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환희' 사진=서울미술관 제공
화가 이중섭의 가족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잇따라 열린다.
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2014 소장품'전(2월 15일까지)은 이중섭, 박수근, 김기창 등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 36명의 작품 66점을 선보인다. 서울미술관 설립자인 안병광 회장의 30년 세월이 묻어있는 컬렉션에서 고르고 고른 작품이다. 이중섭의 작품은 11점을 전시한다. '황소', 싸우는 소' 등 힘찬 소 그림 뿐만 아니라 부부애를 담은 그림 '환희'가 눈길을 모은다.
이중섭의 그림 '환희'에는 숨겨진 일화가 있다. 이중섭의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94, 한국 이름 이남덕) 여사는 지난해 9월 일본 영화제작사에서 이중섭을 담는 다큐멘터리 촬영 차 서울미술관을 방문했다. 당시 이중섭 작품의 대표 컬렉터인 안 회장과 만났는데, 안 회장은 마사코 여사에게 "이중섭의 '환희'는 나의 부부상"이라고 소개했다.
안 회장이 "'환희'는 이중섭 선생님께서 일본에 계시던 여사님을 무척 그리워하며 그린 그림으로, 앞장선 기개 넘치는 수탉과 다소곳한 암탉의 모습이 담긴 사랑이 넘치는 그림이라 하여 작품을 품에 넣게 되었다"고 얘기하자 마사코 여사는 한동안 눈물을 지어보였다.
은지화 '낙원의 가족' 사진=현대화랑 제공
2015년 1월 6일부터 현대화랑에서 열리는 '이중섭의 사랑, 가족'전은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담긴 유화, 채색화, 은지화, 엽서화, 편지화 등 70여점을 내건다. 이중 은지화 3점은 60년 만에 처음 공개하는 작품이고, 20여 점의 편지화 역시 일반에 공개된 적 없는 그림이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은지화 3점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 소장하고 있다. 1955년 당시 주한미국대사관 문정관이었던 아서 맥타가트가 서울에서 열린 이중섭의 개인전에서 구입한 후 뉴욕 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작품이다.
이중섭은 재료비를 아끼기 위해 담뱃값 속 은지에 그림을 즐겨 그렸다. 먼저 은박지를 잘 편 후 연필이나 철필 끝으로 눌러 밑그림을 그린다. 그 위에 수채나 유채를 칠하고, 마르기 전에 헝겊으로 닦아내면 패인 선에 물감이 스며들어 선각이 나타났다.
편지화 '두 어린이와 복숭아' 사진=현대화랑 제공
"오직 하나의 즐거움, 매일 기다리는 즐거움은 당신에게서 오는 살뜰한 편지뿐이니 빨리빨리 사진과 편지를 보내달라", "조금만 참으면 되니 우리 네 식구 의좋게 버티어 보자". 전쟁통에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에게 보낸 미공개 편지화의 글은 사뭇 절절하다.
그러나 편지글 속 그림에는 슬퍼하거나 우는 모습을 그리지 않았다. 대신 다시 만난 가족이 원을 그리며 춤추거나, 과수원에 모인 가족이 과일을 따먹으며 즐거워하는 광경을 그려보냈다. 시대와 불화한 그는 가족과 재회할 수 있다는 희망 덕분에 팍팍한 삶을 견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