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htn
영화 '고지전' '초능력자' '백야행' 등 그간 고수는 뚜렷한 상황 설정과 장르적 특색을 갖춘 작품에 주로 출연해왔다. 평범한 역할은 당연히 없었다. 하지만 19일 개봉된 '반창꼬'는 이전 작품과 달리 말랑말랑한 멜로물이다. 평범한 모습은 물론 코믹한 상황도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 이전과 다른 고수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고수 역시 반창꼬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로 '일상적인 연기'를 꼽았다. 그는 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영화적으로 상황 설정이 뚜렷한 작품을 연이어 했던 터라 일상적인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며 "그럴 찰나에 반창꼬란 시나리오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느 순간 자극적이고, 장르적으로 뚜렷한 영화만을 찾고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까칠함을 드러낸 한효주 못지 않게 고수의 변신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전 작품들에 비해 한층 밝아졌고, 그가 만들어내는 웃음들도 상당하다.
이에 대해 고수는 "이전 작품들과 달리 뭔가를 만들고 꾸미기 보다 있는 그대로 반응하려고 했다"며 "시나리오도 많이 보지 않고, 현장에서 생각나는대로 움직였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님 역시 편안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원하더라"며 "카메라 앞에서 꾸밈없는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소방관이란 직업을 대하는 자세도 마찬가지였다. 극 중 고수가 연기한 소방관 강일은 아내를 잃은 상처를 간직한 인물. 구조 작업을 하다 정작 자신의 아내는 구하지 못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강일은 위험을 무릅쓴 구조 활동을 이어간다.
고수는 "소방관이란 직업 자체에 대해 특별히 생각하기 보다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소방관의 모습을 그렸다"며 "대신 안 좋은 기억이 있는데도 계속 소방관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내를 잃은 뒤 3년 후란 자막이 뜨는데 아마 그 시간 안에 수많은 일이 있었겠죠"라며 "영화에선 밝게 그려지지만 드러나지 않은 스토리에선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2월 결혼에 골인한 그는 이번 영화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사별의 감정을 표현해야만 했다. 그 마음을 이해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더욱이 강일은 고미수(한효주)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기도 한다. 그러면서 마음 속 트라우마를 서서히 지워간다.
고수는 "사별의 감정을 잡는게 가장 어려웠다"며 "사별이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 분들의 슬픔을 생각한다면 결코 가볍게 임할 수 없었다"고 고충을 전했다. 또 그는 "닫힌 마음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받아들인다면 언제쯤 받아들여야 할지 끝날 때까지 숙제였다"고 돌아봤다.
무엇보다 사별의 감정과 사랑의 감정 사이에서 선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그는 "사별의 감정이 강하면 정작 미수와의 사랑이 이상해질 수 있고, 그렇다고 미수와의 감정에만 충실할 수도 없더라"며 "강일의 감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한효주와의 앙상블은 뛰어났다. 뛰어난 비주얼이 만들어내는 장면은 마냥 부러울 정도다. 고수는 한효주와의 호흡에 대해 "역할상 미수는 움직이는 창과 같다면, 강일은 마음을 닫은 방패 같다"며 "티격태격 재밌게 했던 것 같다. 다른 작품에서도 또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