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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콘도 여행과 에베레스트 트레킹의 차이는 뭘까?

삼겹살 콘도 여행과 에베레스트 트레킹의 차이는 뭘까?

  • 2014-11-13 15:11

윤병국 교수의 행복한 여행 ⑦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사진=윤병국 교수)

 

대한항공의 TV CF를 보면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충동이 마구 마구 생긴다. 요즘에는 고민하는 사람은 어디를 가라! 쉼이 필요한 사람은 어디를 가라고 여행 진단과 컨설팅을 해주는 CF가 나가고 있다. 잘 만든 단편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다.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 발생 상태를 심리적 작용에서 본인의 나이, 소득, 지식, 경험 등에 따라 단계적 욕구 유발을 우선순위로 5단계로 나눠 인간의 심리 분석을 했으며 이 분석은 현재 마케팅에서 고객의 심리를 분석하는 유용한 이론으로 간주되고 있다.

즉, 인간 욕구의 강도에 따라 자아실현 욕구, 자존 욕구, 소속과 애정 욕구, 안전 욕구, 생리적 욕구로 저단계에서 고단계로 나누었다. 욕구 유발은 우선순위, 계층성에 따르게 되는데 하위 계층의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어야 다음 단계의 욕구 동기가 발생한다고 한다.

매슬로우의 욕구가 피라미드형인 것은 하위 단계에서 상위 단계로 옮겨가는 계층의 수가 적다는 것을 의미하며, 소득 수준, 사회적 지위, 교육 수준에 따라 상위 계층으로 이동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하위 계층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상위 계층에 도달하고도 하위 계층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행동이 나타나 결국은 불균형이면서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표출돼 종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매슬로우는 이 연구를 더욱 진전시켜 여기에 지적 욕구(학습 욕구와 심미적 욕구)를 추가시켰다. 그래서 인간의 생리적 욕구, 심리적 욕구의 카테고리와 지적 욕구 사이의 관계는 분명하지 않으나 지적 욕구는 다른 욕구들과는 독립해서 존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매슬로우의 관광객 욕구에 대한 연구를 실제 관광객의 심리 상태를 거쳐 관광 현상에 나타나는 사례에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인도 카주라호 에로틱 미투나 (사진=윤병국 교수)

 

관광의 초기인 1단계는 교육 및 경제적 상태나 사회적 지위가 낮거나 여행의 경험이 적은 계층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5단계의 계층보다는 잦은 여행이나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부터 충족한다는 것이다.

즉, 여행 패턴도 당일이나 1박 2일이 주종을 이루며, 여행을 준비하라면 마트에 가서 삼겹살과 상추부터 사는 계층이다. 여행가는 목적이 먹는 것이나 생리적인 것을 먼저 추구하므로 인간 본성에 의존하는 음주와 이성에 관심이 많아지는 본능적 관광의 성향을 띄는 경우가 많다.

2단계의 욕구를 갖은 계층들은 안전의 욕구가 강하므로 야외에서의 캠핑이나 자유로운 방랑여행보다는 호텔, 리조트 등을 이용하고, 편하게 여행사를 이용하며 패키지 투어를 선호한다.

3단계의 계층이나 1, 2단계의 경험을 거친 관광객은 사회적 욕구가 강해 남들과 동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며 여행지 선택도 유행하는 관광지를 선택한다.

4단계는 경제적 능력이나 교육과 사회적 지위도 높고 연령층도 높은 계층이며, 축적된 다양한 여행의 경험으로 고급 여행을 선호하며 남들과 차별되고 개별적이며 취미나 출장을 위한 여행 패턴을 유지한다.

이러한 계층들이 선호하는 여행은 취미 동호회나 비슷한 계층끼리 어울리는 골프, 리조트, 고급 스파 그리고 요트 여행이 여기에 속한다. 또한 관광 상품이나 항공기 좌석의 등급 그리고 호텔도 최고급을 지향하는 관광 행동이 나타난다.

5단계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단계까지 올라 자아실현을 한 계층으로 이미 웬만한 여행은 다 가봤고, 호사도 누릴 만큼 누렸으니 무슨 로망이 있겠냐고 지레 짐작하겠지만 이들의 여행은 남다르다.

에베레스트 남체 바자르 (사진=윤병국 교수)

 

이러한 계층에 속한 분들은 여행에 자신만의 색깔을 넣고 개성적이고 차별화된 여행을 한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은 영국의 웨스트엔드에 가서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 갈 것이고, 사진에 취미가 있는 사람은 그들의 로망인 킬리만자로의 눈 덮인 산을 촬영하러 아프리카 사파리 투어를 가고, 등산을 좋아하는 계층은 네팔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오가는 7박 8일 기간 동안 심장이 터질 듯 한 고통과 고산병에 시달리는 개고생(?)의 과정을 통해 여행의 성취감을 느끼고 돌아 올 것이다.

그들은 '산이 있으되 오른다'라는 참 진리를 깨달을 것이고 거기서 찍은 사진을 명품처럼 자랑한다. 이것이 여행이 주는 최고의 행복인 '자아실현의 성취감'이다.

1단계에서 5단계로 올라갈수록 일반적으로 교육적 수준이 올라가고, 소득 수준과 나이가 들어 갈수록 관광 행동에서 나타났으면 하는 적절한 행동을 기술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5단계 계층의 관광객이 1단계의 행동이 나타나는 사례도 언론에 종종 보도(매춘 관광, 관광지에서의 추태)되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제대로 된 성장 과정과 인격의 성숙이 덜된 상태에서 갑자기 그러한 계층으로 성장하게 된 부의 힘을 가지고 행동하려고 하는 인간의 불완전성이 그 원인일 수도 있다.

보다 성숙된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광지에서 이러한 돌출적이고 비정상적인 욕구에 의한 행동 양식을 지양하고 서열과 계층이 파괴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자유스러운 관광 행동으로 표출되었으면 한다.

머리가 희끗한 CEO가 청바지와 배낭 하나 가볍게 메고 제주도로 이타미 준 건축가의 '풍' 박물관을 보러 건축여행을 떠나고, 오지의 탐험 여행 그리고 역사의 흔적을 탐구하는 여행 등의 수준 높은 여행패턴이 우리사회의 주류 여행이 되었으면 한다.

이제 소비자들의 여행에 대한 욕구는 하나가 다층적이고 다면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꽃 청춘의 라오스와 칠레 마추픽추에서 마주친 '맨 땅에 헤딩(?)'한 배낭여행, 꽃 누나의 크로아티아, 꽃 할배의 대만과 스페인 여행을 정확하게 간파한 나영석 PD의 혜안에 경의만 표하지 말고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미리미리 시장에 내놓는 스마트한 여행사가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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