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죽거리 잔혹사'(2004), '비열한 거리'(2006)에 이은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완결편인 '강남 1970'(제작 ㈜모베라픽처스·쇼박스㈜미디어플렉스). 이 영화를 통해 유하의 남자로 낙점된 배우 이민호와 김래원의 대결 구도는 극에 어떠한 활기를 불어넣을까.
강남 1970은 197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개발 바람이 부는 강남땅을 둘러싼 두 남자의 욕망과 의리, 배신을 그린 액션 드라마다.
첫 스크린 주연작으로 이 영화를 택한 이민호는 극중 종대로 분했다. 고아 출신인 종대는 지켜야 할 사람들과 땅을 향한 꿈 사이에서 방황하는 겁 없는 청춘이다.
'강남 1970'의 이민호. (사진=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제공)
종대는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친형 같은 용기(김래원)와 넝마주이를 하다, 강남 개발의 이권 다툼에 끼어들어 건달 생활을 하게 된다. 오갈 데 없어진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준 길수(정진영) 선혜(김설현) 부녀와 함께 잘 살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이민호는 이 영화에서 기존의 깔끔한 이미지를 벗어던진 채 땅을 향한 욕망에 목숨까지 거는 위험한 광기를 품고 있다. 그는 거친 욕설은 물론 손에 닿는 물건을 무기로 휘두르고, 상대를 향해 온 몸을 내리꽂는 실전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다.
종대 캐릭터는 우연한 계기로 건달이 된 만큼 처음부터 멋있거나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지 않는다. 건달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싸움 기술을 차츰차츰 익혀나가는 것이다.
홍의정 무술감독은 이민호에 대해 "요구한 것 이상으로 화려한 기술 같은 부분까지 직접 연습을 하고 표현해 줬다"며 "크고 작은 부상들이 있었는데도 힘든 내색 없이 열심히 해준 친구다. 덕분에 액션이 잘 나왔다"고 말했다.
이민호와 맞대결을 펼치는 김래원은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는 남자 백용기 역을 맡았다. 용기는 같은 고아원 출신의 종대와 헤어진 뒤 우연한 기회에 조직 생활을 시작하는 인물로이다.
'강남 1970'의 김래원. (사진=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제공)
용기는 가진 것이 없는 만큼 기회가 오면 절대 놓치지 않는 캐릭터다. 끝없는 야망과 타고난 능력으로 단숨에 명동파 넘버2 자리에 오르며 조직 내부에서 따가운 견제를 받기도 한다.
그러한 그는 종대와 재회한 뒤, 더 큰 한탕을 위한 욕망을 멈추지 않고 강남 개발의 이권 다툼 속으로 뛰어든다.
김래원은 이 영화에서 그만의 장기인 선 굵은 남성적 매력과 섬세한 연기력을 동시에 선보이며 용기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그는 맨몸으로 조직의 중간 보스 자리까지 올라온 용기라는 인물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체중을 15㎏이나 줄이는 한편, 화려한 액션보다는 야비하고 실제적인 액션을 스스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