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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KBS 2TV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에서 가장 착한 남자를 고르라면 단연 박재길(이광수)이 아니었을까.
박재길은 외국인 근로자를 학대하는 아버지가 싫어 부유한 집에서 뛰쳐나오는가 하면, 다른 사람을 등쳐먹는 친구 강마루를 이해하고 진심이 담긴 쓴말을 하는 인물이다. 실제로 마주한 이광수는 속이 깊고 생각이 많다는 점에서 박재길과 흡사했다. 그렇지만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시끌벅적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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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사람들이 실망할까봐 걱정돼요."이광수는 감기에 걸렸다고 오해를 살 법한 목소리톤을 갖고 있다. TV에서 들었던 목소리보다 한옥타브 정도 낮았고, 말하는 속도도 느렸다.
이광수는 "평소에 말할 때는 이렇다"며 "목소리도 낮고 크지 않다. 생각이 많아 말을 빨리 하지 않는 편인데 카메라 앞에만 서면 달라지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2008년 MBC '그분이 오신다'로 데뷔한 후 쭉 재밌는 역할을 연기했어요. 예능에서도 재밌는 캐릭터를 보여주다 보니 실제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모습도 분명 있지만 실제 모습은 방송과 다르거든요. 화면과 다른 모습 때문에 실망하진 않을까 부담감도 있어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밌는 캐릭터만 연기하는 게 부담이 될 법 하지만 이광수는 단호하게 "재밌는 것도 좋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재밌는 모습만 강조 돼 스트레스 받은 적은 없어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좋아요. 나중에 진지한 연기를 하게 된다면 더 좋겠지만 '꼭 해야지'란 생각은 아직 안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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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송중기와 함께여서 좋았던 '착한남자'"강마루랑 함께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면서 '병원에 가서 수술하자'고 얘기 했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착한남자'에서 친구 강마루로 등장했던 송중기와는 실제로도 둘도 없는 친구사이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을 함께하며 친해졌고, 송중기가 프로그램을 하차한 후에도 연을 이어오고 있다.
"실제로 친하니까 관계를 놓고 상상하기가 쉽더라고요. 특히 함께 술자리를 갖는 신에서는 하고 나서 슬프기도 했지만 둘이 잘 맞아서 기분도 좋았어요."
'송중기의 친구'로 불리는 게 부담스러울 법 하지만 "난 송중기보다 더 자상하다"고 당당하게 말하며 친구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중기가 제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해주더라고요. 어떤 영화를 참고하라고 추천도 해주고요. 친구랑 같이 작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저에겐 연기하는데 참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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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는 '악역'이광수는 고등학교 때 모델로 일을 시작했지만 연기자가 되고 싶어 극단에서 연기를 공부했다. 이미 연기자 5년차에 접어들지만 여전히 자신의 장단점에 대해 냉정하게 파악하고, 지금까지 온 것도 "운이 좋았다"며 겸손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광고 모델로 카메라 앞에 처음 섰어요. 그 이후로 이렇게 연기를 할 수 있게 기회가 왔고요. 멋있게 보이려고만 했으면 이 일을 하면서 지내지 못했을 것 같아요. 멋진 모습도 좋지만 그렇게만 보이고 싶은 욕심은 없어요."
그렇다면 이광수가 연기자로서 하고 싶은 역할은 어떤 걸까.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영화 '추격자'에서 하정우 씨가 했던 역할 같은 악역"이라고 대답이 돌아왔다. [BestNocut_R]
"악역 연기를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하정우 씨가 연기했던 악역은 정신적으로 정상인이 아니기 때문에 악행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 거잖아요. 그런데 대부분의 악역은 그런 설명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명분이 있는 악역을 꼭 한번 연기해보고 싶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나쁜 사람은 없으니까요."