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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건강

    시간과 깊이, 그리고 정성이 가져다 준 '착한 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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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 장사의 신] 한국식 건강 밥상과 청국장의 조화 '쇠뫼기'


    전통 한식은 손 많이 가는 음식이다.

    물론 중식, 양식, 일식도 요리 과정이 어렵지만, 우리 음식만큼 번거롭진 않다. 김치만 보더라도 손님 밥상에 올라오기까지 배추를 사서 씻고, 그걸 양념하고, 김장독에 묻어 숙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1년에서 2년, 숙성 반찬이 많은 한식의 어려움은 다른 요리에서 따라오기 힘든 부분이다.

    그래서일까? 한식은 반찬이 많아서 재료비 부담도 크고, 마진율도 낮다. 음식업계 전문가들은 '한식 식당 유지의 어려움은 다른 식당에서 비할 것이 안된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경기도 광주 퇴촌면의 한적한 산 아래 있는 '쇠뫼기'는 전통방식을 고수하면서 인정받는 몇 안 되는 한식집 중 하나이다. 손님상에 나가는 대부분 반찬은 직접 만든다. 임대료가 비싼 서울에서 숙성실은 생각조차 할 수 없지만 이곳은 다르다. 가게 옆에 마련된 대형 숙성실에서 짧게는 6개월에서부터 길게는 5년까지 반찬을 숙성시키고 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번거로운 방식을 고집하는 것일까? 16년간 쇠뫼기를 운영하고 있는 정지수 대표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쇠뫼기에서 나오는 반찬은 모두 정지수 대표가 직접 만든 것이다.

     


    ■ 상호가 '쇠뫼기'인데 무슨뜻인가?

    지금 가게가 있던 퇴촌면 주변은 소를 매고 쉬어가 곳이었다. 예전 사람들은 집에서 정성스레 키운 소를 우시장에 팔기 위해 소를 끌고 몇 시간을 걸어야 했다. 그 길에서 잠깐 쉬어갔던 곳이 이 동네였다. 그래서 예전부터 불리던 동네 지명도 쇠뫼기다. 특이하면서도 한번 들으면 잘 잊혀지지 않는 명칭, 그래서 상호를 '쇠뫼기'로 정했다.

    ■ 지역 유지의 딸이었는데 왜 장사를 시작했나? 손에 물도 안 묻혔을 것 같은데?

    그게 팔자에 따라 흘러가는 것이지(웃음). 나는 이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당시 친정아버지께서 땅을 많이 가지고 계셨다. 그때만 하더라도 딸에게 재산 상속이 없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바로 이곳을 얻을 수는 없었기에 지금 가게 부지를 구입 했다.

    땅이 있어도 내 형편이 엄청 넉넉하진 않았다. 당시 아들 두 명이 모두 대학원과 대학에서 모두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도저히 학비를 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음식 장사에 뛰어들었다. 몸은 힘들지만, 학비 조달은 가능할 것 같아서. 지금 생각하면 아주 잘한 것 같다.

    음식 전문가 사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쇠뫼기 청국장.

     


    ■ 음식점 일에 처음 도전한 것인데 자신은 있었나?

    반쯤은 자신 있었다. 나는 육류 음식 보다는 토속적인 음식을 더 좋아했었다. 평소 집에서 먹던 음식도 그런 것이었다. 그래서 보리밥에 된장찌개를 하면 될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맛을 그대로 내면 되니까. 그래서 시작했다.

    실수는 많이 했다. 우리집 대부분 음식이 염장 음식인데 처음 재료선택법을 몰라서 아깝지만, 반찬을 많이 버렸다. 그러면서 조금씩 노하우를 익혀갔다.

    ■ 1년에서 3년까지, 숙성에 손 많이 가는 토속 음식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이건 고집해야 한다. 우리음식을 먹으면 속도 편하고 건강해진다. 그리고 이런 반찬에 청국장을 먹다 보면 어머니, 할머니 생각도 절로 나지 않나? 가슴이 따뜻한 음식이 바로 한국 음식이다. 우리집은 염장을 하지만 소금기를 많이 뺀다. 한식을 한답시고 소금만 잔뜩 넣으면 손님들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고집하고 싶다.

    강원도 고랭지에서 나온 무로만 담근 깍두기.

     


    ■ 반찬이 많이 나온다. 원재료 값이 오르는데 반찬 종류를 조금 빼도 괜찮지 않나?

    무엇을 빼란 말인가? 반찬 중 어느 것 하나 뺄 수가 없다. 나도 한번은 빼 보려고 밥상을 들여다봤다. 이 반찬이 있으니 저 반찬이 당연히 있어야 할 것 같고, 저 반찬이 있으니 이 반찬도 반드시 필요했다.

    사실 우리집도 조금씩 사다가 쓴다면 이만큼 손님에게 제공해줄 수 없다. 이윤이 남질 않으니까. 그런데 한번 살 때 좋은 재료를 제철에 대량으로 구매하고 그걸 잘 숙성시키는 것이다. 그게 원가를 줄이면서 다양한 반찬을 제공할 수 있는 비법이다.

    ■ 그래도 자신만의 성공 비결을 말해준다면 뭐가 있겠나?

    싸준다. 싸주면 무조건 남는다. 퍼주고, 싸주고. 반찬이 부족하면 계속 가져다줘라. 원가가 얼마 된다고 그걸로 손님이 눈치 보게 하면 안 된다. 손님은 돈을 내고 왔지 않나? 우리집 반찬은 독 안에 엄청나게 쌓여 있는데 그걸 아껴서 뭐하겠나? 그렇게 싸주고, 퍼주면 내 기분도 좋아진다.

    손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집 청국장이 맛있어서 손님들이 돈을 낼 때 10점 만점을 줬다고 가정해 보자. 거기서 내가 청국장을 하나 공짜로 주면 없던 10점이 추가돼 20점이 된다. 손님도 기분 좋고 나도 기분 좋고, 이것만 한 것이 어디 있겠나?

    경기도 광시 퇴촌면 주변 풍경가 잘 어울리는 쇠뫼기 식당의 모습. 다리를 사이에 두고 가게와 숙성실이 있다.

     


    ■ 누군가 식당을 한다면 뭐라고 조언해 주겠나?

    가끔 식당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너무 서두른다. 돈을 투자했기 때문에 빨리 회수하고 싶어 한다. 이자는 나가지 경기는 어렵지 자신이 생각한 것과 상황은 다르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모든 것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힘들어도 그 분야에서 깊이를 알 때까지 2년에서 3년, 참고 극복해야 한다. 생선구이, 한식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는 그 흔한 드라마조차 보지 않고 온종일 가게에 나와 온 신경을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주말도 없이 16년을 일했지만 지겹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철학으로 이 일의 깊이를 알고 나면 그 뒤로는 저절로 풀려간다.

    그렇게 시간과 깊이를 알게 되면 손님도 알게 된다. 계산할 때 손님 표정을 보면 음식이 맛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수 있다. 맛이 없었다면 왜 맛이 없었는지 반드시 찾을 수 있게 된다. 계산할 때 표정이 좋지 않은 손님이 있다면 음식 맛에 관해 물어보고 고객의 조언을 받아 보완해도 좋은 공부가 된다.

    쇠뫼기 정지수 대표.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의 평가

    고집스럽다. 제철에 어마어마한 양의 최상급 재료를 사서 손질하고 그걸 독에 묻고. 자연과 함께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정성이 쇠뫼기 맛을 내고 있다. 맛이 없으면 그게 이상하다. 특히 밥상과 함께 어우러진 청국장 맛은 최고라고 꼽을 수 있다.

    한국형 장사의 신 취재진이 전하는 '쇠뫼기'의 성공 비법


    시간과 깊이, 그리고 정성을 느끼고 이해하는 정지수 대표의 마음가짐, 조급해하지 않고 정성을 담아 자신도 기분 좋고, 손님도 기분 좋은 식당을 만들겠다는 마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강력한 성공 원동력이다.

    쇠뫼기 더덕구이. 연탄불에 구운 더덕 양념맛이 일품이다.

     


    쇠뫼기 위치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정영로 580-3

    진행 –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
    취재 – CBS 스마트뉴스팀 김기현 PD, 박기묵 기자

    [YouTube 영상보기] [무료 구독하기] [nocutV 바로가기] [Podcast 다운로드]

    대한민국 직장인은 누구나 사장을 꿈꾼다. 그중에서도 요식업은 누구나 쉽게 생각하고 대박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대박 성공 확률 1%. 도대체 요식업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와 취재진이 대한민국에서 요식업으로 성공한 '장사의 신'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성공 비결을 파헤쳐보려고 한다. 요식업, 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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