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경남 김해 진영고등학교 장애학생들인 도움반 교실에서 경쾌한 음악이 연주됐다.
겨울방학 기간이지만, 밴드 '해피바이러스'의 합주 연습을 위해 오랜만에 학생들이 모인 것이다.
'크리스마스 캐롤 멜로디'에 이어, '부산갈매기', '님과 함께'까지, 아이들은 진지한 눈빛으로 악기 연주에 집중했다.
진영고 도움반 학생들의 밴드활동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듬반 지도교사인 김형수 선생님이 부임하면서 타악기와 같은 간단한 악기로 시작한 음악활동이, 피아노 등 악기를 잘 다루는 아이들이 입학한 것을 계기로 각자의 악기를 맡아 연주하는 밴드로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말이 '밴드'지, 처음엔 합주는 커녕, 연주조차도 쉽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대부분 악보를 제대로 볼 수 없어서 멜로디를 통째로 외워야 했고, 악기를 다루는 능력도 천차만별이었다.
그래도 외부에서 음악전문 강사를 모셔서 피아노를 잘치는 아이를 중심으로 일주일에 2번씩 꾸준히 연습한 탓에 실력은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1년이 지나자 2곡 정도를 겨우 완주할 수 있게 됐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운 인성이와 승희를 위주로 다른 아이들이 따라가는 식으로 연습을 진행했어요. 다행히 잘하는 인성이, 승희가 잘 해줬고, 못하는 아이들도 잘 따라와 줬죠. 100% 맞출 것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연주하는 아이들은 없었어요."
실로폰을 연주하는 박혜원 학생은 밴드 활동이 재밌어 하는 게 표정에 묻어났다.
"음악을 배우고 연주를 하다 보니까 다양한 형태의 음악도 이해할 수 있고, 우리가 듣는 음악이 이렇게도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재밌어요."
김형수 선생님과 아이들은 완주할 수 있는 곡이 하나씩 늘면서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연주곡들을 모아서 학교 축제에서 발표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렇고 올라간 학교 축제 무대에선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비장애 친구들도 모듬반 친구들이 열심히 준비한 연주에 많은 호응을 해줬고, 아이들은 점차 자신감을 찾아갔다.
더 나아가 기회가 생길 때마다 한번씩 외부행사에도 나가게 됐다. 지난해엔 전국 장애인청소년예술제 등 큰 무대에까지 서게 됐고, 이제는 대회에서 상도 하나씩 받을 정도의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큰 무대에 서 본 경험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이 됐다.
밴드 활동은 아이들에게 '우리도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과 꿈을 불어 넣었고, 합주를 통해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도 배웠다는게 김형수 선생님의 말이다.
"뭔가에 집중하는 거잖아요. 우리 애들이 한가지에 집중을 잘 못하는데, 음악 연주를 할 때는 굉장히 집중을 해요. 또, 합주라는게 혼자 하는게 아니잖아요. 서로 맞춰가는 것 서로 배려도 하는 것을 배워가는 것 같고."
음악을 통해 한 뼘이나 더 자란 아이들을 보는 학부모들의 마음도 흐믓하다.
학부모 신미정 씨는 "정서적으로도 애들이 아주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밝고, 적극적으로 변하고, 자신감을 찾은 것이 가장 큰 변화에요."
겉으로 표현을 잘 못하는 아이들이 놀랄 만큼 바뀐 모습을 보여주면서 학부모들의 만족감도 컸다.
안영아 씨는 "연주 끝나면 아이들이 상당히 만족해 한다. 연주에 몰입하는 모습도 너무 보기 좋다. 다른 사람 앞에서 당당하게 서본다는 것을 아이들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신감을 찾아서인지, 오는 2월 졸업을 앞둔 아이들 가운데 2명은 취업을 하고, 3명 대학에 합격하는 등 사회생활을 시작하는데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모듬반 친구들이 밴드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모듬반 지도교사인 김형수 선생님의 열정이 컸다.
서울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악기들을 직접 트럭에 싣고 운전할 정도로 열정적인 선생님들의 모습에 학부모들도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안 씨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장점과 재능을 찾아주시는 데에서 굉장한 능력을 갖고 계시다"며 선생님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선생님들은 고생을 많이 하셨지만, 그런 선생님 덕분에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3년을 즐겁게 보냈습니다."
지원이 많지 않아서 아이들이 악기를 배우는 상황은 아직도 열악하다. 연주하는 악기 절반이 대여용이고, 외부 강사님에게 더 많은 악기를 배우고 싶지만 그럴 형편이 못 된다. 악기연주를 주도했던 졸업반 6명이 떠나게 된다는 점도 걱정이다.
하지만, '해피 바이러스'라는 밴드 이름처럼 밴드 활동을 통해 행복을 전파하면서 성장한 아이들의 꿈과 열정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