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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 없는 마라톤…지소울의 '마이 웨이' 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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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승선 없는 마라톤…지소울의 '마이 웨이' 15년

    "언젠가는 될 것이라는 믿음…어떻게 해서든 가수 됐을 것"

    JYP엔터테인먼트 신인 가수 지소울(G.Soul).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15년의 기다림 그리고 데뷔. 지소울에게서는 오랜 세월 동안 깎이고 벼린, 짙은 인고의 냄새가 났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이제 갓 데뷔하는 신인답지 않은 연륜이 배어 있었다. 오직 '음악'만을 바라보며 끝나지 않을 마라톤을 계속해온 탓이다.

    떨리는 목소리로 R.켈리의 'I Believe I Can Fly'를 부르던 소년은 이제 비상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발탁 이후 15년이라는 세월 동안, 대중 앞에서 모습을 감춘 채 그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음악 활동하면서 열심히 살았어요. 데뷔는 안했지만 작은 무대는 많이 했고요. 음악 작업은 언제나 해왔죠. 스튜디오에서 함께 곡 쓰는 친구들과 작업하고 그렇게 지냈어요".

    지소울과 함께 연습생이 된 이들은 그룹으로 데뷔해 스타가 된 지 오래. 그러나 그는 그런 것에 괘념치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갔다.

    "조바심이 난 적은 한 순간도 없었어요. 그 친구들도 정말 열심히 한 친구들이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저와 친해요. 그래서 가족들이 잘 된 것처럼 좋았어요. 제 길은 제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어요".

    긴 시간 그를 버티게 한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었다. 덕분에 삶에 있어서 고생의 맛을 깨닫기도 했다.

    "언젠가는 뭐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원래 주어진 상황에서 긍정적이에요. 힘든 것을 즐겼죠. 음악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고생이라는 것은 음악을 다 떠나서 사람으로 자라는 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연습생이라고 규정짓기에, 그의 삶과 음악은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었다. 9년간 미국에서 생활하며 지소울은 해외 아티스트들과 함께 다수의 음악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신인 가수 지소울(G.Soul).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2001년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다가 미국에 가서 프로젝트를 진행하자는 제안이 있었어요. 어린 마음에 별 생각 없이, 일단 들뜨는 마음에 갔죠. R.켈리 프로젝트도 그 때 이뤄졌고, 열심히 이런 저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시간이 흐른 거예요. 미국 음반 발매를 위한 준비가 돼 있고, 아직도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있어요. 전부 접고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에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앨범을 내고 싶어요".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어왔지만 그라고 힘든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 때 집안 문제로 방황을 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는 하나를 집어 고를 수 없을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 훨씬 많았다.

    "지금 돌이켜보니 가족이 힘든 상황일 때가 있었어요. 당시에는 '내가 어떻게 해야 될까'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렇게 방황하던 시기를 잘 극복해서 다행이죠. 즐거웠던 때는 굉장히 많아요. 스티비 원더 앞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정말 좋았다. 감정이 느껴졌다'고 칭찬을 많이 해줬어요. 정말 꿈같았죠. 제가 어릴 때부터 노래도 많이 듣고, 동경해 온 아티스트거든요. 떨려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다 기억이 안나요. 그냥 '지금 아니면 언제 스티비 원더 앞에서 노래를 불러 볼까. 꼭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야기를 나눠볼수록 마치 JYP의 비밀병기 같은 느낌이었다. 박진영 프로듀서는 어떤 마음으로 그에게 이런 시간을 감내하라고 했던 것일까.

    "오랫동안 절 믿어 주셨어요. 저도 끈질기게 버텼고요. 진영이 형이 (미국에 보내서 프로젝트를 하도록 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준적은 없어요. 제가 확신하는 것은, 모든 일에 때가 있고 이유가 있기 때문에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는 것뿐이죠. 지금이 딱 맞는 때라고 느껴져요. 이제부터 시작이니 잘하고 열심히 해야죠".

    대형 기획사의 여느 연습생과 달리, 그는 독특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미국 아폴로(Apollo) 극장에서의 '아마추어 나이트'(Amateur Night) 공연 경험이다. 흑인 밀집구역에 위치한 이 공연장은 마이클 잭슨, 스티비 원더 등 유명 아티스트들을 배출해 낸 곳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공연을 보여주면 야유와 함께 끌어내려지는 엄격한 평가 시스템을 갖췄다.

    JYP엔터테인먼트 신인 가수 G.Soul.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직접 이곳에서 지소울을 만난 한국인 팬이 블로그에 쓴 글에 따르면 그의 공연은 드물게 관중의 환호를 받았다. 당시의 이야기를 하자 지소울의 얼굴이 즐거운 추억을 그리듯 밝아졌다.

    "아! 그 분 기억나요. 공연 끝나고 나왔을 때 '정말 멋있었다'고 말씀해주셨던 분 같아요. 미국에 있을 때는 그런 공연장뿐 아니라 지하철에서도 노래를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배운 것이 정말로 컸어요. 관객과 가까이 부딪치면서 공연하는 것이 좋았고, 앞으로도 관객들과 가까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어요".

    본격적으로 앨범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 찰나, 지소울이 자신의 이어폰을 건넸다. '곡 한번 들어 보실래요?'라는 조심스러운 청에 그에게서 이어폰을 받아들었다.

    데뷔앨범 '커밍 홈'(Coming Home)의 타이틀곡 'You'와 수록곡 '커밍 홈'(Coming Home)의 청취가 끝나고 지소울이 긴장된 표정으로 감상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청취자의 입장에서 답하자면 짙은 호소력과 오랜 내공 그리고 독특한 음색이 켜켜이 잘 쌓인 곡들이었다.

    모두 자작곡으로 채워진 앨범이지만 지소울에게 가장 애정이 가는 곡은 역시 타이틀곡이었다. 노래가 완성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듣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랑 노래를 쓰고 싶었는데 잘 안 나왔어요. 처음에 나오는 가사는 노트북을 켜놓고 하루 종일 걸린 세션을 그대로 가사로 썼어요. 솔직하고 단순한 노래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커밍 홈'(Coming Home)은 15년의 준비와 가수로의 목표를 그린 곡이었다.

    "가사가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요. 오랜 시간 준비한 것에 대한 답가 같은 노래거든요. '커밍 홈'의 의미는 '집으로 간다', '한국으로 간다'는 것보다는 제가 향해서 갔던 목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이 시점까지 왔고, 어떻게 가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죠. 저뿐만 아니라 목표를 위해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라고 할 수 있어요".

    이밖에 수록곡 '퍼스트 러브'(First Love), '변명(Excuses)', '한번만 더' 등에는 실제 경험한 설레고 시린 사랑 이야기가 담겼다.

    "'퍼스트 러브'는 제가 대학교 때 만났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고요, '변명'은 마지막으로 만났던 여자 친구에게 직접 했던 말을 그대로 가사로 썼어요. 아마 많은 남자들이 공감할 것 같아요. '한번만 더'는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 받은 느낌을 토대로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을 쓴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JYP엔터테인먼트 신인 가수 G.Soul.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100%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이유는 다름 아닌 더 깊은 공감을 위해서였다. 15년 동안 대중 앞에 두문불출(?)한 '지소울'이라는 아티스트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기도 했다.

    "무조건 제 경험을 쓰고 싶었어요. 첫 앨범만큼은 제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요. (사랑 관련 가사는) 과거 이야기였기 때문에 쓸 수 있었던 거죠. 지금은 완전히 싱글이에요. (웃음) 제가 살면서 겪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실화가 아니라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면 여러 가지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어요. 자작곡만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라면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작곡한 노래를 부르는 것에도 열려 있어요".

    오래된 믿음 탓일까. 박진영 프로듀서는 지소울의 데뷔 앨범 작업에 깊게 개입하지 않았다. 그저 결과물을 보고 짧지만 굵은 칭찬을 건넸을 뿐이다.

    "잘했다고 칭찬 해주셨어요. 중간 중간 진영이 형에게 노래를 들려 드리지도 않았어요. 작업하고 있다는 말도 안했죠. 다 만들어서 보여드렸더니 한 번에 허락해주시더라고요. 다행이죠".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지소울은 작업이 막힐 때면 직접 자신의 추억이 있는 장소까지 찾아가며 노력을 기울였다.

    "제가 좀 감정 기복이 심해요. 하다가 느낌이 안 오면 그냥 멈추거든요.'퍼스트 러브'는 정말 노래가 나오질 않아서 실제로 밤에 첫사랑과 갔던 공원 벤치에 앉아서 쓴 노래에요. 앨범에 점수는 못 매길 것 같고, 첫 소개 같은 미니앨범이니까 그냥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만족스러워요".

    이렇게 음악에만 매진할 것 같은 지소울이지만 브루클린 대학에서는 미술과 심리학을 복수 전공했다. 음악 관련 대학이나 학과에 진학하지 않은 까닭은 다양한 표현법을 갈고 닦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미술은 어릴 때부터 해오기도 했고 관심이 많았어요. 심리학 같은 경우는 관심 분야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좋았고요. 제가 꿈꾸는 아티스트가 되는데 정말 좋은 밑바탕인 것 같아요. 노래만 하는 가수가 되고 싶지는 않거든요. 지금은 음악을 보는 시대가 됐으니까요. 예술적으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JYP엔터테인먼트 신인 가수 G.Soul.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림 실력을 묻는 질문에도 그는 음악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그림은 그냥 취미로 하고 있어요. 약간 테라피처럼요. 음악도 그렇거든요. 마음 속에 있는 문제를 표현하면서 치료하는 테라피죠. 나중에 기회가 되고, 준비가 된다면 전시회도 해볼 수 있겠죠".

    지소울의 롤모델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과 화가 바스키아다. 마이클 잭슨에게는 천재의 노력, 바스키아에게는 자유로운 영혼을 닮고 싶단다.

    "마이클 잭슨은 누구나 알다시피 음악 천재에요. 그러면서도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하며 미친 듯이 열심히 한 아티스트죠. 천재도 그 정도 연습을 하는데 노력 없이 잘 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바스키아는 제 우상 같은 존재인데 정말 자유로운 예술가였어요. 그런 예술가로 살다 가고 싶어요. 현재 가수들 중에서는 스티비 원더와 브랜디(Brandy), 그리고 이소라 씨와 듀엣을 해보는 것이 꿈이에요".

    노래는 그에게 운명이자 존재 이유였다. 어떤 상황에서든 그는 단 한 번도 노래를 놓아본 적이 없다.

    "노래를 하는 것이 정말 좋아요. 연습량을 정해놓고 연습한 적이 없어요. 언제나 부르고, 듣고 노래를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어요. 모든 사람이 지구에 있는 이유가 있잖아요. 각자 주어진 선물이 있는데 저는 노래가 제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이 선물을 잘 가꿔서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노래는 제가 지구에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요".

    스티비 원더의 눈앞에서 노래 평가를 받을 정도로 대담한 그에게도 데뷔 무대는 설레는 순간이다. 지소울에게 '데뷔'는 결승선이 아닌, 1차 관문일 뿐이었다.

    "데뷔하니까 설레요. 빨리 무대에 서고 싶고, 관객들과 가까이하는 작은 무대에 많이 서고 싶은 것이 제 개인적 바람이에요. 신인가수로 데뷔해 성장할 준비, 딱 거기까지 된 것 같아요. '완벽한 가수니까 다 죽었어' 이런 마음은 절대 아니고요. (웃음) 앞으로 성장해야 될 부분이 많고, 경력을 쌓아 아티스트로 시작할 준비를 해야죠. 군대도 갈 때 되면 가고요. 열심히 하다가 되는 대로 가는 거죠".

    JYP엔터테인먼트 신인 가수 G.Soul.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많은 스타들과 함께 작업하고 친분을 맺고 있음에도 아직 스스로 연예인이라는 자각은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면 된다는 것이 지소울의 지론이다.

    "연예인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서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제 연애사에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가 어떤 느낌인지도요. 최근에는 많이 못 쉬었는데 쉴 때는 그림도 그리고, 노래 많이 듣고, 걷는 것도 좋아해요. 그냥 가만히 앉아서 생각 정리도 하고요. 댓글은 잘 읽지 않는데 읽게 되겠죠? 전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데뷔하고 별 이야기가 다 나오기 시작하면 모르죠. 저도 사람이니까요. 기본적으로는 많이 신경 쓰지 않아요. 그냥 제가 할 것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지소울은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계속 결승선을 향해 달릴 예정이다.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그가 데뷔까지 걸린 시간을 훌쩍 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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