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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숙제…세상과 호흡하는 건강한 일상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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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정우 "숙제…세상과 호흡하는 건강한 일상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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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인터뷰] 영화 '허삼관' 감독 겸 주연…"하정우 색깔 찾는 여정"

    영화 '허삼관'의 감독 겸 주연배우인 하정우가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지난 14일 만난 하정우(37)는 몹시 초조해 보였다. 자신이 감독과 주연을 겸한 영화 '허삼관'(제작 ㈜두타연·공동제작 ㈜판타지오픽쳐스)이 이날 개봉한 까닭이리라. "틈나는 대로 관객수를 체크하고 있다"는 매니저의 말도 이를 뒷받해 줬다.

    서울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마주한 하정우에게 '개봉 당일 인터뷰를 하는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니 돌아온 답, "심장이 쫄깃쫄깃하네요. (웃음)"

    허삼관은 중국 작가 위화의 유명한 소설 '허삼관 매혈기'(푸른숲 펴냄)를 원작으로 뒀다. 완성도 높기로 정평이 난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데 따른 부담도 상당했을 것이다. 하정우는 "선택을 통해 극복했다"고 전했다.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두 시간짜리 영화로 빚어내야 한다는 게 큰 고민이었죠. 소설과 마찬가지로 영화도 굿판이 벌어지는 신을 중심으로 전반부, 후반부가 나뉜다. 소설의 후반부는 정치·사회적 이슈가 부각되고 한 차례 세월이 크게 넘어가는데,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지금의 구조를 갖게 됐죠."

    영화 후반부에 대한 그의 고민은 여러 버전을 저울질했던 것에서도 확인된다. 하정우는 소설 속 문화혁명의 자리에 5·18광주민주화항쟁을 대입할까도 고민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원작을 잘 살려야 한다는 욕심이 컸어요. 한국의 정치·사회적 이슈를 넣을까, 주인공 허삼관(하정우)과 허옥란(하지원)이 결혼한 이후부터 이야기를 풀어갈까, 나중에는 노인 분장을 해서 원작의 흐름을 맞출까 등등. 각색을 하면서 이런저런 시도를 했는데, 기존 영화들에서 봐 온 장치로 다가오더군요. 결국 '상업영화를 처음 연출하는 내 경쟁력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캐릭터와 소소하면서도 보편적인 이야기에 집중하자는 선택을 했죠"

    이러한 이유로 영화는 원작의 정치·사회적 맥락을 크게 덜어낸 모습이다. 영화의 제목에서 '매혈기'가 생략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극중 피를 팔아 생계를 이을 수밖에 없는 밑바닥 인생들의 처절한 삶을 그린 몇몇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는 극중 다소 판타지적인 캐릭터와 미장센이 역설적으로 진지한 주제의식을 부각시키기 때문으로 다가온다.

    하정우 역시 "이 영화를 동화처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저는 원작소설의 캐릭터와 문체에 판타지 요소가 있다고 봤어요. 소설이 블랙코미디로 다가온 이유죠. 그래서 영화의 미술과 음악을 동화 같은 분위기로 담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이를 통해 아주 사소한 것에 대한 가치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배고프고 힘든 현실이지만 그 안에도 낭만과 가치가 있다는, 늘 곁에 있어서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들의 가치 말이죠."

    하정우 (사진=황진환 기자)

     

    ◈ "블랙코미디에 특화된 감독 꿈꿔"

    하정우는 허삼관이 자신의 첫 상업영화 연출작이라는 점을 내내 강조했다. "물가에 내 놓은 어린 자식을 둔 기분"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래서 보편적인 드라마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첫 연출작인 '롤러코스터'(2013)는 제 입맛대로 찍었어요. 좋은 출발이 된 셈이죠. 허삼관을 하면서는 '내가 내 색깔을 드러낼 만한 역량이 될까'라는 생각에 매달렸고, 결국 '내 색깔을 갖추기 위한 중간지점에 있는 작품'이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제 취향을 드러낼 만큼의 거장이 된다면 아마도 업그레이드 된 롤러코스터가 나오지 않을까요. 지난 17년간 배우를 하면서 관객들로부터 힘을 받기까지 지루한 싸움을 계속 했다. 감독은 더욱 지루한 싸움이 될 거라 보고 있어요."

    하정우는 허삼관의 사전 제작기간 동안 전체 촬영 분량의 40%를 미리 찍어 봤다고 전했다.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을 때에는 연기에 집중하기 위한 복안이었단다. 그가 이 영화의 연출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극중 주인공 허삼관의 세 아들이 다른 집 아이들과 싸우는 신에서는 감독 하정우의 꼼꼼한 배치를 엿볼 수 있다. 아이들 가운데 양 옆 머리카락을 바짝 깎은 아이는 '택시 드라이버'의 로버트 드 니로, 고양이를 든 아이는 '대부'의 말론 브란도를 염두에 둔 설정이란다.

    "그 부분은 제 숨겨둔 낙서 같은 것이다. 저는 코미디에 특화된 감독을 꿈꿔요. 다른 장르는 잘 찍는 감독들이 많기도 하고…. (웃음) 연기는 지금까지 이것저것 해 왔으니 즐겁게 할 수 있는데, 연출은 코미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우디 앨런, 쿠엔틴 타란티노 식의 블랙 코미디요."

    하정우는 배우와 감독을 아우르는 영화인으로서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기에는 일상성이 전제돼야 한다". 세상 사람들의 보편적인 감성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호흡하는 일상성 말이다.

    그는 일상성을 방송, 신문 등 여러 매체에서 찾기도 하지만, 10대 때부터 만나 온 친구들에게서 가장 많이 얻는다고 했다. 대다수가 회사원에, 지금은 결혼해 아이들을 가진 친구들을 어릴 때부터 봐 오면서 학업, 취업, 결혼 등 그들과 현실적인 고민을 공유해 온 덕이란다. "그렇게 나이를 먹을 수 있다는 데 감사하다"는 것이 하정우의 속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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