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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 - 길마가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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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길마가지나무'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

    길마가지나무

     

    어제 내린 비로 생태숲에는 쌓였던 눈이 거의 녹았습니다. 나무에는 아직 잎이 달리지 않았지만 땅 위는 서서히 초록색을 띠기 시작하는 것이 봄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게 합니다. 꽃망울만 가득 달고 있던 복수초도 며칠 따스한 바람 속에 일제히 꽃잎을 열고 있습니다. 이렇게 봄기운이 무르익을 무렵 제주의 서쪽 곶자왈에는 백서향 함께 길마가지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립니다. 이미 며칠 전 수목원의 길마가지나무가 꽃을 피웠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날씨가 풀리면서 곶자왈에서도 진한 향기와 함께 사람들의 시선을 끌 듯합니다.

    길마가지나무를 처음 만나면 대부분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이름입니다. 그것은 다른 식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토속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길마가지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먼저 '향기가 너무 진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길을 막았다'는 데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금은 억지스런 면이 보이지만 나름대로 운치와 멋이 있습니다. 또 '길마가지나무의 잔가지가 너무 많아 사람들이 산길을 다니는 것을 막았다'는 데서 붙여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길마가지나무의 잔가지 때문에 길을 다니지 못할 정도는 아닌 듯합니다.

    그것보다는 예전 소, 말을 이용하여 물건을 실어 나를 때 사용했던 '길마'라고 하는 운반도구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길마는 물건의 무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소나 말의 등에 얹혔던 것으로 반원형 모양을 하고 있고 양 갈래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30~4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제주시를 벗어나면 길마를 이용하여 말 등에 물건을 싣고 가는 것을 가끔씩 볼 수 있었습니다. 길마가지나무의 열매가 익으면 이 길마를 닮았다는 것입니다. 이름의 유래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맞는 것이든 길마가지라는 이름이 주는 운치와 정감은 꽃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만큼이나 멋스럽습니다.

    길마가지나무1

     

    길마가지나무는 인동과의 식물로 전국에서 자라는 낙엽이 지는 작은키나무입니다. 숲 가장자리, 산등성에서 자라지만 햇볕이 잘 드는 곳이면 돌무더기가 있는 척박한 땅이라도 뿌리를 내립니다. 운이 좋아 기름진 땅에서 자라는 것도 키가 3m를 넘지 않을 정도로 키가 작습니다. 잎은 타원형으로 마주나며 잎맥, 잎자루 등에는 굳은 털이 많이 나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꽃은 제주에서는 빠를 때는 2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하여 4월까지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해 자란 가지의 잎겨드랑이에서 노란빛이 도는 흰색 꽃이 사이좋게 두 송이씩 아래를 향해 달립니다. 꽃가루받이를 마치면 열매 두개가 둥글게 하트 모양으로 익는데 서로 절반 이상이 합쳐져 앞에서 이야기했던 길마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꽃은 백서향 못지않은 진한 향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길마가지나무는 숲에서 자라는 키가 작은 나무이기 때문에 큰 나무가 잎을 달기 전에 꽃가루받이를 끝내야 합니다. 큰 나무에 잎이 달리기 시작하면 햇볕을 가려 양분을 얻기가 어렵고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진한 향기는 빨리 곤충을 끌어들이기 위한 나름의 수단입니다. 더욱이 곤충의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시기에 꽃을 피우기도 하지만 꽃의 색깔도 진하지 않아 곤충의 눈에 쉽게 띄지 않을 듯합니다. 그래서 길마가지나무는 진한 향기라도 만들어 멀리 보낼 수밖에 없었던 듯합니다.

    길마가지나무는 아직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생소한 나무입니다. 그에 따라 관상용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편입니다. 그러나 향기가 좋고 일찍 꽃을 피우기 때문에 조경수로서의 가치는 충분할 듯합니다. 더욱이 추위에 강하고 토양을 가리지 않아 관리에도 많은 손이 가지 않습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꽃을 피우는 식물들에 비해 관상가치에서도 경쟁력이 있어 보입니다. 번식은 삽목으로도 할 수 있지만 봄에 익은 열매를 채취하여 종자를 고르고 직파하면 됩니다. 종자는 파종한 해의 여름에 싹을 틔우게 되는데 첫해 겨울에는 낙엽이나 짚 등으로 덮어주면 좋다고 합니다.

    3월이면 제주의 서쪽 곶자왈에는 길마가지나무 한 그루가 고즈넉한 숲길을 은은한 향기로 채워 놓을 것입니다. 꽃의 색깔이 화려하지도 않고 크지도 않아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띠지도 않지만 꽃이 주는 소박한 질감은 황량한 분위기를 제하고 남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길마가지나무의 꽃말은 소박함입니다. 이처럼 길마가지나무는 화려하지 않지만 봄이 오기 전부터 진한 향기와 함께 소박한 느낌의 꽃을 오랫동안 볼 수 있는 것이 매력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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