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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우리는 성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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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 기획] 위기의 성우, 미래는? ③

    KBS가 45년 전통의 '명화극장'을 폐지했다. 더빙, 내래이션은 연예인들에게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 성우들의 입지는 그만큼 줄었다. CBS노컷뉴스는 국내 성우 업계가 처한 상황과 전망에 관해 3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45년 전통 '명화극장' 폐지…흔들리는 성우들

    ② 자리 뺏기고 치이고…성우들의 속은 쓰리다
    ③ 그럼에도 우리는 성우를 꿈꾼다

    대본을 보며 수업 준비를 하고 있는 한 성우 지망생(사진=김현식 기자)
    서울 여의도동에 위치한 한 성우 연기 학원. 재기발랄한 남녀의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보니 성우 지망생들이 수업에 앞서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저마다 대본을 꼼꼼히 읽으며 목소리를 높였고, 화면을 참고하며 입 모양과 목소리를 맞추려 애를 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성우를 꿈꾸는 이들의 수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편이다. 서로 간의 정보를 공유하는 포털사이트 카페 회원 수만 해도 4만 명이 훌쩍 넘는다. 성우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학원도 여러 곳에서 운영되는 중이다.

    그동안 '슬램덩크', '드래곤볼Z', '명탐정 코난'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에서 활약해온 강수진 성우도 최근 성우 연기학원을 통해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그는 "수도권에만 열 군데 정도의 학원이 운영되고 있다"며 "연령층은 다양하지만, 주로 20~30대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공채 시험을 준비한다. 이후 전속 계약 기간을 거쳐 프리랜서로 활동하게 된다. 물론 공채를 거치지 않은 '언더 성우'도 있지만, 처우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성우가 되기 위해선 방송사들의 공채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12명을 선발하는 KBS 공채의 경우 최근 2700여명 정도가 지원했다. 경쟁률로 따지면 무려 200대 1에 이른다. 지원자는 많은데 막상 공채를 선발하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평균 준비기간도 길다.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지 않은 이른바 비전공자들의 경우 평균 3~4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특별한 나이 제한이 없어서 직장 생활을 하다 재도전하는 이들도 있다. 때문에 많게는 7~8년의 시간을 투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녹음 수업 중인 성우 지망생들(사진=김현식 기자)
    이처럼 성우가 되기 위한 시간이 긴 이유는 정확한 발음뿐 아니라 연기력이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망생들은 기본적인 호흡 발성부터 연기의 기본 이론, 녹음 체계 등 다양한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최근엔 좀 더 체계적으로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등록하는 이들도 있다.

    이날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며 더빙 녹음을 하는 실습이 진행됐다. 취재진이 보기엔 지망생들의 기량이 전문 성우 못지않았지만, 강수진 성우의 지적은 날카로웠다.

    "더 귀엽고 앙증맞게 목소리를 내야지"
    "말투, 어조, 음의 높낮이 더 노인답게!"
    "그건 초등학교 고학년의 목소리야. 좀 더 톤을 저학년 수준으로 바꿔봐"
    "넌 요괴 목소리는 타고났어. 하지만 말투 자체가 인간의 목소리면 안 되지"


    보통 목소리가 좋거나 말을 잘하는 사람이면 성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성별은 물론, 동물, 요괴, 캐릭터, 노인, 어린아이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연기력이 필수적이다.

    강수진 성우는 "보통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성우를 동경했던 지망생이 많다"면서 "대부분 성우는 연기자라는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준비를 시작한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기본기를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우들이 입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이들이 성우를 꿈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망생 대부분의 대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일이 적성에 맞고, 또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연기나 방송을 하는 데 있어 외모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 않고, 오랜 기간 활동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3년째 꿈을 키워가고 있는 최선화(27) 씨는 "원래는 방송국에서 조연출 일을 했었다. 우연히 성우들이 일하는 모습을 봤고,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고 가슴에 와닿는 부분이 있어서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줄어드는 성우들의 입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내가 만족하고 또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일과 학원을 병행했지만, 최근에는 공채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침 이날 첫 등록을 위해 학원을 찾은 김윤슬(21) 씨는 "예전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성우를 꿈꾸게 됐다"면서 "이왕이면 돈을 적게 벌어도 하고 싶은 일이 더 나을 것 같다"고 지원 계기를 밝혔다.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해온 강수진 성우(사진=김현식 기자)
    강수진 성우가 생각하는 향후 전망은 어떨까. 그는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성우들의 시장 자체는 커지지 않겠지만, 형태는 다양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비디오 중심으로 가고 있음에도 목소리로 말을 전달하는 것에 대한 관심도는 아직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입지가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늘 성우들의 목소리는 우리의 귀에 들리고 있다. 또 기본기가 잘 되어 있다면 영역을 넘나들어 활동할 수 있는 것이 성우다. 앞으로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 활동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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