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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 본 '쎄시봉'…"추억팔이 영화의 빛과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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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이 본 '쎄시봉'…"추억팔이 영화의 빛과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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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영화톡 ②] 시대 맥락까지 집어삼킨 멜로?…능동적 독해 요구

    다음달 5일 개봉하는 영화 '쎄시봉'(감독 김현석, 제작 제이필름·무브픽쳐스)은 최근 몇 년 새 유행처럼 번진 추억팔이 문화 콘텐츠의 결정판 격이다. 영화는 억압의 시대인 1960년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젊음의 해방구인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공간적 배경으로 끌어와 당대를 주름잡은 실존 뮤지션들의 희로애락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삶은 그 자체로 오롯한 생명력을 지니지 못한 채, 허구의 인물인 오근태(정우·김윤석)와 민자영(한효주·김희애)이 빚어내는 로맨스와 멜로를 꽃피우는 밑거름으로 산화하고 만다. 이 지점에서 영화 쎄시봉에 대한 관객들의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영화 평론가 이명희씨와 CBS노컷뉴스 이진욱 유원정 기자가 쎄시봉을 미리 본 뒤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 주]


    ◇ 시대 고증·캐릭터 설정…트렌드 좆다 사실주의와 멀어져

    이진욱(30대) - 상영시간이 2시간 반은 되는 것 같았는데, 딱 2시간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건축학개론'(2012)이 떠오르기도 하고. 어떻게들 보셨는지 궁금하다.

    유원정(20대) - 방송 등 매체를 통해 지금의 20대에게도 쎄시봉은 전설처럼 다가오게 된 부분이 있다. 서태지를 생각할 때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 그 시대 사람들, 대학생들의 문화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하지만 멜로가 다소 과하게 그려졌다. 공감은 가지만, 이로 인해 그 시대만의 매력이 반감되는 분위기다.

    이명희(50대) - 1960년대 초·중·고교를 다닌 사람으로서 고증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음악감상실 쎄시봉에는 고등학생 출입이 안 된 것으로 아는데, 극 초반 열혈 여고생 팬들이 등장해 몰입도가 떨어지더라. 쎄시봉에는 아줌마 청중은 전혀 없었고, 주로 대학생, 그것도 거의 남자들이었다더라.

    저도 그랬지만 그때는 서구 문화에 대한 동경이 몹시 컸다. 젊은이들은 이미자 나훈아 남진 등 트로트 가수보다는 팝송을 선호했다. 당시 대학생들은 트로트에 대한 극도의 멸시감을 갖고 있던 게 사실이다. 저속하고 저급한 취향이라 여겼을 정도라고 들었다.

    영화 쎄시봉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윤형주 송창식을 멤버로 한 트윈폴리오는 당대 젊은이들이 동경하던 서구 음악을 젊은이들에게 전파했다. 1980년대까지는 트윈폴리오를 '튄폴리오'라 불렀다는 점은 재밌다. (웃음)

    트윈폴리오의 음악은 우아하고 품격있다는 인상을 줬다. 그들의 번안곡을 들으면 정화되는 느낌까지 들었으니까. 공부보다 음악을 택한 재원들인데, 실제 그들이 스무살에 이룬 것들이라 더 놀랍다.

    이진욱 - 영화의 배경이 한국이라기보다는 '몽상가들'(2003), '박치기'(2004) 등에서 익히 봐 온 유럽, 일본의 1960년대 풍경을 보는 느낌이었다. 당대 한국적 색채보다는 호황을 누리던 1960년대 선진국들의 모습을 차용했다는 인상이랄까.

    실존인물과 허구의 캐릭터를 엮어가며 이야기를 풀어간 점도 이 영화의 특징이다. 이에 대해 얘기를 나눠 보자.

    유원정 - 정우가 연기한 근태와 한효주가 맡은 자영은 색깔이 없다. 일부러 그렇게 보이도록 한 것인지 궁금하다. 로맨스 영화는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 주는 게 관건인데, 감정이 발전하는 과정에 대한 설득이 부족해 보이더라.

    근태는 트윈폴리오의 윤형주(강하늘) 송창식(조복래)에 이은 제3의 멤버로서 허구의 인물이다. 사실 이들 셋이 빚어내는 음악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데, 못 채우고 나왔다.

    영화 '쎄시봉'의 한 장면. 사진=제이필름 제공)
    이명희 - 지금은 서구 문화를 좆는 게 사대주의처럼 보이고, 구태의연하게 돼 버린 경향이 있다. 하지만 1960년대에는 다름과 자유의 추구로 비쳐졌다. 그러한 것을 원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영화에서는 부족해 보인다.

    극 초반 이장희(진구) 윤형주 송창식이 술집에 가서 객기를 부리는 장면이 있는데 '명문대 다니는 모범생 이미지가 강했던 그들이 설마'라는 생각도 들더라. 아무튼 캐릭터들을 너무 커리커처화해서 사실주의와 멀어진 점은 유감이다.

    ◇ 시대조차 로맨스·멜로 강화 도구로 "왜 굳이 1960년대를…"

    이진욱 - 1960년대 하면 자유, 저항 등의 단어가 떠오른다. 한국이 군사독재 아래서 신음하던 이때, 전 세계적으로도 2차 세계대전에 이어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을 벌여 온 기성세대에 대한 젊은이들의 저항이 68혁명으로 불거지던 때다. 그러한 상징적인 시대의 풍경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명희 - 저에게는 어린 시절 매일 같이 맡던 최루탄 냄새로 기억되는 이 시대를 어떻게 풀어갈까 궁금했는데, 대마초를 소재로 억압적 분위기를 나타내더라.

    그 시대 장발·미니스커트 단속에 걸리면 새끼줄 친 데 서 있도록 한 풍경처럼, 코믹하게 풀어낼 수 있는 요소가 많았는데 영화에선 한 장면만 기억에 남는다.

    유원정 - 개인적으로 1960년대부터 1980년대 하면 억압, 집회, 최루탄, 전경, 통금 그리고 5·18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한 인상이 강하다.

    이 영화에서는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를 풀어내는 데 대마초를 활용하지만, 잘 와닿지 않는다. 세시봉이라는 공간을 찾던 사람들을 통해 그 시대를 이야기했으면 어땠을까.

    이진욱 - 어찌 하다 보니 쎄시봉을 연출한 김현석 감독의 작품을 모두 봤다. 인상적인 영화 중 하나가 '스카우트'(2007)였는데, 고교 졸업을 앞둔 야구선수 선동열을 영입하려고 광주로 내려간 한 야구 스카우터가 5·18광주민주화항쟁에 휘말린다는 내용으로 기억한다.

    개인에서 시대로 나아가는 이야기 흐름이 무척 흥미로웠는데, 제 경우 영화 쎄시봉에서도 그러한 흐름을 기대했던 듯하다.

    유원정 - 무엇보다 모든 것이 로맨스·멜로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쓰이는 느낌이었다. 이로 인해 사실과 허구를 잘 섞었지만, 보다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던 시대적 배경을 제대로 써먹지 못한 모습이다.

    한효주가 맡은 자영 캐릭터는 추상적이다. 물론 상상의 여지를 남겨 둔 것일 테지만, 사랑의 여정에 대한 설득이 생략된 모습이다. 결국 자영은 소위 '나쁜 년'이 돼 버린다.

    정우가 연기한 근태는 시작부터 끝까지 너무 불쌍하게 그려진다. 수동적이기만 한 모습이 매력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극 말미 케이크에 얽힌 사연은 인상적이더라.

    이진욱 - 비슷한 맥락에서, 쎄시봉에 모인 뮤지션들이 한 명 한 명 무대에 올라 경연을 벌이는 오프닝 시퀀스를 보면서 '이들의 예술혼이 비중 있게 다뤄지겠구나' 싶더라.

    하지만 결국 이것조차 로맨스를 위한 양념으로 쓰인다. 굳이 1960년대라는 시대를 빌려올 이유가 있었나 싶기도 하다.

    영화 평론가 이명희씨가 보내 온, 1970년대 발매된 트윈폴리오의 음반 표지를 촬영한 사진. '튄·폴리오'라는 팀명 표기가 눈길을 끈다.
    이명희 - 자영 캐릭터는 당시로서는 굉장히 대담한 여성상이다. 그 시대를 아는 관객들이 괴리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반면 정우가 맡은 근태 캐릭터의 사랑법은 자기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좋아하는 여자가 자기 길을 갈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로서 공감을 불러일으킬 법하다.

    문제는 극 말미 배경이 미국으로 옮겨가는 시점이 지겹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극중 이장희가 처한 상황 때문에 그랬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느낌이 들더라.

    ◇ 숨겨진 메시지 찾기 "예술가들 길들이려는 권력의 속성"

    이진욱 - 당대를 풍미한 뮤지션들의 노래로 캐릭터의 감정과 이야기 흐름을 풀어가는 방식은 어땠나.

    유원정 - 요즘 음악 드라마가 유행한다. 쎄시봉에서 윤형주 역을 맡은 강하늘은 케이블TV 음악 드라마 '몬스터'에도 출연했었다. 음악 드라마는 음악으로 캐릭터의 감정선과 장면 장면을 이어가는데, 이점에서 쎄시봉은 성공적으로 다가온다.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를 그린 시퀀스는 유쾌하고, 케익과 관련한 노래와 에피소드 역시 남녀 주인공의 사연과 잘 연결지었다.

    이명희 - 트윈폴리오의 노래는 지금도 즐겨 듣는다. 영화 속 배우들이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너무 잘하지만 원곡이 주는 깊이와 아름다움까지 느낄 수는 없었다.

    이진욱 - 이 영화를 관통하는 노래 하나를 꼽으라면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택하겠다. 이 노래는 실제로 이장희가 당시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만든 곡이란다. 기타 코드가 간단해서 연주도 어렵지 않다. 이 노래를 아는 남자라면 이성에게 한 번쯤 불러 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노래로 장면을 설명하고, 장면이 노래를 부연하는 식의 상호보완적 관계는 자연스러웠다. 무엇보다 삶, 사랑에서 영감을 얻어 노래를 만들어내는 인물들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더라.

    트윈폴리오를 잘 아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들을 그린 장면 장면, 노래의 느낌 하나 하나에 민감할 테니 아쉬움이 있을 듯싶다. 여기서 영화 쎄시봉의 주 관객층을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이명희 - 트윈폴리오의 또래 세대는 지금의 60대다. 그들이 이 영화를 보기에는 고증 면에서 부족함이 커 보인다. 제가 속한 50대도 마찬가지다.

    극중 캐릭터들은 요즘 젊은이들의 모습과 비슷하게 그려졌다. 세트로 시대적 배경을 그려내려 애썼지만, 캐릭터들의 말과 행동은 현대적이다. 1960년대 쎄시봉에서 흘렀을 노래들이 듣고 싶던 제 입장에서는 아쉬울 따름이다.

    유원정 - 쎄시봉으로 대표되던 당대 문화를 궁금해 하고, 매력을 느끼는 관객들이 기대하면서 볼 텐데, 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대적 배경의 특징을 살린 로맨스로서 완성도는 높지 않다. 20대부터 40대까지가 주요 관객층이 아닐까.

    영화 '쎄시봉'의 한 장면. (사진=제이필름)
    이진욱 - 로맨스와 멜로가 부각된 지라 이 영화가 당대를 살아낸 이들에게 위로나 위안을 줄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아닌 것 같다. 따라서 이 영화는 가족영화가 될 수 없다.

    쎄시봉은 극장을 많이 찾는 지금의 20대, 30대, 40대를 위한 추억팔이 상품으로서 큰 비중을 지닌 모습이다.

    보다 보편적인 이야기로 많은 관객에게 어필해야 하는 상업영화로서, 특히나 지금 시대에는 사회적 메시지를 강화하는 데 뚜렷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쎄시봉을 보다 능동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커 보인다.

    문제의식을 견지해 온 김현석 감독의 연출 궤적을 봐도 그렇다. 극중 대마초 사건이 등장하는데, 이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명희 - 실제로 대마초 사건으로 많은 예술가들의 맥이 끊긴 건 사실이다. 그들이 진짜 대마초를 피웠느냐, 아니냐를 떠나, 정권이 예술가를 길들이는 수단으로 활용한 면은 분명하다.

    영화 쎄시봉에도 등장하는 이장희나 조영남은 현실에서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가 음악보다는 사업을 해야 했던 게 서글프다. 신중현도 대마초 사건으로 꺾인 아주 아까운 재능이다.

    젊은이들의 열정과 활기를 꺾어 버린 시대. 창의력과 다양성은 그때에도 험한 길을 가야 했는지도 모른다.

    쎄시봉이라는 영화로 당대 뮤지션들의 삶이 재조명 된 건 그들이 보여 준 가치가 뛰어났다는 걸 의미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르트르의 말처럼 '한번 젊었던 사람은 영원히 젊다'는 표현이 맞는 세대였던 듯싶다. 이는 당시 세계적인 트렌드였다. 음악은 물론 영화에서도 '뉴웨이브'라 불리는 창의적인 젊은 영화가 세계 각국에서 탄생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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