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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전통 '명화극장' 폐지…흔들리는 성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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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년 전통 '명화극장' 폐지…흔들리는 성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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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 기획] 위기의 성우, 미래는? ①

    KBS가 45년 전통의 '명화극장'을 폐지했다. 더빙, 내래이션은 연예인들에게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 성우들의 입지는 그만큼 줄었다. CBS노컷뉴스는 국내 성우 업계가 처한 상황과 전망에 관해 3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45년 전통 '명화극장' 폐지…흔들리는 성우들

    ② 자리 뺏기고 치이고…성우들의 속은 쓰리다
    ③ 그럼에도 우리는 성우를 꿈꾼다

    KBS가 2015년 개편을 맞아 '명화극장'을 폐지했다.(자료사진)
    성우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성우의 꿈을 이룬다 해도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 TV 외화를 편성하는 공중파 방송이 눈에 띄게 줄었고, 그마저도 더빙이 아닌 자막으로 대체, 심야시간대로 편성되는 추세다.

    라디오 드라마에 대한 지원과 반응은 예전 같지 않고, 방송 내레이션은 물론 극장판 애니메이션 등에선 연예인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이처럼 변화의 국면을 맞고 있는 성우들. 최근 분위기는 더 악화됐다. KBS 측이 2015년 개편을 맞아 '성우들의 터전'이라 불리던 '명화극장'을 폐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명화극장'은 1969년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해 45년간 명성을 이어온 장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 등의 이유로 쓸쓸히 퇴장하게 됐다. KBS 측은 이 시간대에 해외 걸작 시리즈라는 명목 아래 영국 드라마 '닥터 후'를 편성해 방송중이다.

    최근 CBS노컷뉴스와 만난 KBS 성우극회 강희선 회장은 "KBS 측의 무책임한 처사다. IMF 때도 없어지지 않았던 프로그램을 폐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79년 TBC 공채 10기 출신인 강 회장은 언론통폐합 이후 KBS 15기 성우로 분류됐다. 그는 샤론스톤, 줄리아 로버츠 등 유명 헐리우드 여배우와 짱구엄마, 지하철 1~4호선의 안내방송 등을 맡아온 국내 대표 성우다.

    강 회장은 "성우들은 '명화극장'의 시그널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하다. 그만큼 성우들의 공헌도가 높은 프로그램"이라며 "폐지 전 우리에게 일언반구의 이야기도 없었다. 설득시키는 노력은 물론이다. 최소한의 기본조차 되지 않은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 심야시간대에 '명화극장'을 보시는 분들은 대부분 소외된 이웃이다. KBS, 특히 1TV라면 당연히 공영방송으로서 기본적인 시청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시청률만 강조해서 되겠느냐"고 강조했다.

    실제 폐지 소식이 전해진 이후 각계각층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시각장애인협회는 성명을 통해 "'명화극장'은 시각장애인이 온전하게 스스로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해외 영화 프로그램"이라며 "이 프로그램을 폐지한다는 것은 앞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영화를 보지 말라는 폭거와 같은 것이며, 공영방송의 역할을 포기하는 행위와 같은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모인 '명화극장'의 애청자들은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자발적으로 시위를 추진한 이들은 '마지막 남은 외화더빙 '명화극장'을 살려주세요!'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KBS 본관 앞에서 폐지 반대 운동을 진행했다.

    '명화극장' 폐지 반대를 외치며 1인 시위에 나선 애청자들(사진=KBS성우극회 제공)
    강 회장은 성우들이 처한 전반적인 구조와 입지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각을 내비쳤다. KBS의 경우 공채를 통해 매년 12명의 성우를 선발하지만, 전속 계약 기간 2년의 비정규직이고 이 기간 동안 설 자리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어 "해외의 좋은 다큐멘터리가 얼마나 많나. 그런 프로그램을 수입하면 성우들이 할 수 있는 일거리 늘고, 좋은 정보를 시청자에게 알릴 수 있다"면서 "전속 계약 2년 동안은 외부 활동도 못 한다. 이후 프리랜서가 되고 일거리가 없으면 10원의 수입도 없다. 사실상 '고등 실업자'를 만들어 버리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국성우협회에 등록된 인원만 700여명이 넘는다. KBS, MBC, SBS, EBS, 투니버스, 대교, 대원 등 각 방송사의 공채에 선발되면 협회에 등록되고, 각 방송사와의 전속 계약 기간이 끝나면 프리랜서 성우로 활동하는 형태다.

    하지만 2년 정도의 경력은 외부에서 크게 인정받기 힘든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각 방송사의 공채를 거치지 않은 이른바 '언더 성우'들까지 좁은 파이 안에서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프리랜서 성우 중에서는 1년 내내 일거리가 없는 이들도 있고, 생계유지를 위해 투잡을 뛰는 경우도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강 회장과 만난 이날은 KBS 신입 성우들을 위한 환영회 자리가 있는 날이기도 했다. 일정을 위해 자리를 떠나던 그는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어떻게 보면 참 불쌍한 친구들이다. 이 상태로는 성우들에게 비전이 없다. '빛 좋은 게살구'일뿐"이라며 "이젠 성우라는 직업을 권하고 싶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성우들은 좋은 연기를 선보였을 때 가장 큰 성취감을 느낀다. 우수한 인재들도 정말 많다.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KBS 측은 '명화극장' 폐지와 관련 "시청자들이 영화를 소비하는 구조가 TV에서 영화관이나 VOD 등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이어 "예전처럼 외국 영화를 사다 틀기보다는 내부 콘텐츠를 개발하자는 게 회사 측 입장이고 향후 제3세계 영화 등을 소개할 수 있는 새 프로그램 편성을 계획 중"이라며 "아직까지 내부에서 '명화극장' 재편성 등에 대해 논의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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