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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리 뺏기고 치이고…성우들의 속은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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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 기획] 위기의 성우, 미래는? ②

    KBS가 45년 전통의 '명화극장'을 폐지했다. 더빙, 내래이션은 연예인들에게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 성우들의 입지는 그만큼 줄었다. CBS노컷뉴스는 국내 성우 업계가 처한 상황과 전망에 관해 3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45년 전통 '명화극장' 폐지…흔들리는 성우들

    ② 자리 뺏기고 치이고…성우들의 속은 쓰리다
    ③ 그럼에도 우리는 성우를 꿈꾼다

    (자료사진/김현식 기자)
    업계 관계자들은 성우들의 전성기를 1960~80년대로 보고 있다. 당시 라디오 드라마는 물론 외화 시리즈 더빙, 방송 내래이션, 기업 PR 녹음 등 일거리가 많았고, 덕분에 성우들이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활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IMF를 기점으로 방송사들이 제작비 감축을 위해 자막을 입히기 시작하면서 위기가 도래했다. 이후 2000년대 중반 밤 시간대 예능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됐고, 외화는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심야 시간대로 밀려났다. 자연스럽게 성우들이 설 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물론 아직도 스타 성우들은 일거리도 많고 억대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허나 이는 극히 일부의 이야기다.

    한국성우협회 이근욱 이사장은 "공중파에서 더빙을 할 수 있는 외화 시리즈가 한두 개밖에 남지 않았다. 라디오 드라마도 과거에 비해 그 수가 크게 줄었고, 재방송도 만연해 졌다. 최근엔 KBS에서 45년 전통의 '명화극장'까지 폐지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협회에 등록된 성우가 700여명 정도 된다. 다른 분야에 계신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중에는 힘든 분들이 많다. 성우들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워낙 적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성우 비하 발언까지 나오며 이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지난해 말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방송인이 목소리가 좋아서 성우해도 될 것 같다는 질문에 "할 거 없으면 해보려고요"라고 답한 것이다.

    당시 KBS 권창욱 성우는 트위터를 통해 "'할 거 없으면 해보려고요'라는 말은 그 직업군에 대한 모독이다.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죄다 '할 거 없어서 그거 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해당 연예인은 "신중했어야 했는데 경솔했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에 앞서 2013년에는 '개그콘서트' 코너 '현대 레알 사전' 코너에서 'TV에서 해주는 외국 영화'를 '입과 말이 따로 노는 것'이라고 표현하며 대사와 입모양을 벙긋거리는 개그를 선보여 성우 비하 논란이 일었다. 이로 인해 한국방송코미디언협회 엄용수 회장이 직접 성우협회를 찾아 사태를 진정시켰다.


    성우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연예인들에게 내주고 있는 상황도 큰 문제다. 실제로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스타들의 내래이션 참여가 급격히 늘고 있다. 또 개그맨과 인기 아이돌 가수가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빙을 맡는 건 흔한 풍경이 됐다.

    한국성우협회 이근욱 이사장(자료사진)
    이에 이근욱 이사장은 "과거 배우 최불암 씨가 다큐멘터리 '차마고도'의 내래이션을 맡으셨을 때 특유의 구수하고 정감 있는 목소리로 느낌을 잘 살리셨다"면서 "이후 반응이 좋으니 연예인들의 참여가 활발해지기 시작했고, 때문에 성우들의 일거리가 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중견 성우는 "아무래도 스타들이 참여하게 되면 상품성과 화제성이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면서 "특히 애니메이션의 경우 영화 수입업자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스타들을 활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준비 기간이 부족한 만큼 대사가 잘 전달되지 않고 지나치게 오버하는 경향도 있다. 자질이 부족한 이들까지 더빙을 맡는 것이 만연한 풍토가 되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방송사들도 제작비가 없다는 핑계로 외화 더빙을 줄이고 있으면서 성우들보다 출연료가 몇십 배 높은 연예인들에게 내래이션을 맡기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성우들이 처한 이같은 현실을 '과도기' 혹은 '혼란기'라고 표현한다. 스스로 그동안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발 빠른 대처가 부족했고, 결과적으로 입지가 줄었다는 것이다.

    물론 시장 자체를 다시 키우기는 힘들겠지만, 성우들 스스로도 직업적인 가치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나름대로 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스타 성우'의 숫자를 늘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고 있다.

    KBS 공채 20기 출신인 차명화 성우는 "아나운서가 프리랜서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처럼, 이제 성우도 단순히 더빙이나 내래이션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성우도 연기자다. 뮤지컬, 영화, 방송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자신들의 활동 방향을 넓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욱 이사장은 "안팎에서 성우들의 입지에 대해 염려하는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실제로 프로그램이 줄었고 걱정도 된다. 과거 입지가 100이었다면 최근엔 70 정도"라면서 "하지만 우리가 완전히 흔들리는 수준에 있지는 않다. 성우들 스스로 노력하고 발전하는 것이 숙제다"라고 말했다.

    이어 "7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도나 장단 등 한국말을 가장 정확하게 발음하려고 노력해온 게 바로 성우들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좋은 일들이 많고, 또 가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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