멘토를 만나기 어려운 시대가 아닌가 싶다.

    사실 이서진과 문채원의 관계도 멘토와 멘티로 시작했다고 추측할 수 있지 않나. 그러한 감정이 연애로까지 깊어졌을 텐데, 현대인의 솔직함 이면에 똬리를 튼 나약함이 엿보인다.

    마지막으로 영화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면.

    김현식 - 신선할 거라 기대했는데, 진부하기도 했고 마지막에 이승기와 문채원이 연인이 되는 과정도 설득력이 부족했다.

    문채원이 이서진과의 사랑에서 실패한 후 '나한테 잘해 줬던 사람이 최고'라는 깨달음을 얻은 뒤에 한 선택이 아닌가. 18년이란 세월 동안 이런 상황이 또 없었을까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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